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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쨈빵 May 05. 2021

뻥튀기 인간의 얄팍한 글쓰기

함께 해요, 투게더






 브런치가 좋았다. 그래서 친해지고 싶었다. '내 이름과 글에 달린 숫자들도 언젠가는 묵직해지려나? 홈에 내 글 제목이 걸리고, 독자들과 소통도 하면 정말 재밌겠다.' 이곳에 발을 들인 처음 얼마 간, 그런 생각만으로 달달했다.


 교회 동생들과 노래방에 간 적이 있다. 무려 한일월드컵 때의 추억. 다들 노래를 정말 잘해서 놀랐다. 내가 여태 가수들이랑 교회를 다녔구먼.

 ' 정도 실력이 돼야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는 거구나.' 나는 도저히  예약을  수가 없었다. 듣는 것만으로 황송한 노래들 사이에서 감히  곡을 부를 자신이 없었다. 넋을 놓은 나에게 '언니도   불러' 한다. 거절하기가 미안해   불렀다. 목소리가 나오는 건지 들어가는 건지   없는 묘한 창법. 아오. 괜히 불렀다.


 이곳 브런치는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는 전국 노래자랑 같은 글쓰기 무대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마이크를 잡아보는 영광을 누린다. 히든싱어 같기도 하다. 무명의 실력자가 기회를 얻고, 상상 못 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올라온 글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글을 대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많은 작가 분들의 글이 콩, 밤, 단호박, 대추가 들어간 고급스러운 찰떡이라면, 내 글은 퍼석한 뻥튀기 같다. 모두 글이-곡식으로 만들었-지만 질감이 다르고, 밀도와 중량감이 다르다. 읽고 난 뒤에 속이 든든하게 차오르는 글들에 비하면, 내 글은 형편없이 얄팍하고 가볍다. 그대로 후진하고 싶은 민망함. 나 대체 왜 자꾸 여기에 글 쓰는 거니?


 그 옛날 노래방에서 '괜히 불렀다' 했던 불편한 마음이 되었다. 코웃음 흥흥 뿜으면서, 쓰기로 했건만​ 무슨 이유인지 글을 쓸 마음이 안 생긴다. 2주 정도 글을 쓰지 않았다.

  왜 요즘, 글 안 올리세요?' 하는 지인의 메시지를 받았다. '부끄러움과 자신감의 문제로 뜸해지고 있답니다.' 최대한 솔직한 마음을 답했다. 글을 기다린다는 그분의 응원이 '언니도 한 곡 부르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송가인과 임영웅이 한가득인 이곳에서 말이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알아챘다. 나도 브런치 선생님들(글 잘 쓰면 선생님)처럼, 읽는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뭉클해져서, 나도 모르게 '라이킷'을 누르게 되는 그런 글. 그런데 나는 퍼석거리는 글 밖에 못 쓰니, 신명이 안 나는 것이다. 이 글조차 그러하니, 속이 울렁인다.


 그런데 나도 참 딱하다.

 나 자신이여, 그럼 그대는 자신이 송가인인 줄 알고 마이크를 잡았나? 그건 아니지. 그럼 그냥 편하게 불러. 가수만 노래하는 거면, 전국 노래자랑이 왜 있겠니. 그럼 나 혼자 좋고 그만이잖아. 왜 혼자야. 이 프로그램 애청자가 얼마고, 오늘 오신 방청객들도 계신데. 설마, 연말 결산 대상 같은 큰 그림 그리는 건 아니지? 

 암요 암요. 애초에 그런 꿈은 없었어. 근데 나 왜 부담스러워 한 거니? 본선 진출했을 때의 설렘이 떠오른다. 연습 많이 해서 정성껏 잘 불러야지!


 남편은 탁구 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강습을 받기도 하고,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동네 탁구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즐겁다. 더 잘 치고 싶어서 연구도 연습도 하지만, 실력이 안 는다고 탁구를 접지는 않는다. 선수 출신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좌절하지도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네 박자'를 불러야겠다. 영양 찰떡같은 글 자락이 나올 기대는 한쪽에 내려놓고, 계속 박자를 타련다. 쿵짜라 쿵작~! 부담을 못 버리고 무리를 하다가 성대결절이 올지, 기적같이 득음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뻥튀기 한 마리 몰고 가시는 구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오늘 한 번 스쳐가시는 방청객분들, 반갑고요~ 브런치 선생님들, 제가 정말 라이킷 해요~


 글로 만난 우리 사이, 함께 해요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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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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