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홈스쿨링

사이좋은 가족

by 쨈빵



매거진 이름을 바꾸고 싶어서 고민을 해봤다. 우리 집 홈스쿨링에 어울리는 수식어가 뭘까?


아이들 성향을 존중하는 편이니까, ‘다 되는 홈스쿨링?’ 틀 없이 자유분방하니까 ‘깨는 홈스쿨링?’ 많이 노니까 ‘노는 홈스쿨링?’ 어째 이름들이 하나같이 불량하다.








‘괜찮을까?’ 홈스쿨링을 고민하면서 많이 떠올릴 문장이 아닐까 싶다. 학교 친구들 없어도 괜찮을까, 선생님 없이도 괜찮을까, 시간표 없이도 괜찮을까. 학교를 다녀도 진짜 괜찮을까. 시원한 답을 원하는 분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 정말 ...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유가 ‘아까워서’라고 밝힌 바가 있다. 몇 년째 붙어지내다보니 아이들의 하루 감정 기복, 한 달의 변화, 일 년의 성장을 여실히 알 수 있다. 학교에 보냈다면 못 보고 몰랐을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 믿는다. 아이들에 대해 다 안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이 수두룩하다). 아이들 어린 시절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게 홈스쿨링의 큰 이점이다.


우리는 홈스쿨링에 매우 만족한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랬다. 앞으로는 더 좋을 것 같다. 솔직히 주위에 추천하고 싶다. 물어오는 이가 (있다면, 친절하고 자세하게 얘기해주고 싶은데) 없어서 아쉽다.


혹, 엄마만 좋아하는 거 아니냐 의구심을 가질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시길.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갈 때(방학이나 거리두기 원격수업) 과연 엄마가 얼마나 좋은지. 밥, 공부 말고도 챙기고 맞춰줘야 할 것이 다양하기도 하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없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아이들과 떨어질 수가 없다.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이 하루에 여러 번 펼쳐진다 (이쯤 되면 홈스쿨링 왜 하나 싶을 듯). 홈스쿨링이 엄마 좋자고 할 것은 못 된다는 뜻이다.


그럼, 학교 안 가는 아이들만 신난 게 홈스쿨링일까? 학기 중에도 등교하지 않았던 코시국. 아이들이 행복하기만 했을지 의문이다. 제발 학교 좀 갔으면 좋겠다는 믿지 못할 고백을 들어보지 않으셨는지.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집. 24시간, 365일을 부모 형제와 함께 한다 (이 정도면 홈스쿨링이 아니라 교도소 느낌). 아이들이 홈스쿨링을 진짜 좋아해야 길게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엄마도 아이도 힘든 홈스쿨링을 몇 년째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글은 부모도 아이도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가정이라면 하나도 안 궁금할 내용이라는 점을 새삼 짚고 넘어간다). 엄마가 아동학이나 교육학 전공? 아이들이 공부를 엄청 좋아하는 순둥이들인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학원을 과목별로 돌릴 지도? 그랬으면 더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해당 사항이 하나도 없다.



2018년 늦가을



시간이 지날수록 홈스쿨링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별로 힘들지가 않아서다. 편해서다. 자유로워서다. 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아서다. 매거진 이름을 ‘괜찮은 홈스쿨링’으로 정한 이유를 말하려다 여기까지 왔다. 흐흐흐.


아무리 좋은 사이도 오래 붙어 지내다 보면, 불편하고 싫은 모습이 보이기 마련이다. 평생 사랑하기로 한 부부, 진짜 잘 맞는 오랜 친구도 이런 고충을 피하기 어렵다. 친밀과 거리를 적절히 조절해야 계속 애틋하고 소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홈스쿨링을 하면 한 공간에서 늘 같이 지내야 한다. 절대적으로 사이가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부모-자녀 사이의 애정과 신뢰가 공고해야, 형제-자매 사이에 문제가 생겨도 안정을 지킬 수 있다. 아이들끼리 다투더라도, 부모-자녀 간 유대가 좋으면 부모의 조율이나 조언을 잘 받아들인다. 한결같은 사랑을 베풀어주는 부모가 중심을 잡아주면, 곧 평화의 균형을 찾게 된다.


부모-자녀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부부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평소에 오해와 갈등을 잘 해결하는 부부라면 위기 상황에서 쉽게 한 목소리를 낸다. 부부가 같은 방향에 서야 아이와 안정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가정의 화목은 중요하다. 하지만, 항상 같이 있다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부-부모-형제 사이의 친밀함은 홈스쿨링의 필수 조건이다 (안정적인 가족관계를 전제하고, 홈스쿨링을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동심에 대한 이해, 성별에 대한 이해, 사춘기에 대한 이해.. 이해해야 할 것이 참 많다. 아이들도 나에 대해 그렇다. 나이에 대한 이해, 체력에 대한 이해, 집안일에 대한 이해..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의 사회성>은 ‘가족 간의 이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달된다.


‘괜찮은 홈스쿨링’이 가능한 것은 가족 관계가 계속 ‘괜찮기’ 때문이다. 관계가 틀어지면 진행이 안 되는 일이 많지만, 홈스쿨링이야 말로 가족끼리 사이가 좋아야 지속할 수 있다. 붙어 앉아 다투는 분위기라면 홈스쿨링이고 뭣이고 집에 있는 자체가 괴롭지 않겠는가.






홈스쿨링 해도 괜찮다고 ‘꾀는’ 뉘앙스로 오해할까 조심스럽다. 그런데 여기서 또 분명히 할 것은, 누구네가 홈스쿨링을 하든 안 하든 우리 가정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 홈스쿨링을 하고 싶은데 걱정이 많은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을 뿐이다.












이미지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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