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Sep 26. 2019

주관적인 2010년대 NBA 명경기 Best5

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23

그간 NBA를 즐기는 데 부수적으로 도움을 줄 많은 컨텐츠들에 대해 이야기해왔는데, 오늘은 본질적인 NBA 경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농구의 매력이 무엇이냐하고 묻는다면 타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유독 빠른 경기 속도, 엎치락뒤치락 하며 4쿼터 내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게임 전개, 그리고 앞선 글들에서 소개했던 화려한 플레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NBA 리그의 매력이 무엇이냐 하고 묻는다면, 농구 경기들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가장 몰입감이 있고, 가장 화려한 리그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NBA 선수들은 너무 화려한 플레이들만 일삼아서 다른 농구와 다르고, 개인 플레이 위주라 참고할 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과거 필자에게 농구를 가르쳤던 일부 코치들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NBA는 전세계에서 개인능력이 가장 좋은 선수들이 모두 모여 가장 치열하게 팀플레이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능력이 안 되면 처절할 정도로 공략하고, 개인을 대상으로 또는 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팀 전술이 넘쳐 흐르는 곳이라 농구를 학습하기에도 좋다.


그렇다고 학습하기 위해서 NBA를 봐야 하냐 라고 묻는다면 오늘 글의 포인트는 그 것이 아니다.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코트의 모든 구성원들이 팀의 승리를 위해 모든 역량을 다 바쳤을 때, 명경기가 탄생한다. 서로 극강의 집중력으로 맞불을 놓고, 경기 마지막까지 정말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하는 경기, 그 경기들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고 싶어지게 하는 매력을 갖는다. 그런 경기가 마침 국내에서 중계된 경우에는 "오늘 경기는 무조건 본 사람이 승리자다" 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혹여나 이전에 명경기들을 놓쳤던 사람들과, 도대체 어느 정도로 경기가 재밌길래 하며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을 위해 2000년대부터 10월부터 6월까지의 기간이면 거의 매일같이 NBA경기를 보아온 필자의 주관적인 명경기 탑5을 뽑아 보았다. 아는 이에겐 공감과 다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을, 모르는 이에겐 짜릿함을 선물하겠다.




5. 덴버와 포틀랜드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4차연장 경기 19.05.03

플레이오프 1라운드 3차전 경기였다. 저번 시즌 훌륭한 시즌을 소화한 요키치,머레이의 덴버와 릴라드의 팀 포틀랜드가 맞붙었고, 시리즈 전 덴버가 쉽게 포틀랜드를 꺾고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1 시리즈 동률로 세번째 게임을 맞이하게 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 3차전을 잡는 팀이 엄청난 우세를 가져가기에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긴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이야.


무려 4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였다. 

혈투 끝에 포틀랜드가 덴버를 140대 137로 승리하였다. 이 경기의 포인트는 4쿼터부터 연장까지 쿼터 클러치 타임마다, 즉 종료 2분 전 시점부터 느껴지는 선수들의 뜨거운 집중력과 각 연장전 승부가 동점으로 끝났을 때 보이는 선수들의 허망한 표정. 보통 한 팀이 집중력이 무너져 정말 많이 가도 2차 연장에서 경기가 종료되는데, 4차 연장 경기는 역사에 남을 명경기로 꼽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 2015-2016 골든스테이트와 오클라호마의 리그 경기 16. 02. 27 (feat. 커리의 위닝샷)

대부분 명경기는 플레이오프 때 탄생한다. 르브론도 자신에게 '플레이오프 모드'가 따로 있다고 밝히고 다른 선수들 중에서도 팀에서 리그는 일부 출전을 제한하며 플레이오프를 위해 선수의 모든 장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플레이오프는 선수들의 Intensity, 즉 경기 강도가 시즌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단계이기에 플레이오프의 치열함 속에 명경기들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가 뽑은 탑5 명경기 중에서도 4경기가 플레이오프이다.

 

그러나 4위로 뽑은 이 경기는 유일한 정규 시즌 경기. 만났을 때마다 으르렁대던 라이벌 팀들 간의 싸움이었고, 커리가 3점슛에 있어 매 경기 역사를 쓰며 골든스테이트가 전설적인 73승 9패 정규시즌 기록을 세우고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일 당시의 경기였다. 시즌 전체에서 9패를 할 정도로 당시 골든스테이트는 지는 게 이상한 팀이었고, 누가 이 팀을 이겨볼 지에 귀추가 주목되었었다.


