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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쨈빵 Jun 17. 2021

댓글의 난이도

소심한 진심






 브런치 입문, 석 달. 아직 적응 중입니다.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여기 쓴 글에 맨 처음 댓글이 달렸을 때, 오메 심장이 어찌나 뛰던지요. '댓글을 남겼다'는 알림이 올 때면, 요즘도 두근두근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어떡해! 뭐라고 답해야 하지?


 글 한 편 쓰는 게 어렵습니다. 수없이 읽고 고치느라 온 정신을 집중해요(발행 이후에도 많이 고칩니다. 양심 고백).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한 땀 한 땀 만만치가 않아요. 만약 종이에다 글을 썼다면 원고가 너덜너덜했을 거예요.


 제 글을 읽는 분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잘 읽었다고 하트 뿅 해주시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관심과 격려의 댓글까지 남겨주시면 감개무량입니다. 그 정성에 힘껏 호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너무나 어렵더군요. 댓글(혹은 대댓글) 쓰기. 블로그나 SNS를 전혀 안 해봐서인지, 댓글에 대한 감각이 많이 둔합니다. 여러분은 어쩜 그리 척척 댓글을 쓰고 답까지 하시는 건가요? 쩝..


 문해력 부족 때문일 수 있습니다. (댓)글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어휘력이 모자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적절한 표현을 못 찾는 거니까요. 자신감도 적어요. 주저하느라 시간만 갑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싱거운 답을 할 때가 많습니다. 마음은 뜨겁지만(!), 대꾸는 미지근하게 해버려요. 댓글을 달아주신 고마운 분께 실수할까 봐서요. 선을 넘거나, 실례를 하면 안 되잖아요.


 맞아요. 저는 말이나 행동 전에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간단한 카톡 메시지도 심사숙고해서 작성해요. 여러 번 수정해서 전송하고요. 더구나 댓글은  모르는 분에게 짧은 글을 남기는 거잖아요. 저에게는 난이도 최상입니다. '댓글을 관통하는 대댓글쓰기', 너무 어려워요.


 본인의 글에 달린 댓글에 답을 전혀 안 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시더군요. 용감하고 멋지게 보입니다. 불친절로 오해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개의치 않으시는 거잖아요. 댓글을 쓸 의지를 존중하면서 대댓글을 쓰지 않는 자유를 갖는 듯 보입니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이제는 필명이 익숙해진 작가분들이 꽤 많습니다. 글을 읽을수록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지식의 깊이, 겸손함, 사람에 대한 이해와 재치까지. 클래스의 차이를 느끼며 재밌게 읽고 나면, 저도 그 아래 댓글을 달고 싶을 때가 있어요. 또 소심병이 도지는 순간입니다. 이 작가분은 나를 모르시는데? 어색함에 혼자 허우적댑니다. 글을 제대로 이해 못 했을까봐, 댓글 생각하다 말고 다시 글로 가봅니다.


 단어의 온도, 뉘앙스, 문장부호까지 고민하며 벌써 여러번 댓글을 쓰고 지웠습니다. 그러다가 에잇 쓰던 댓글창을 닫고맙니다. 그렇게 하트만 남기고 돌아설 땐, 하트를 여러 번 누를 수 없다는 게 아쉬운 마음입니다.



제가 1일 1봉 하는 최애 과자입니다. 같이 드시지요^^



 가끔 큰 결심을 하고 댓글을 남길 때도 있어요. '발행' 할 때 못지않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실은 어제도 댓글 하나를 남겼거든요. 그런데 제가 글에 나온 한 어구語句의 뜻을 잘 모르고 댓글로 다소 엉뚱한 소리를 했지 뭡니까. 그럴 수 있지 생각하면서도, 살짝 움츠러들었어요. 불과 얼마 전, 댓글 사고(?)를 내고 자숙했던 생각이 난 것이지요.


 한 작가님이 진지한 내용의 글을 올리셨는데, 제가 분위기에 맞지 않게 활짝 웃으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심정을 댓글로 써버렸고요. 흐흐흐. 댓글 내용을 의아해하는 그분의 답에, 제가 얼마나 민망했게요? 물론 작가님은 충분히 젠틀한 답을 다셨지만, 그렇다고 제 주책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이 정도 불통不通인지 미처 몰랐어요. 자책하는 건 아니고요, 자각이라고 하는 게 좋겠군요. 물론 제 브런치 라이프에는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말귀를 못 알아들어도 글은 (제멋대로) 쓸 수 있으니까요. 단지, 이해 부족이나 오해의 문장을 흘리고 다니는 것은 민폐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게 되는 거죠.






 독자로서, 티키타카의 댓글을 서슴없이 남기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입니다. 작가로서, 더 풍성하고 강렬하게 반응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는 진심이고요.


 댓글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댓글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장은 단순하지만,

 수줍은 제 마음은 굉장히 복잡하답니다.









대문 이미지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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