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요, 투게더
브런치가 좋았다. 그래서 친해지고 싶었다. '내 이름과 글에 달린 숫자들도 언젠가는 묵직해지려나? 홈에 내 글 제목이 걸리고, 독자들과 소통도 하면 정말 재밌겠다.' 이곳에 발을 들인 처음 얼마 간, 그런 생각만으로 달달했다.
교회 동생들과 노래방에 간 적이 있다. 무려 한일월드컵 때의 추억. 다들 노래를 정말 잘해서 놀랐다. 내가 여태 가수들이랑 교회를 다녔구먼.
'이 정도 실력이 돼야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는 거구나.' 나는 도저히 곡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듣는 것만으로 황송한 노래들 사이에서 감히 한 곡을 부를 자신이 없었다. 넋을 놓은 나에게 '언니도 한 곡 불러' 한다. 거절하기가 미안해 한 곡 불렀다. 목소리가 나오는 건지 들어가는 건지 알 수 없는 묘한 창법. 아오. 괜히 불렀다.
이곳 브런치는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는 전국 노래자랑 같은 글쓰기 무대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마이크를 잡아보는 영광을 누린다. 히든싱어 같기도 하다. 무명의 실력자가 기회를 얻고, 상상 못 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올라온 글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글을 대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많은 작가 분들의 글이 콩, 밤, 단호박, 대추가 들어간 고급스러운 찰떡이라면, 내 글은 퍼석한 뻥튀기 같다. 모두 글이-곡식으로 만들었-지만 질감이 다르고, 밀도와 중량감이 다르다. 읽고 난 뒤에 속이 든든하게 차오르는 글들에 비하면, 내 글은 형편없이 얄팍하고 가볍다. 그대로 후진하고 싶은 민망함. 나 대체 왜 자꾸 여기에 글 쓰는 거니?
그 옛날 노래방에서 '괜히 불렀다' 했던 불편한 마음이 되었다. 코웃음 흥흥 뿜으면서, 쓰기로 했건만 무슨 이유인지 글을 쓸 마음이 안 생긴다. 2주 정도 글을 쓰지 않았다.
왜 요즘, 글 안 올리세요?' 하는 지인의 메시지를 받았다. '부끄러움과 자신감의 문제로 뜸해지고 있답니다.' 최대한 솔직한 마음을 답했다. 글을 기다린다는 그분의 응원이 '언니도 한 곡 부르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송가인과 임영웅이 한가득인 이곳에서 말이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알아챘다. 나도 브런치 선생님들(글 잘 쓰면 선생님)처럼, 읽는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뭉클해져서, 나도 모르게 '라이킷'을 누르게 되는 그런 글. 그런데 나는 퍼석거리는 글 밖에 못 쓰니, 신명이 안 나는 것이다. 이 글조차 그러하니, 속이 울렁인다.
그런데 나도 참 딱하다.
나 자신이여, 그럼 그대는 자신이 송가인인 줄 알고 마이크를 잡았나? 그건 아니지. 그럼 그냥 편하게 불러. 가수만 노래하는 거면, 전국 노래자랑이 왜 있겠니. 그럼 나 혼자 좋고 그만이잖아. 왜 혼자야. 이 프로그램 애청자가 얼마고, 오늘 오신 방청객들도 계신데. 설마, 연말 결산 대상 같은 큰 그림 그리는 건 아니지?
암요 암요. 애초에 그런 꿈은 없었어. 근데 나 왜 부담스러워 한 거니? 본선 진출했을 때의 설렘이 떠오른다. 연습 많이 해서 정성껏 잘 불러야지!
남편은 탁구 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강습을 받기도 하고,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동네 탁구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즐겁다. 더 잘 치고 싶어서 연구도 연습도 하지만, 실력이 안 는다고 탁구를 접지는 않는다. 선수 출신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좌절하지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네 박자'를 불러야겠다. 영양 찰떡같은 글 자락이 나올 기대는 한쪽에 내려놓고, 계속 박자를 타련다. 쿵짜라 쿵작~! 부담을 못 버리고 무리를 하다가 성대결절이 올지, 기적같이 득음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뻥튀기 한 마리 몰고 가시는 구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오늘 한 번 스쳐가시는 방청객분들, 반갑고요~ 브런치 선생님들, 제가 정말 라이킷 해요~
글로 만난 우리 사이, 함께 해요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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