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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호수 Mar 06. 2022

마음을 나누는 에세이 클럽

<안녕 나의 에세이> 6주차

7주간의 여정이 끝나간다. 내 인생 처음으로 진행하는 성인 대상 <에세이 클럽>.

내가 글을 쓰는 것과 남들이 글을 쓰는 것을 돕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일이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과도 전혀 다른 일.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인가. 시작하기도 전에 고민만 하는데 2~3주가 훌쩍 지났다. 그러면서도 어떤 분들과 함께 할까. 어떤 분위기로 진행이 될까.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어떤 글들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마음은 더 부풀어갔다.


그리고 지금 6주의 시간이 흘러간 지금. 마지막 한 주의 수업만을 남겨놓은 지금. 우리 에세이 클럽 카톡방은 분주하기 그지없다. 비록 카톡방으로 시시각각 올라오는 소식에 의존하고 있으나, 우리 카톡방은 어느 출판사의 가장 바쁜 편집실을 떠올리게 한다. 대여섯 개의 책상이 붙어 있고 그 위에는 온갖 서류뭉치와 책들이 잔뜩 쌓여있고 널부러져 있으며 왠지 진한 담배향이 자욱해야 할 것 같은 그런 편집실(요즘 편집실을 본 적이 없으며 옛날 만화에서 본 이미지가 전부다). 지금 우리 에세이클럽 카톡방은 마치 그런 오래된 출판사 편집실의 분위기가 난다. 마지막 글들을 올리느라, 전자책 편집을 하느라, 표지를 고르느라, 글을 다듬느라 난리인 것이다. 여기저기서 애정어린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 작가님 숙제량이 많은 거에요. 다른 데는 이정도로 막 후달리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어느덧 날마다 쓰고 있더라는 ㅋㅋ

- 전자책 표지로 뭐가 더 나은가요? 1번 2번 표지 정해주세요

- 저는 네이버 마루부리글꼴인데 저는 예뻐서 이걸로 사용하려고요. 글꼴찾느라 난리에요

- 저도 글쓰기 수업이 이번생에 처음이라 비교할 순 없으나, 밤호수님 숙제가 일주일을 꽉 채우더라고요. 다른른 분들 에세이까지 읽어보니 고퀄러티 에세이를 여러편 접하는 거에요.

- 이 와중에 투표도 해야 해서 사전투표 하고 왔어요.

- 초고쓰다가 날 새겠어요. 진빠져서 대충 고치면 작가님이 귀신같이 이 문장 이상하다고 해요.


이런 이야기들이 카톡방을 달구고 있다. 불평불만을 쏟아내면서도 서로에 대한 격려와 칭찬은 빠지지 않는다.  바쁜 와중에도 다른 이들의 글들을 꼬박꼬박 읽어보며 아름다운 코멘트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아. 에세이클럽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내가 일방적으로 다 끌고 가고, 가르치고 하는 게 아니구나. 에세이를 '함께 쓴다'는 건 이런 거구나.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만지고, '나의 마음'을 만지는 것. 그게 바로 에세이를 함께 써 가는 것이구나. 에세이클럽 1기 마무리와 2기의 시작을 앞둔 지금. 나는 깨닫는다. 앞으로 <밤호수의 에세이클럽>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나의 글은 주로 '감성적'이다. 그리고 나는 유년의 , 그리움을 표현하는 글을 많이  왔다. 이성적 논리적인 글은 주로 서평을   하는 편이지만, 서평도 감성적으로 빠질 때가 많다. 나의 글쓰기 클럽에 오시는 분들은 분명 나와 같은 결을 추구하시는 분들일 것이다. 이성적 논리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이곳은 잘못 발을 들이신 것임에 분명하다. 감성적인 글을 쓰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말이  되는  같지만  그대로 '감성'이다. 글을 쓰기 전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장면에 대해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하고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나름대로는 '심장을 만지는 작업'이라고 칭한다. 그래서 진짜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쓰려면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음악도 때론 필요하고, 고요한 분위기나 조명도 필요하다. 과거의 이야기를 꺼낼 때에는 많은 시간을 눈을 감고 떠올리기도 한다. 결국 모든  나의 마음을 만지기 위한 작업이다.


<안녕 나의 에세이> 1기에 오신 분들은 이미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로 글을 잘 써내려가고 있으신 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한 배에 타오른건 각자만의 다른 이유들이 있었다.

200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왔으나 혼자만의 길이었던지라 불안했고 외로웠다는 꽃보다 마흔님.

