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데이 (Media Day)에는 크게 두 개의 이벤트가 있는데, 첫째로 대부분의 팀이 팀 유니폼을 착용하고 개인 프로필/팀 프로필 사진을 찍는 날이고, 두번째로는팀의 주요선수들이 언론들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식적인 프레스 앞에 처음으로 서게 되는 날이다. 주로 이적한 슈퍼스타들이 시즌을 앞두고 포부를 밝히면서 주목받는 날인데, 역시나 올해도 SNS에 브루클린과 레이커스, 휴스턴에 관한 피드들이 아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필자가 그렇듯, NBA 개막 디데이가 30일 안으로 접어들면, 그때부터는 매일 매일 하나라도 NBA 소식을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혹시나 흥미로운 소식은 없는지, 선수들이 시즌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이 모든게 궁금한 NBA 팬들을 위해 오늘의 미디어 데이가 열린다.
그래서 오늘은 가장 주목받는 세 팀의 소소한 소식들을 모았다.
앤써니 데이비스을 중심으로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함으로써 우승을 노리는 LA 레이커스
하든과 웨스트브룩, 두 명의 MVP들이 뭉치게 된 휴스턴.
듀란트와 어빙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공격수 두 명이 뭉친 브루클린 넷츠.
필자가 르브론, 그리고 레이커스의 팬이기 때문에 레이커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은 너그럽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레이커스는 새로운 쇼타임 레이커스가 형성되어 오늘 팀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였다. 2012년 스티브내쉬, 드와이트 하워드, 코비브라이언트, 파우가솔로 구성된 슈퍼팀 라인업이 부상, 노쇠화, 팀 불협화음으로 처참한 실패를 맛본 뒤 오랜만에 보이는 단체샷이다. 레이커스 팬들은 다수의 스타들이 뭉치는 것에, 특히 베테랑 선수들이라면 약간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모두 2012년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실패 그 중심에 있던 드와이트 하워드는 완전히 다른 마인드셋으로 7년만에 다시 레이커스 미디어 데이에 나타났다. 살도 쪽 빼고 말이다.
하워드는 이번 오프시즌동안 유독 많은 자조, 자아성찰의 과정을 거쳤다. 코비가 그의 마인드셋을 비판했을 때 당시엔 인정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나약했음을 깨닫았고 이번에 다르다는 것, 드레이먼드 그린이 예전에는 싫었는데, 그의 플레이스타일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이제는 그를 리스펙한다는 것. 자신에게 과한 자존심(Ego)이 있었고 자기 중심적이었지만 이번에는 팀에 자신을 맞추려 하고, 그러기 위해 오프시즌에 부단히 노력했다는 것.
하워드의 이번 시즌 의지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 이유는 바로 이들 둘. 현재 NBA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두 명이 뭉쳤다. 가장 다재다능(versatile)하고 많은 포지션, 역할을 커버할 수 있으며 개별 득점생산력이 뛰어난 두 선수, 르브론과 앤써니 데이비스.
앤써니 데이비스는 이번 미디어데이에서 "르브론과 나는 둘 다 selfless하고 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선수이다. 이런 두 선수가 뭉칠 때 개인의 역할을 해내는 과정은 몇배로 쉬워진다. 이번 시즌 그와 호흡을 맞출 과정이 즐겁다."고 밝혔다.
유독 이번 시즌 오프시즌이 예년에 비해 과하게 길었던 르브론 제임스. 이번 여름 무엇을 하며 시즌 준비를 했냐는 질문에 "이번 여름 내내 스페이스잼2(Space Jam2) 영화를 촬영하며 가족과 함께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웃음) 이번에 어머니가 언론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많은 준비를 했지만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길었고 My guys와 맞춰볼 시간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레이커스의 미디어 데이 때 웃지 못했던 선수도 있다. 올 시즌 부활을 꿈꾸며 체중 감량도 열심히 하고 누구보다 시즌 준비를 철저히 했던 드마커스 커즌스가 저번 달 또 한번의 불의의 부상을 입게 된 것. 아마 이번 시즌 출전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에 그의 표정은 계속 어두웠다.
이에 앤써니 데이비스는 "그가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고 이번 시즌을 기대해온 것을 알고 있으며 그랬기에 그의 부상이 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잘 회복하고 있다"고 밝히며 든든한 동료로서의 인터뷰를 해 주었다.
휴스턴은 러셀 웨스트브룩과 제임스 하든의 재결합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그들이 커리어 초반에 오클라호마에서 한솥밥을 먹은 뒤 각자의 팀에서 MVP 레벨 선수로 성장한 후 다시 뭉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하든과 웨스트브룩이 둘 다 온볼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과연 둘의 조합이 어떨지, 팀플레이가 잘 이루어질지에 대한 본인들의 생각을 궁금해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휴스턴 감독 댄토니와 모리 단장 등 휴스턴 측에서는 "두 선수가 매우 현명한 선수들이고 서로 맞추려고 할 만큼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고 밝혔지만, 제3자들이 보기엔 그간 두 명의 플레이스타일 상 잡음이 안 생길 수가 없어 보였다.
이에 이적생 웨스트브룩이 평소 그의 스타일답게 속시원하게 밝혔다.
"It's gonna be scary. That's all I can tell you. It's going to be scary. -Not for us. 무시무시할 것이다. 지금으로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다. 무서울 것이다. -우리에게 말고."
듀란트의 시즌아웃급 아킬레스 부상으로 이번 시즌 적어도 중반까지 디안드레조던과 함께 많은 역할을 맡게 된 카이리 어빙, 그리고 어빙의 짐을 덜기 위해 부단히 재활에 힘쓰고 있는 케빈 듀란트. 이들이 함께한 브루클린 미디어데이 역시 내내 밝은 분위기였다.
듀란트는 "어빙과 디안드레 조던과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매우 간단한 의사결정이었다." 고 새로 뭉치게 된 동료를 향한 무한 신뢰를 표했다.
최근에 그간 골든스테이트에서의 화려한 팀 성적과 업적과는 별개로 골든스테이트라는 팀과 자신이 맞지 않았음을 언론에 밝히며 골든스테이트 측과의 약간은 찝찝한 후일담을 나눈 바 있는데, 일단은 듀란트 본인이 어빙과 조던이 함께하는 브루클린에 큰 만족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빙 역시 보스턴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상태로 팀을 옮기게 된 케이스. 이번 미디어 데이에서 어빙은 "보스턴 선수들과 내가 잘 어우러지지 못했다. 나의 책임이 크고, 내가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을 다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번 브루클린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모든 세 팀이 이번 시즌에 대한 엄청난 기대와 포부로 미디어 데이에 나타났다. 이번 시즌은 정말 어느 팀이 기대만큼 잘할지, 어느 팀이 우승을 차지할지 그 어느 시즌보다 예상이 안 되는 만큼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감과 설렘도 그만큼 클 것이라 예상한다. 시련과 성장의 과정을 거친 이 슈퍼스타들이 이번 시즌, 본인 최선의 역량으로 NBA를 더욱 재밌게 만들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