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에 대한 단상 #1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한다.
감춰져야만 했던 여성의 능력들이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고 시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여성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유리천장이라는 개념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중이나, 아프리카는 아직 한참 멀었다. 정확히는 내가 보고 겪고 있는 서아프리카는 아직 한참 멀었다.
서아프리카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어쩌면 너무 쉽게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런 힘도 없이 살아가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자 및 현지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들은 이미 그들이 수 없이 고민했고 누군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계속 고민 중인 것 들이었다. 그리고 나와 사람들이 서아프리카에서 여성의 삶이 힘든 3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이슬람 문화이다.
서아프리카는 대부분 이슬람 문화권에 있다. 개신교를 믿는 국가도 있지만 절반은 이슬람을 믿는다. 이슬람은 다른 문화에 비해 폐쇄적인 것들이 많은데 특히 여성에게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 그중에 하나가 일부 다처제이다.
무슬림은 남자 한 명이 최대 네 명의 여성까지 아내로 둘 수가 있다. 다만 둘 수 있다는 범위일 뿐이지 의무는 아니다. 네 명의 여성을 두려면 기본적으로 돈이 많거나 혹은 다른 부분이 있어야 한다. 여성도 무턱대고 세 명의 여자를 아내로 두고 있는 남자를 자신의 상대로 삼지는 않는다.
문제는 일부다처제로 인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생각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슬람 국가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최대한 개방적인 사고방식으로 상대를 대하지만 무슬림 남성이 생각하는 여성에 대한 것에는 일부 동의할 수가 없었다.
한 번은 7명의 무슬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내린 결론은 남성이 4명의 여성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신들이 돈만 많다면 4명의 여성을 두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결론에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자신의 남편이 3명의 아내를 두고 있다는 것이 썩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왜 여성들은 그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 하는가, 혹은 첫 번째 부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남자가 3명의 아내를 더 둔다는 사실 또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사실 기분이 나쁜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네 말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첫 번째 여성의 입장에서는 자유라는 것을 가질 수 있다. 한 명의 남자를 가지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자유를 얻는 것이다. 또한 마지막 여성은 남자의 사랑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돈을 쓸 수 있는 확률도 높다. 많은 여성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이해하고 동의한다. 일부 이슬람 학교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기도 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당연히 그들은 소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수의 의견이지만 그 후에도 많은 남성을 만났을 때 이 부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성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그리 많지 않았고 일부는 이 의견에 동의하는 여성도 있었다.
두 번째는 성비 문제이다.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6명이 여성이고 4명은 남성이다. 나라의 내전으로 인해 많은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최근 들어 여성의 출생률도 조금 더 높은 추세라고 한다. 그렇다고 남자만 죽는 질병은 특별하게 없는 것 같다.
성비 문제는 첫 번째 이유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남성이 여성보다 적다 보니 일부 여성은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으며 자신의 가족을 가지지 못한다는 부담감이 생겨 이미 아내가 있는 남자와도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서아프리카에서는 돈이 많지 않아도 아내가 2, 3명 있는 남성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남성 또한 여자 친구를 많이 두려고 한다. 10대, 2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여자 친구의 수가 자신의 우월함을 표현하는 수단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많은 여자 친구를 둔 경우는 10명까지 봤다. 이는 소위 말하는 여자 사람 친구가 아닌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여자 친구이다. 그 친구에게 그럼 결혼은 언제, 누구랑 할 것이냐고 물으니 자신도 모른다고 했고 시간이 지나면 여자 친구들 중 한 명과 하지 않겠냐고 나에게 답했다. 그는 돈이 많이 없어서 4명의 아내를 두고 싶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반대로 여성의 입장에서는 한 명 혹은 최고 두 명의 남자 친구를 두는 사람을 보고 들었다.
세 번째는 아프리카 자체이다.
이슬람을 믿지 않고 성비가 균등하다고 해도 아프리카 전역에 가지고 있는 여성의 문제는 세 번째의 이유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지금도 아프리카는 아직까지 많은 정보가 통제되어있다. 실제로 N포탈에 시에라리온을 검색하면 매우 제한적인 내용만 접하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의 시스템 또한 좋아지고 글로벌화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라는 말이 적당하다.
아프리카는 아직까지도 전통 부족 문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옛날의 관습 아닌 관습 또한 이어지고 있다. 남자는 사냥을 하고 여자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관습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것이다.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도 돈을 번다는 것이 일부 변경되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하는 큰 사람이고 여성은 아이를 낳고 안에서 일을 하는 작은 사람이라는 개념이 남아 있다.