수도없이 많은 글을 써왔던 베테랑이지만 나름의 글쓰기 권태기가 왔고,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는 블루베티님.

이때가 아니면 마음 속의 꿈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없을 것 같았다는, 꼭 하고픈 이야기가 있었다는 뮤즈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큼 내딛으며 오랫동안 쌓아왔던 나의 이야기를 꼭 꺼내고 싶었다는 빨강머리 앤줌마님.

차마 말하지 못했던 두려움을 내어놓고 기필코 열심으로 글쓰기의 숲에 빠지고 싶었다는 참꽃마리님.

바쁜 삶의 와중에 새로운 기쁨과 도전으로 이 모임을 선택하셨다는 동윤님.


그들과 함꼐 하며 나는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결국 '마음'이지만 그 마음을 만지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첫째. '글쓰기에 대한 나눔'을 통한 마음만지기이다. 매주 목요일 두시간 동안 줌미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해 토론을 하다보면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다들 마음속에 품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생각. 꿈. 비전들. 다른 이들의 글에 대한 이야기. 함께 나눈 기성작가들의 에세이에 대한 감상. 자신이 쓰고 있는 글에 대한 생각. 그리고 에세이 관련 책에 나온 주제들에 대한 토론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이미 한권의 '에세이'이며 '에세이 쓰는 법' 책이다. 글쓰는 법 책을 가지고 와서 주제와 질문을 다룰 때면 나는 그들에게 굳이 '저자의 답'을 제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우리의 토론 과정에서 이미 그 유명한 작가들의 대답 이상의 사유와 방법들이 모두 나왔기에. 토론을 하고 나누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 시간들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만의 글쓰기를 생각하고 찾아낸다.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익혀나간다. 그리고 좀더 편안해진다. '글쓰기'라는 정체모를,그러나 평생 가져가고 싶은 가까워지고 싶은 이 친구와의 관계가.


둘째. '격려'와 '지지'를 통한 마음만지기이다. 누군가 나의 글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주고 있음을 아는 것. 믿는 것. 글을 써나가는데 그만한 힘이 있을까? 도저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을 때,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써나가라고 지지해 주고, 나의 글을 기다린다고 해주는 것. 당신의 글이 좋고, 이런 방향으로 해보면 더 좋을 것 같고, 이런 제목은 더 기가 막힐 것 같다고 해주는 것. 그 마음들. 그런 동료들이 옆에 있을 때 어찌 또 한발을 내딛어 글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이들은 서로에게 이런 역할을 해주었다. 나 역시 날카로운 시선으로 글을 평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글선생.이 아니었으며 나보다 더 얼마나 잘 쓰나 보자 하고 판단하는 사람들 역시 없었다.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해주고 감탄해주며, 나와 다른 것, 나보다 좋은 점을 배우려 노력하는 학우들이었다.


에세이는 마음이다.

 마음을 들려주는 .  이야기를 들려주는 . 그러나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마음은, 이야기는, 아무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글은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 독자를 고려하는 . 상대의 마음을 고려하면서 들려주는 나의 마음. 그것이 에세이다.

그래서 에세이의 키워드는 바로 <공감>이다. 함께 오가는 마음. 그것이 바로 <공감>이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마음,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마음은 때론 소음이 되고 폭력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듬어진 마음, 배려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진실되게 포장해서 보낸다. 그것이 '에세이'이다. 그렇기에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서 '마음'은 중요하다. 내 안에 숨어있는 진짜 마음. 그것을 내보내는 과정 '글'이라는 것에 대한 마음. 함께 그 과정을 나누는 글친구들의 마음. 누군가 내 글을 애정으로 보아주고 있음을 아는 마음. 그래서 글쓰기가 편안해지는 마음. 함께 가는 글친구가 있음을 믿는 마음. 그렇게 나의 글을 독자에게 보내는 마음. 진심.


나는 이번 에세이 클럽 1기를 통해 그것을 알았다. 그리고 배웠다. 에세이를 쓰기 위해 내가 나의 마음을 만지듯, 서로의 마음을 만지고, 글쓰기의 마음을 만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 과정을 통해 두려웠던 나의 마음을 꺼내 보일 수 있고, 어려웠던 이야기가 조근조근 흘러나올 수 있음을. 그 순간 그 어떤 화려하고 훌륭한 글보다 진실된 글들이 탄생할 수 있음을. 나는 알았다.

내가 이들의 강사가 아니라 이들이 나의 선생님이었고, 글친구였고, 마음이었다. 글을 쓰는 마음. 그것이 당신들이었다. 나의 <안녕 나의 에세이> 1기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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