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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쨈빵 Sep 14. 2021

모르지만 아는 사이

우리는 글친






 처음에는   신경 쓰느라, 브런치의 다른 글에 관심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적극적인 독자가 되어야  글도 읽히는 이곳의 체계를 알게 됐다. 글에 대한 반응은 ‘발행 연료 된다. 계속 쓰고 싶어서 하트 모양 연료를 찾아 브런치를 헤맸다. 글쓰기는 즐겁기만   알았는데,  고단한 일이구나. 유치한 비교의식을 떨치지 못한 탓에 브런치가 고약하게 껴지기도 했다. 숫자에 초연하기 어려운 심리를 이용당하는  같아서다. 독자를 염두한 글쓰기가 처음이라 그런 건지,    올릴 때마다 생각이 무성했다. 여기에 마음을 두고 싶다가도 상처 받고 쓸쓸해질까 망설여졌다.


 진심의 구독과 좋아요가 있다는 사실도 점점 분명해졌다. 이곳을 얼굴책이나 별그램과 다른, ‘글방’으로 여기는 독자들이 있다. 그리고 읽을거리를 찾는 요구에 성실히 응하는 순정의 작가와 글들이 있다.


 쉼 없이 꾸준한 호흡으로 쓰시는 분, 영감과 글감이 만날 때 한 편 내주시는 분, 거부할 수 없는 작가정신으로 연재하시는 분… 업로드 간격이 다를 뿐, 어차피 우리는 작가라서 안 쓰고는 못 배긴다 (껄껄). 속으로 ‘우와’를 외치게 만드는 글에, 기분이 전환된다. 글과 이미지들에 직접 반응할 수 있어서 좋다. 출간 책이 '영화’라면, 브런치는 '버스킹'이다. 생동감, 현장감 넘치는 매력이 있다.


 위로와 공감, 응원을 주고받는다. 거리낌 없이 맞장구를 친다. 본 적도 없는 분들과 이렇게 통할 수 있다니. 수많은 글들이 쏟아지는 이곳에서, 우리는 읽고 읽히는 인연으로 얽혔다. 서로를 전혀 모르지만 글을 통해 잘 아는, 글친구가 되어간다.


 특히 댓글창은 무음의 수다로 와글거린다. 작은따옴표에 갇혀있던 '마음의 소리'가, (키보드) 자판으로 옮겨와 큰따옴표를 단다. 친절^^의 갈매기가 문장마다 끼룩거리고, 배꼽 잡는 ㅋㅋㅋ는 왜 이렇게 웃기냐며 길게 말뚝박기를 한다. 공감과 연민의 눈물이 ㅠㅠ 휴대폰 액정(컴퓨터 모니터)을 뜨겁게 타고 흐른다. 당연히, 오직 진심만 통한다.


 소리 없는 독자가 더 많다. 읽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마음을 짐작한다. 글을 안 썼다면 나 역시 그림자처럼 조용한 독자였을 것이다.


 필명으로 돈독한 친분을 쌓고 있는 글친님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여기서는 다정하고 재치 있는 작가님이지만, 현실의 본캐는 볼 빨간 부끄럼쟁이거나 무뚝뚝 건조 인간이실지 모른다 (바로 내 얘기).


 ‘사랑해요, 고마워요’ 말하기가 쉽지 않다. 묵직한 마음을 쉽고 가벼운 말에 담기가 조심스럽다. 괜히 말했다가 본심이 퇴색돼버릴 것 같다. 머릿속을 맴도는 문장을 소리로 바꾸지 못하고 심장만 쿵쾅대다 만다. 글로는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을 손편지를 써볼까? 불쑥 든 생각에 진지해진다.






 브런치를 들여다보며 흐뭇하게 웃는 나에게 으잉 놀랄 때가 있다. 사람이 많을수록 말수가 줄고, 처음 만난 이에게 먼저 말 걸기 어려워하는 자아를 브런치 밖에 두고 들어온 모양. 초면의(?) 작가님께 동네 반장처럼 ‘반갑습니다’를 건네고, 친한 작가님께 투정을 부리거나 너스레도 떤다. 글 한 편 완성하는 수고를 알기에, 댓글 작성에 기꺼이 작은 뇌를 풀가동한다.


 새 글에 찡긋 하트를 남기고 공들여 문장을 쓰고, 혼자 한없이 어색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기껏 달아 놓은 댓글을 삭제해버린다. 너무 거리낌 없이 대한 것 같아 민망하고 부끄러워 저지르는 짓이다. 흐흐.


 서로 다른 시공時空에서 쓰고 읽지만, 우리는 계속 만나고 있다. 각자의 브런치에 새겨진 글은, 읽는 모두를 향한 메시지다. 살기가 만만치 않지만 손 꼭 잡고 버텨보자고. 당신도 나도 귀하다고. 글로 하는 고백이다.


 말이 너무 어려워서, 말이 너무 쉬워서, 굳이 글로 쓰고 시간을 들여 읽는다. 이 번거로운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공감하고 눈 마주치고 웃어주는, 낯설고도 친근한 글친님들 덕에 이제 이곳에 마음을 둔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안부를 묻거나,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글친의 의리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다가 우리 진짜 만날 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지금도 충분히 좋지만요. 후훗.











이미지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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