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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내일 Dec 09. 2018

글을 쓰는 이유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어릴 적 작가를 꿈꿨다. 내가 글을 잘 적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 썼던 인터넷 소설은 나름 (내 기준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다.

(내가 소설을 썼다는 것은 나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 순간 행복했고, 쓰기까지의 그 순간은 더욱 행복했다.

글은 내 마음의 안정제였고, 내 욕구를 밖으로 꺼내는 매개체였다.

.

.


성인이 되고, 나는 작가의 꿈을 접었다. 단순했다. 내가 글을 잘 못 적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 썼던 소설은 그 당시의 흐름에 편승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쓰기 위해 문예창작과 나 국문학과를 선택하지도 않았다. 특별한 지식이 있을 정도로 똑똑하지도 않았다.
그저 작가는 내가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퇴사 후 세계 일주 중 아프리카 세네갈(Senegal) 팔마린(Palmarine)에 머물 때였다.
해변에 걸쳐진 해먹에 누워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네이버를 둘러보다 문득 검색창에 베스트셀러를 입력했다. 검색창에는 수많은 책이 나를 봐달라며 손짓하고 있었고, 그중에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백지 위에 그려진 검은색 제목 몇 글자 그리고 한 사람의 얼굴과 더불어 책 띠지에 쓰인

왜, 책을 읽으라고는 하면서 쓰라고는 하지 않을까?

끌리듯 E-BOOK으로 구매하고 몇 시간 동안 해먹에 누워 정독했다.



책을 다 읽고 결심했다.


글을 쓰기로


을 쓰기 시작했다.
여행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을 썼다.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을 썼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을 썼다.
이렇게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을 썼다.
내 지인 중에 책을 출간 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을 써야 할까요,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냥 무턱대고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에 와서 책의 저자이자 이 길을 걷게 한 이혁백 작가님을 만났다. 어릴 때 내 아이돌이었던 핑클을 다시 만난다고 해도 이만큼 떨렸을까 싶다. 그와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한 권의 책이 아닌 '내 책'을 쓰기로
작가가 되기로






시집과 여행 책 출간 이후에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예전과 같이 16시간씩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글을 쓰고 있다.

그 결과는 빠르면 12월 말, 늦으면 1월 초에 새로운 책(에세이)으로 나온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자, '나'라는 자아를 찾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학생과 성인에게도 틈만 나면 이야기하고 있다. 글 전파 다단계 중이다.

운이 좋게도 누군가는 나를 보고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해주고는 하는데,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기분이 좋다. 아니, 행복하다.



내 삶에서 팔마린 해변에서의 그 순간은 정말 찰나였을 것이다. 그 찰나의 순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세상의 변화는 찰나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한 사람의 변화도 찰나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나는 믿는다.

그래서 글을 쓴다.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자발적) 백수에 관한 1인칭 시점의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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