필자가 똑똑히 기억하는 날이다. CPA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이었는데, 16년 2월 27일 시험 당일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폰을 켰는데, 수고했다는 응원의 메시지들 대신 모두가 나에게 "얼른 집가서 골스오클 경기 봐라"를 외치고 있었다.

경기 자체도 치열한 접전으로 계속 흘러갔고 4쿼터에서 연장으로 가는 과정도 극적이었지만, 이 경기는 슛감이 절정에 오른 커리가 하프라인을 조금 넘어선 위치에서 연장 종료 5초 정도를 남기고 말도 안되는 게임위닝 3점을 던진 장면으로 정리된다. 얼마나 멀리서 던졌는지, 경기시간이 가는 속도만큼 공이 날아가는 그 몇 초가 느릿느릿하게 보였다. 이 예술과 같은 슛으로 골든스테이트는 숙적 오클라호마를 꺾었다. 4위이다.



3. 2014-2015 샌안토니오와 LA 클리퍼스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7차전 경기 15.05.02


비운의 팀 LA 클리퍼스의 경기이다. 크리스 폴-블레이크 그리핀- 디안드레 조던 삼각편대에 JJ 레딕, 웨슬리 존슨 등 좋은 선수단 구성으로 우승을 노렸지만 매번 플레이오프에서 강팀만 골라 만나며 팀이 와해된 구 'Lob City' 시절 클리퍼스의 14-15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이다.

당시 최강이었던 샌안토니오와 맞붙었고, 클리퍼스는 기대에 걸맞게 끈질기게 샌안토니오를 압박하며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7차전까지 끌고 간다. 정말 끈질기다는 표현만큼 정확한 말이 없다. 누가 봐도 클리퍼스는 간절했고, 그 중심엔 리더 크리스 폴이 있었다.

크리스 폴의 페이더웨이 점퍼 위닝샷으로 클리퍼스는 이 경기를 승리하고 플레이오프 2차전으로 진출한다. 만화 슬램덩크 명대사처럼 1라운드에 모든 사력을 다 쏟아부은 클리퍼스는 거짓말처럼 휴스턴을 만나 작살이 나버리긴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경기 중에 부상 부위에 다시 부상을 입고 절뚝이며 끝내 위닝샷까지 터뜨린 크리스 폴의 모습은 역사 속에 남게 되었다.



2. 2015-2016 클리블랜드와 골든스테이트의 파이널 7차전 경기 16. 06. 19

아마 지금 NBA를 한창 보는 팬들이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경기가 아닐까 싶다. 당대 최고의 팀 골든스테이트와 르브론의 팀 클리블랜드. 4차전의 패배로 시리즈 3-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던 클리블랜드는 어빙과 르브론의 활약으로 5,6차전을 내리 잡게 되고, 그렇게 마지막 7차전이 성사되었다. 양 팀 다 끈질긴 수비로 다른 경기들에 비해 득점이 그만큼 안 나왔던 경기.

특히나 종료 2분 여 정도를 남겨두고 89-89 점수에서 양 팀이 득점 없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때는 그 긴장감 또한 최고조였다. 이 때 전설적인 르브론의 'The Block'이 나왔고, 이 89의 균형을 깬 것이 카이리 어빙의 ' The Shot'이었다. 클리블랜드에게 창단 첫 승을 적지 골든스테이트에서 안겨준 운명의 파이널 7차전, 필자의 명경기 2위이다.



1. 2012-2013 마이애미와 샌안토니오의 파이널 6차전 경기 13. 06. 18

앞선 경기들을 보면서, 이런 경기들을 뒤로 하고 도대체 필자의 1위 경기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을 수 있다. 르브론, 웨이드, 보쉬의 마이애미 히트와 던컨, 파커, 지노빌리의 샌안토니오. 2010년 중후반이 클리블랜드와 골든스테이트의 것이었다면, 2010년 초중반은 마이애미와 샌안토니오의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2012-2013 시즌을 가장 최고로 꼽는데, 오히려 우승자가 결정된 7차전보다 임팩트로만 따지면 이 6차전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이유는 경기를 결정지은 마이애미 히트 소속 레이 알렌의 동점 3점 슛 때문. 커리 이전에 3점슛 하면 나오는 대표적인 슈터 레이 알렌은 경기 5초를 남기고 절벽 끝에 놓였던 마이애미를 3점슛 한 방으로 살려낸다. 그 슛 할 때의 선수들의 집중하는 움직임, 관중들의 몰입, 해설자의 환호, 이 삼박자가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을 만들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볼 때마다 짜릿한 이 경기는 누가 뭐라해도 필자의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이다. 이 장면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할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NBA를 좋아하는 당신이 팔로우해야 할 SNS계정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