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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연결하는 거울 뉴런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아프냐? 나도 아프다.”

꽤 오래전에 방영되었던 ‘다모’라는 드라마의 대사입니다. 이 대사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상처를 수습하며 건넨 말이었습니다. 여자의 상처에 마음 아파하는 남자를 보며 시청자 또한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꼈었고, 이 대사는 장안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드라마는 대중의 기억에서 잊혔지만, 이 대사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합니다. 웃는 사람을 보면 따라 웃게 되고, 우는 사람을 보면 같이 슬퍼지며, 무서운 영화를 보면 공포에 떨게 됩니다. 이것은 뇌 속에 있는 ‘거울 뉴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공감 능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즉, ‘자극’이 입력되면 같은 종류의 ‘반응’이 출력되는 것이 거울 뉴런의 메커니즘입니다. 거울 뉴런의 메커니즘에서 짚어야 할 것은 자극에 수반되는 반응이 자극과 같은 종류라는 것입니다.


거울 뉴런에 대해 알아보다 ‘발 연기’에 관한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연기자의 발 연기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표정 때문인데, 거울 뉴런이 작동하는 뇌 부위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이고, 편도체로 감지한 감정은 얼굴 근육으로 연결되어 그 근육이 감정을 담은 표정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표현하는 인물의 감정에 대한 연기자의 거울 뉴런이 작동하지 않아 편도체가 자극받지 못하면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은 표정이 되고, 그걸 보는 시청자의 거울 뉴런은 연기자가 표현하는 감정이 거짓임을 알아차린다는 것입니다. 결국 거짓된 표현은 아무리 그럴듯해도 공감할 수 없으며,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통의 기본 요소가 공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작동하는 거울 뉴런은 조직이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 사이에도 당연히 작동하겟죠? 공동체는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함께하며 많은 것을 나누고 공유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거울 뉴런은 쉼 없이 작동합니다. 말뿐 아니라 태도와 행동,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까지 자극이 되어 전달되고 그에 반응을 나타내게 됩니다.

따라서 조직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구성원들 간에 자극을 주고 반응을 나타내는 관계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응보다는 자극입니다. 좋은 자극을 받으면 좋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주는 자극, 내가 상대방에게서 받는 자극이 왜곡되지 않고 올바르게 소통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과 태도는 내가 제어할 수 없으니, 나부터 좋은 자극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가 먼저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진실된 자극을 전달하면 거울 뉴런의 작동으로 상대방도 나에게 좋은 자극을 전달할 것입니다.


저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두 가지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데, 역지사지(易地思之)와 포커페이스(poker face)가 그것입니다. 역지사지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이고, 포커페이스는 상대를 대하는 내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두 가지는 결례나 무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통해 상대방에게서도 저를 대하는 정중함을 끌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도 부족한 사람이라, 이 두 가지의 실천이 어렵기도 하고 실행하지 못할 때도 많지만, 역할을 나누고 책임을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서로를 감정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거울 뉴런을 떠올린다면 보다 건강한 조직 생활이 되지 않을까요?


조직 생활뿐만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도 서로의 거울에 좋은 모습이 비칠 수 있으려면 나부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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