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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대하는 자세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모든 삶은 크든 작든 수많은 선택과 도전으로 점철됩니다. 그리고 선택과 도전은 그에 따른 결과를 동반하지요.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는 미래를 향한 꿈을 선택하고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이어갑니다. 이 시기는 도전을 위한 시험의 연속이고 시험의 결과로 성적을 받게 됩니다. 사회생활에서는 개인적인 삶의 목표와 함께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전을 합니다. 개인적인 목표든 공동체의 목표는 도전의 결과는 자기소개서의 이력으로 한 줄씩 쌓이게 되죠.

끊임없는 도전의 삶을 살면서 모든 게 뜻한 바대로 혹은 계획한 바대로 실현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뜻하지 않게 실수하기도 하고 바람과는 달리 실패도 경험하곤 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제 소개서에는 성공한 이력만 쓰여있지만, 그 성공한 이력조차도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한 결과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실패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저는 교육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여섯 번의 교육과정을 경험하며 다양한 교과서를 개발했습니다. 교과서는 교육부에서 위탁한 심사기관에서 내용을 심사하여 합격 또는 불합격 판정을 합니다. 합격한 교과서만이 학교에서 사용될 수 있기에 교과서를 개발하는 과정은 그 무엇보다 치열합니다. 불합격하면 그동안 투자했던 시간과 비용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고, 개발자 개인은 동종의 일을 하는 내내 교과서 불합격이라는 이력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개발자로 불합격을 경험했을 때는 눈물을 몇 시간 동안 흘릴 수 있는지 실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울었습니다. 그리고 관리자로서 불합격을 경험했을 때는 안타까웠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요즘 교육 관련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AI 디지털교과서 6종을 개발하였는데, 5종은 합격하고 나머지 1종은 불합격 결과를 받았습니다. 교과서를 제출한 후 연일 마음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던 개발자들은 심사 결과를 확인한 순간 숨을 멈춘 듯했고 사무실은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1종이 불합격한 충격이 거친 쓰나미가 되어 5종이 합격한 기쁨을 덮쳤기 때문입니다. 불합격 결과를 받은 팀은 영혼을 빼앗긴 듯 멍해졌고, 합격 결과를 받은 팀은 시선 둘 곳을 몰라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교과서는 교육의 근간이기에 교과서 개발은 엄청난 책임감을 동반하며, 진심과 열정을 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개발 과정이 지난하고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판정이 내려지기에 개발자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극한의 고통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교과서 개발에 있어서만은 불합격이 실패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현실적 상황에서는 물리적인 기회비용을 잃었기에 실패가 맞습니다. 결국 여섯 번의 교과서 개발 경험을 통해 제가 깨달은 것은 노력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노력하지 말고 요행을 바라야 할까요?

처음 교과서 개발에 실패했을 때 수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부족한 게 무엇이었나, 어떤 실수를 한 거지, 최선을 다한 게 맞나, 이게 내 한계일까, 하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지만, 그 어떤 질문에도 명확하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공과 실패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어떤 경우라도 필요한 건 요행이 아닌 노력이며, 노력의 결과가 실패이더라도 실패를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에디슨의 명언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명언에 공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학업이든 사회생활이든 실패는 실패일 뿐이고,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진 뚜렷한 기억은 없으니까요. 저도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 해도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패 없는 삶은 없으니,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할 수밖에요.


모든 일은 과정을 거쳐 결과에 이르게 됩니다. 실패를 결과로만 받아들이면 도전 자체를 망설이게 되고 스스로 잠재력을 억눌러 자기 능력을 제한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과가 실패더라도 과정이 충실했다면 그 과정에서 얻는 지식과 경험이 근육이 되어 성장하게 되고,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저에게 단단함이 있다면 그 단단함은 성공 경험보다 실패 경험에서 더 많이 얻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실패가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지 않도록, 또 실패를 통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실패라는 결과는 수용하고 실패에 이르는 과정을 탐색하여 자신을 성장시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삶은 예정된 순간까지 멈추지 않음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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