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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내일 Jul 29. 2019

사랑은 화학적 반응일 뿐이다.

도플갱어를 만나면 벌어지는 일

흔히들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 말한다. 행복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누군가는 밤새 노력하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행복이란 감정을 느껴봤다면, 행복의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논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의 행복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행복의 요소(혹은 순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하면 모든 것을 줄 수 있다.
사랑 한 번 해보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
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다.


살면서 이와 같은 말을 내뱉어 보지는 않았더라도, 사랑을 글로 배웠다고 할지라도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어렴풋이 일지라도.  


what is love?(feat. 트와이스 팬...)



그런데 인간의 궁극적인 감정인 '위대한 사랑'을 과학이란 '놈'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파헤치려 노력하고, 증명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미 다양한 저서, 논문,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는' 과학으로 증명될 수 있음을 말하며,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을 통해 국경을 넘어, 나이를 넘어 사람들의 눈과 귀에 닿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증거'에도 사랑은 과학도, 화학적 반응도 아니라며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이유는 태초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사랑이라는 위대한 산물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랑주의자이든 과학주의자이든 상관없이 사랑에 먹먹해 지거나, 첫눈에 반하지 않거나 할 때가 있다. 더는 사랑을 안 하고 싶다거나, 믿지 않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럴 때'가 있다.

 


사랑은 화학적 반응일 뿐이다.

 

 한때 협곡 다리 위에서 사랑 고백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해 주었던 통계의 근원지인 캐나다 캐필라노의 다리 (Capilano Canyon bridge)


어느 만화에서건, 영화에서건 도플갱어(doppelgänger)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테다.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흔히들 말하길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것처럼 외적으로 같은 사람을 말한다. 호주 애들레이드 의과대학의 테컨 루카스 박사의 실험에 의하면 도플갱어를 만날(혹은 있을) 확률은 1조 분의 1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에 참가한 어느 모임에서 0.000000000001%의 확률을 만났다.


모임 시작을 앞두고 단체에서 준비한 팸플릿을 보고 있을 때 한 여성분이 나를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순간, 심장이 '쿵' 했다. 얼마 만에 느낀 '쿵'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여성분이 콧대가 3cm만 높았더라도 세상이 바뀌었을 거라는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엄청난 미모를 지녀서는 아니었다. 만났던 '그 사람'과 너무 닮아서였다. 닮았다고 적기에는 너무 닮았다. 정말 도플갱어를 보는 듯했다.


사람이 첫눈에 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초 정도라고 한다. 이는 뇌 변연계에 2초 만에 페닐에타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서인데, 흔히 말하는 콩깍지가 씌는 마법의 순간이다. 그분에게 관심 이상의 호기심이 생겼다는 증거인 '쿵'을 경험한 이유가 닮았다는 호기심에서인지, 2초 만에 분비된 페닐에타아민인지, '그 사람'과의 추억이 생각나서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첫눈에 반한다는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던 어느 날의 그때로 순간 돌아갔음이다.


아마도, 그 이후의 러브스토리(?)를 궁금해하겠지만... 그분에게 번호를 묻지 않았음에 우연히 어느 길 위에서, 어느 장소에서 만나지 않는다면 더는 연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평균 2년의 주기를 가지는 페닐에아타민의 효과(연애 2년차에 권태기가 오는 이유)가 2시간만에 사라져서였을 수도 있고, 그저 '어떠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 생각을 '생각한다'라고 적기에는 문장이 모호해지지만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글 쓰는 사람은 사랑을 과학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어느 작가분에게 들은 적이 있다. 사랑을 과학이라 믿는 사람조차도 글을 읽을 때는 감정이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하셨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랑은 그저 '사랑'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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