이는 여성이라는 의미를 남성의 아래로 보는 경향도 종종 있으며, 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이를 기반으로 벌어질 때도 있다. 여성은 남성이 성관계에 미쳐있다고 생각하지만 남성은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서로 간의 이해 불일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강간 및 낙태 문제가 아프리카 전역에 자리 잡게 되었다. 분명 콘돔은 현지인들에게 절대 저렴하지 않은 물건이지만 여성의 안전과 미래보다 자신의 성욕을 저해시킨다는 남자들만의 관념 또한 남아있는 것이다.
성관계에서 남성은 과정을 중요시하고 여성은 결과를 중요시한다. 여성도 과정을 중요시하지만 남성만큼은 아니다. 문제는 결과에서 발생한다. 잘못된 성관계는 여성의 질병을 발생시키거나 원하지 않는 아이를 갖게 한다. 질병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원하지 않는 아이는 전적으로 남성의 몫이 크다. 남성들은 여성이 아이를 좋아하기에 무조건 낳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를 수 없다고 판단되면 여성은 낙태를 선택한다.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문제가 되는 것은 남성의 선택이다. 연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성관계는 그나마 괜찮으나 하루 밤의 관계나 강압으로 인한 관계는 대부분 남성이 떠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아프리카는 미혼모 혹은 미성년자가 아이를 갖는다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죄인 취급까지는 받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가끔 이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기에 위로해주려고 한다.
경제적인 문제 또한 발생한다.
실제로 미혼모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한정되어 있다. 가정부 혹은 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인데 당연히 최저 월급에 가깝기에 풍족한 생활을 하기가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이마저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아프리카 정부에서는 예전과는 다르게 질병이 아닌 기아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줄고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리 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아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는 실제로 미혼모의 가정이 많고 질병 또한 비슷하다. 이곳에서 느낀 결과 질병 또한 결국 경제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이 모든 것이 개인의 문제이냐 라고 한다면 정부의 문제 또한 크다고 말하고 싶다.
아프리카에서도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해 이전보다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으나 탁상행정이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여성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표면적으로만 보일 뿐 실상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외국 봉사자들은 Difficult 가 아닌 Impossib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렵다는 그 개념 이상이다.
정부에서는 이전부터 콘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최근에는 무료로 일부 나눠주기도 한다. 어차피 음지에서 발생할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다. 또한 조기교육을 통한 올바른 성교육 확립을 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짝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실제로 성교육을 실시하는 곳들은 대부분 선교 관련 학교이거나 봉사단체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콘돔을 무료로 주는 행사도 정치권에서 이야기 나오거나 기업에서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아프리카 전통 관습인 여성할례와 조혼 등이 여성의 인권과 사회진출에 반하는 악습 중의 하나인데 정부는 이를 제재하려고도 하지만 아프리카만의 전통인양 그냥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여성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최근에는 점점 변화의 움직임 또한 생기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학교나 봉사단체에서 성교육을 주기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한주에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씩의 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교육을 확립시키고자 하는 것인데, 여성들이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가끔 토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성이라는 단어에 민감하여 수줍어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자신의 의견을 적당히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 시에도 강사는 섹스나 임신, 콘돔 등 어쩌면 자극적일 수 있는 단어들을 서슴없이 표현하는데 어차피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을 음지에 가두지 말자는 취지도 있다고 한다.
나는 중학교 때 처음 성교육을 들었는데 당시에는 구성애라는 강사가 청소년 성 확립의 전도사였다. 지금 생각하면 전혀 야하지도 않았던 이야기들이 당시에는 낯부끄러울 만큼 얼굴을 붉히는 이야기들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어떠할지는 모르지만 아프리카만큼 직설적이어야지 올바른 성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해 아이를 가지게 된 경우라 하더라도 남편과 정식적인 결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결혼이라는 족쇄를 스스로 채우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성들도 여성들의 이러한 선택에 존중하는 분위기도 늘고 있으며 결혼하지 않고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양육을 책임지는 것이다.
세상 어느 나라건 중요한 선거 시기에는 후보자가 수많은 공약을 들고 나오는데 최근 아프리카의 화두는 자국민이 잘 살자 와 여성평등에 관한 것이다.
이 부분은 공약이기에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지만 분명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서아프리카는 유리천장이 아닌 다이아몬드 천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이아몬드를 깰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그 시기가 빨랐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바람이다.
저는 최근 이슈 되고 있는 페미니즘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며 그렇다고 남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아프리카에 머물면서 보고 느끼는 일부의 사실에 저의 견해를 조금 덧붙었을 뿐입니다. 혹시나 핀트를 벗어난 부분이 있다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내용에 대한 오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적 부탁드립니다.
서아프리카에 대한 책을 출판하기 위해 원고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정보와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지만 끝은 보려고 합니다.
이 글들은 책에 작성 될 내용의 일부가 될 수도 있기에 글의 내용중에 오류가 있다면 꼭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시에라리온 Bo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