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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내일 Aug 16. 2019

괜찮다는 거짓말

오늘도 괜찮다고 말하는 나와 당신에게

괜찮으시죠?


얼마 전이었다. 카페에서 글을 쓰다가 뭔가 막힌듯하여 노트북을 닫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성환 작가님, 맞으시죠?" 라며 누군가 나의 존재를 물었고,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어느 자리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 번은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미안하게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미팅이 있는데, 상대가 30분 정도 늦겠다고 하여 내 앞자리를 빌려도 되냐고 나에게 묻기에 흔쾌히 응답했다. 다행히 이전 기억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사람이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요즘 건강 챙길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게 지낸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바쁘겠지만 건강을 항상 챙겨야 한다고 말하며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 쳤다. 그의 이야기가 이어지던 중,  그는 나에게 한 마디 물음을 건넸다.


요즘, 괜찮으시죠?



어느 자리에서나 물을 수 있는 안부였지만, " 지내시죠? 어떻게 지내세요? 바쁘게 지내시죠?" 와 같이 흔히 듣는 질문과는 조금은 결이 달랐다. 무방비에서 한 대 맞은 듯, 순간 머리가 아팠다. 그는 내 책과 SNS를 보며 여러모로 힘든 시기일 것 같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래서 힘내라는 말을 전하기는 뭔가 선을 넘는듯해서 괜찮냐는 말을 던졌다고 했다. 그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당연히 괜찮죠."






우리는 어느 순간 어른이 된다. 기준을 막론하고 스스로 느끼는 '그때'이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어른은 힘들어도 힘들지 말아야 하고, 슬퍼도 슬프지 말아야 하고, 울고 싶어도 울지 말아야 한다. 법으로 정해지지도, 누군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렇게 판단하고 스스로 그렇게 하려 한다.


그런데 가끔은 어른을 놓고 싶을 때가 있다. 힘들다고, 슬프다고, 울고 싶다고, 위로받고 싶다고 어린아이 떼쓰듯 투정 부리며 칭얼거리고 싶다. 옆에서 누군가 "쯧쯧" 거릴지라도 한 번쯤은 그렇게 해보고 싶다. 우리는 그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을 뿐, 감정을 느끼고, 감정을 풀고 싶은 '평범한 사람'일뿐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느닷없이 소나기가 내렸다. 우산이 없어 가로등이 비추는 건물 지붕 밑에 잠시 자리를 옮겼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그의 "괜찮냐?"는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내가 그에게 괜찮다고 한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거짓을 말했음을 알았다.


잠시 후 비가 그쳤다. 나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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