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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내일 May 21. 2021

지나가다 누가 답 좀 알려주세요

독서모임은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하고 생존할까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감사하게도 텍스트에 파묻혀 살고 있다. 숨 쉬는 시간을 제외하곤 요청 들어온 원고를 써 내려가느라 정신이 없다. 눈만 뜨면 노트북을 켜고, 눈을 감아도 꿈에서 타자를 치는 수준이다. 그래도 숨 쉴 구멍 하나 힘들게 파내어 어떻게 하면 북텐츠가 잘 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참고로 북텐츠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서기반 커뮤니티이다. 쉽게 말해 십여 개의 개별 독서모임을 통합 운영하는  단체이다. 코로나 탓만을 하기엔 세상사 다 그렇듯 위기에는 기회가 숨어있다. 그것을 어떻게 발견하고 손에 쥐는지가 중요하다. 이 글을 읽고 고민하는 부분에 일부의 의견이라도 담아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1. 금액을 내릴까.

주변에서 늘 듣는 말이다. 독서모임에 대한 사람들의 금액 기준이 높지 않으니 참가비를 내려야 한다고 한다. 특히 지방이니 더 그렇다고 한다. 얼마면 될까 물으면 1회당 10,000원~15,000원이 적정하지 않을까 이야기한다. 현재 모임 참가비는 모임별 특성마다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앞선 금액보다 상회한다. 누군가에게는 비싸다면 비싼 가격이기도, 물가 대비 적정 가격이기도, 생각보다 싼 가격이기도 할 것이다.

20여 평의 공간 규모와 클럽장 수의 부족으로 인해 총모임의 수가 한정적이다. 질적으로도 그렇지만 코로나 시대에서 한 모임에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순 없다. 결국 모임 수의 제한은 총인원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당 금액이 줄면 결국 수익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온라인처럼 박리다매를 하기엔 짊어지고 가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책이니까, 문화니까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책과 문화란 측면에서 공익과 관련이 있다는 측면은 충분히 인정하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돈을 벌지 않는 공익사업을 원하지 않는다. 며칠 전 오랫동안 문화업을 하고 계신 한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왜 문화사업은 늘 돈을 최대 2순위에 둬야 하나.


주변에 문화업을 하시던 분들 중 열에 아홉은 결국 돈이 안 되어서 손을 놓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비용을 비싸게 받는 곳일지라도 잘 되는 곳은 잘 된다는 것.



2. 콘텐츠를 다양하게 할까.

지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중 콘텐츠 수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고 자부한다. 양과 질이 비례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콘텐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어떠한 매력이 없으면 사람들의 시선을 잡지 못한다는 것도. 사실 콘텐츠라는 게 뚝딱 나오지 않는다는 건 기획을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기획의 신 같은 그런 위대한 존재는 아니다.

현재 업 상황상 콘텐츠에 아이디어를 쏟을 인력 풀이 많이 부족하다. 거의 전무하다고 보는 게 맞다. 한쪽에서는 지원 사업 쳐내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나 혼자 아이디어를 짜낸다. 한계점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것은 많다. 결국 시간과 에너지 문제이다. 시간이 있어야 생각을 하고, 에너지가 있어야 이끌고 나갈 테니. 아쉽게도 혼자 콘텐츠를 끌고 갈 수도 없거니와, 그럴 힘도 마땅치 않은 듯하다. 누군가 이끌어 줄 사람이 있다면 힘껏 밀어줄 자신은 있다. 누군가 우렁각시처럼 뿅하고 나타났으면 좋겠다.



3. 마케팅과 홍보에 몰두해야 할까.

운영 및 기획을 진행할 때 가장 쉬운 건 돈을 쏟아붓는 것이다. 안 되는 기획도 되게 하는 게 돈일 테니. 관련 책을 읽고 오랫동안 업을 하면서 일정의 지식은 쌓아놓았다. 다만 그걸 풀어가기엔 기술, 자본, 시간이 걸린다. 적고 보니 다 걸리는구나.

아주 작은 단체다 보니 행사 관련하여 SNS 광고로 10만 원 쓰는데도 손이 덜덜 거린다. 핫하다는 유튜브 광고는 쳐다보지도 못한다. 중소 기획사를 다니는 친구는 이 느낌을 안다고 했다. 그 회사는 광고비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XX라고 답을 했다. 아, 우리는 그렇다 쳐도 저기는 무슨 생각일까, 했다. 10만 원으로 100만 원치 효과를 바라진 않는다. 그런데 30만 원치를 바라는 건 막연한 욕심일까.



4. 온라인에 몰두할까

독서모임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단체로서 오프라인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못해 목에 칼이 들어온 것과 진배없다. 코로나 시대의 유일한 탈출구는 온라인임을 대부분 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막대한 수익을 버는 단체도 보았다. 대부분 물건을 판매하는 단체긴 해도. 많은 독서모임이 울며 겨자 먹기 혹은 기회로 보고 온라인 모임을 진행한다.

온라인 모임의 장점, 충분히 많다. <이방인>을 두고 미국, 프랑스에 있는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최상의 기회이다. 다만 독서모임의 특성상 온라인 모임의 한계점이 분명하다. 가장 큰 부분은 사람들이 오프라인에 익숙한 수준이 아니라 맞춤옷이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옷이 예뻐 보여도 몸에 안 맞는 듯하거나, 유별나게 튀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듯하다. 새로운 옷이 명품 브랜드라면 맞춤옷이 될 수 있긴 할 것 같다.




부정은 부정을 만들고, 긍정은 긍정을 만든다. 누구보다 잘 알기에 수없이 긍정적이려 노력한다. 걷어차인 고양이 효과는 원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쓰던 글을 잠시 멈추고 새벽에 이 글을 급하게 적는다. 글을 적다가도 이 생각이 들어서 글이 막히기도 한다. 내 고민을 이 글에 툭 던져놓고 도망가는 것이다.


첫 문장을 시작으로 여기까지 정확히 20분 걸린 듯하다. 계속 생각하는 부분이라 빨리 쓴 것도 있지만 여기서 시간이 잡히면 오늘 노트북을 닿는 시간도 밀려난다는 본능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3,000자 조금 안 될 것 같다. 브런치에 오는 사람들은 일정 글을 써 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3,000자를 20분 안에 적기란 꽤 만만치 않다. 당연히 세상에 고수는 많고, 예외는 있으니 그 부분은 빼고 말이다.


누군가 지나가다가 이 글을 보고 '아이고, 내가 잘 아는 분야네. 고민을 해결해줘야겠군' 이란 생각으로 일련의 답을 던져주면 좋을 것 같다. '툭' 하고 말이다. 정답이 아니더라도 의견에 의견은 방향성을 만들 수 있다고 여긴다. 혹시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이길 바란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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