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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저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제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다를 온전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다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또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바다는 어느 날은 저를 포근히 품어 주다가도, 어떤 날은 거칠게 밀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바다를 마주할 때면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밀려오지만, 이 두 감정을 함께 갖게끔 하는 것이 바로 바다의 매력이고, 저는 그 매력을 사랑합니다.


바다는 한순간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와 하나가 되는 스포츠가 바로 서핑입니다. 저는 버킷리스트에 서핑하기를 적어두었지만, 아직 도전하지는 못했습니다. 가끔 서핑 영상을 보면 넋을 놓고 보곤 합니다. 파도 위를 날 듯 질주하는 서퍼의 모습은 마치 바다와 한 몸 같습니다. 그 이유는 서퍼가 파도를 통제하려 하지 않고, 파도의 움직임에 자신을 자연스럽게 맞추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변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변화 대부분은 나로부터가 아닌 외부에서 시작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결정하는 것도 내가 아니고, 조직의 구성이나 일의 방향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경영진이 바뀌면 경영 철학과 목표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달라지고, 전략과 전술 새롭게 조정됩니다.


생각해 보면 조직은 바다와 닮았습니다. 변화가 끊임없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타던 파도가 아닌 낯선 파도가 몰아치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런 변화 앞에서 결국 우리는 그 파도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조직 생활도 서핑과 다를 바 없습니다.


조직에서 변화를 마주할 때 우리는 현명한 서퍼가 되어야 합니다. 익숙한 파도가 다시 오기를 기다리거나 새로운 파도를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며 타려 한다면 결국 균형을 잃고 말 것입니다.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그 파도와 조화를 이루어야만 더 멀리 더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최근 제가 몸담은 회사에 신임 대표가 부임함에 따라 회사에 닥쳐올 변화를 수용하자며 구성원들에게 전한 글을 각색한 것입니다. 구성원들에게는 이렇게 말했지만, 정작 저는 새로운 파도에 올라타지 않고 마주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 깨달았습니다.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파도와 하나 되는 서퍼의 자세와 같아야 한다는 사실을요.


우리는 누구나 변화 앞에서 멈칫합니다. 그러나 파도는 기다려 주지 않고, 조직도 흐름을 멈추지 않습니다. 조직에서 변화는 개인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으므로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변화가 오는가’가 아니라 ‘그 변화에 어떻게 맞추는가’일 것입니다. 즉 변화라는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파도를 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파도를 타며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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