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두 개의 우주를 잇는 다리

대화가 가지는 놀라운 능력

by 현서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이다. 고로 다른 이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서로 다른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놀라운 마법의 순간이다.


나는 대화란 서로 다른 우주를 잇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순간을 겪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그 상황의 분위기와 온도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같은 순간도 누군가에게는 감동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장면일 수 있다. 또 누군가는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마음속에 평안함을 갖고 있는 동시에 바로 옆자리에 앉더라도 누군가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나며 아픔을 품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우주 안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인생의 내막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타인의 행동을 오직 나의 시선으로만 해석하면, 뜻하지 않은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잠시 멈춰 서서 관점을 ‘나’가 아닌 상대로 옮겨보고 상대의 인생의 내막을 들여다본다면, 분명 그 사람만의 상황과 맥락 속에서 그 행동이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이러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대화이다.


하지만 실로 안타까운 것은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였을 때 자신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재고할 여유 없이 해석을 하고, 그 나름의 해석대로 불편함의 감정과 상처에 휩싸인다. 감정이 앞설수록 대화는 어려워지고, 결국 우리는 각자의 해석 속에 갇혀버린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과거에 종종 대화를 하기 전까지는 혼자만의 상상 속에 갇혀 괜히 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고, 대화를 나눈 뒤에서야 비로소 문제의 실체를 알게 된 순간들이 있었다.

즉 대화는 혼자 끌어안고 있는 문제를 예상보다 쉽게 풀어낼 힘을 지닌다.


하지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대화가 어려웠고, 용기를 내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채, 이미 불편함의 감정에 휩싸여 대화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용기를 내어 입을 열고 상대와 대화를 한다면, 어느새 고민했던 게 무안할 정도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일단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너무 가치 있는 일이다. 물론 대화를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도 우리 삶엔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우주가 맞닿을 때, 새로운 길이 열린다. 대화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화는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대화는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고 오해를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계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어떤 관계든, 우리는 때때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한 사람이 가볍게 던진 농담이,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무겁게 다가와 상처가 되기도 한다. 어떤 행동이 그저 무심한 습관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 우리는 이처럼 모두 각자의 우주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차이를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종종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느니 차라리 침묵을 택하고 각자의 우주로 돌아가버린다.


나 역시 그랬다. 불편한 감정을 꺼내어 마주하기보다는 침묵을 택할 때가 많았고, 결국 그 침묵 속에서 몇몇 관계들은 자연스레 멀어져 갔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 믿었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 관계들이 끝나버린 진짜 이유는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용기 내어 마주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런 질문이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았다.


이처럼 우리들은 침묵 속에서 각자의 해석을 만들고 그 해석이 쌓여 관계의 거리는 자연스레 벌어진다.

하지만 그 거리가 계속해서 벌어진다면, 결국 우리는 혼자가 되어버린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 복잡하고, 때로는 벅차다. 그럴 때 우리를 지탱해 주는 건 결국 ‘연결’이다. 관계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지켜주는 힘이다. 오해 속에서 등을 돌리는 대신,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우주에 작은 다리를 놓을 수 있다.


그 다리가 놓일 때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고 우리가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로 우리는 서로를 지탱하는 존재가 된다.


그러니 나는 이제, 예전보다 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대화를 통해,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선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