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만큼 쓰기

적게 읽고 적게 쓰는 와중에

 책을 좋아하지만, 쌓아놓고 쭉쭉 읽어내는 사람이 못 된다. 혹시 난독증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읽는 것이 어렵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독서량이 급격히 줄었고, 아무리 읽어보려 해도 글이 읽어지지 않는 증상도 그때쯤부터 시작되었다. 읽는 양이 적어서일까. 술술 써지지가 않는다.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 다독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고 도전이 되었고 나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으려고 애쓴다. 읽은 만큼 쓸 수 있다는 걸 이곳에서 배웠다. 

 들어온 글은 내 안 어딘가에 머물며 나를 즐겁게도 괴롭게도 한다. 그런 글을 읽을 수 있어 즐겁고 나는 쓸 수 없는 글이라 괴롭다. 새로 들어온 문장은 원래 내 안에 있던 다른 문장들과 만나 뒤섞인다. 여기저기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더해진다. 하나의 생각이 글의 모양을 갖추려면 이리 뒤집고 저리 돌리느라 공이 많이 든다. 가끔은 문득 든 생각들로 쉽게 틀이 잡히는 날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내 안 어딘가에 있던 것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리라. 새로운 문장들에 밀려 드디어 밖으로 나갈 때가 된다. 들어올 땐 남의 문장이었으나, 나갈 때는 내 문장이 되는 게 재미있다. 몇 개의 문장이 만났는지 어느 생각의 가위로 잘라 어떤 감정의 풀로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들어올 때와 사뭇 다른 '나만의 것'이 되었다. 어디서 본 듯 한 이유는 전에 쓴 글에서 얼마 자라지 않아서겠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문장들만 들여보냈으니, 내놓는 글도 그만큼이고. 쪼갰다 붙이는 실력이 부끄럽지만 딱 나만큼이다.

 그래도 신이 나서 으쓱으쓱 한다. 뭐 그저 재미로 쓰는 거지. 마음에 없는 허영을 부린다. 본심은 저 아래에서 '읽어주세요, 잘 썼다고 해주세요, 앞으로 더 잘 쓸 것 같다고 해주세요 제발!'을 외치고 있다. 딱히 누구를 향한 소리가 아니니, 돌아오는 답이 없다. 나는 양손을 허리를 올리고 나에게 조곤조곤 알려준다. 그러니까 좀 잘 쓰라고! 어?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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