쎈 선배의 편지
여러분은 힘들 때면 떠올리는 행복한 순간이 있나요? 저는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던 직장에 처음 출근하던 날의 아침입니다. 그날 제 발은 땅에 닿지 않았습니다.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던지, 마치 공중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다짐했습니다. 이 느낌을 잊지 않고, 이 일을 사랑하겠다고. 그것이 저의 초심이었습니다.
흔히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을 합니다. 초심, 곧 처음에 가졌던 마음이죠. 저 역시 지금의 일을 시작하던 그때를 떠올리며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과 ‘지금’ 사이의 간격이 멀어지면서 초심도 조금씩 희미해졌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제가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새로 꾸릴 때 나누었던 두 장면의 대화입니다. 이 두 대화는 저에게 ‘초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는 직장 생활 6년 차 후배와의 대화였습니다.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 길이 제 길인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럼 꼭 하고 싶은 일은 있니?"
"그런 것은 없는데 뭘 해도 지금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그럴까?“
두 번째는 경력 사원 면접 자리에서 나눈 대화였습니다.
"신규 사업인 만큼 입사하게 된다면 이전보다 두세 배는 힘들 수 있습니다."
"네, 각오하고 있습니다. 꼭 좋은 결과를 내겠습니다."
"연일 야근에 주말 반납도 각오해야 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런 경험도 있고, 체력도 자신 있습니다."
"그 마음이 오래 갔으면 좋겠네요."
"기회를 주신다면 오래도록 한결같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루 차이로 만난 두 사람은 비슷한 또래였지만, 일에 대한 태도는 극명하게 달랐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시작의 힘‘이 시간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의 열정은 하늘을 찌를듯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열정은 관성에 묻히며, 어제와 오늘이 같게 느껴지고, 내일 또한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지루함을 느끼게 하고, 또 다른 '시작'을 꿈꾸게 만듭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은 결국 '시작의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을 새롭게 하라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매 순간이 새로운 시작입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하루이고, 지금 하는 일도 어제와는 다른 내용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갈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초심에 집중하자고요. 매 순간 시작의 마음으로 일하고, 관계를 맺고, 삶을 바라본다면 ’시작의 힘‘은 우리 삶 전체에 작동하며 추진력이 되어 줄 것입니다.
시간은 매 순간 '시작'을 선물하는 마법사입니다.
시간의 마법 속에서 오늘을 빛낼 열정과 힘을 얻는 건, 결국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