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32
2019년 10월 5일. 오늘부로 KBL이 개막했다.
보름 조금 넘게 지나면 NBA도 드디어 개막을 한다.
인기가 예년에 비해 한참 떨어지고, 실력적인 부분에서도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KBL이지만 오랜만에 주말에 KBL 경기를 본방송으로 보니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었다.
역시 농구는 농구다!
주변에 보면 농구팬들은 네 가지 부류로 나뉜다.
1. NBA만 보는 팬들
2. KBL만 보는 팬들
3. NBA와 KBL 모두 보는 팬들
4. NBA와 KBL, 대학농구, 사회인농구, NCAA, 3x3 모두 보는 팬들 (필자가 그렇다)
오늘은 2번 유형의 KBL만 보는 팬들을 타겟으로 한 글이다.
생각보다 KBL만 보는 농구 팬들이 굉장히 많다. 아무래도 NBA는 팬심이 잘 안생긴다고들 한다.
대개 연고지를 바탕으로 KBL의 한 팀에 오랜 기간 팬심을 가져왔던 사람들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KBL도 개막했겠다, KBL 각 팀들의 특징, 각 팀들의 대표 선수들을 기반으로 KBL과 NBA를 한 팀씩 매칭해보려 한다. 우리 팀과 비슷한 NBA 팀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선수와 비슷한 NBA 선수가 있다면 NBA를 함 봐볼까 싶다는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시작해보자!
유재학감독의 지휘 아래 끈끈한 조직력으로 늘 KBL 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울산현대모비스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센터 라건아가 작년부터 합류하면서 더욱 극강의 모습으로 작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유재학 감독과 팀의 조직적인 성향 때문인지 울산 현대모비스를 보면 항상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떠올랐다.
유재학 감독과 포포비치 감독.
라건아라는 확실한 득점자원과 더마드로잔-알드리지의 원투펀치.
양동근에서 이대성으로 넘어간 가드진의 세대 교체는 토니파커-지노빌리 라인에서 패티밀스-디온테 머레이로 넘어간 샌안토니오의 세대 교체와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감독 모두 이전 세대, 즉 모비스의 양동근-함지훈 전성기와 샌안토니오의 파커-지노빌리-던컨 시대가 지나간 뒤 남아있는 롤 플레이어들로 빠른 공격농구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평행이론은 감독들에게도 느껴지는가보다.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비약적인 발전과 수비 조직력으로 2위를 차지했다.
지금 전자랜드에는 젊고 빠르고 열정가득한 선수들이 가득하다. 김낙현, 강상재, 차바위 등.
전자랜드의 요즘 농구를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농구의 장점만을 가져온 팀 같다.
탄탄한 수비로 상대팀을 몰아세우고, 여기서 뺏은 공은 바로 속공으로. 트랜지션 상황이 아니더라도 얼리 오펜스로 24초를 다 쓰지 않고 빠르게 공격을 전개한다.
전자랜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연상케한다. 혹자는 NBA 역사에 남을 팀인 골든스테이트와 전자랜드가 무슨 유사성이 있냐며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팀 색깔과 팀의 이미지로 뽑은 것이다.
빠르게 경기 내내 얼리 오펜스를 진행하고, 공격적인 수비로 상대팀에게서 최대한 많이 포제션을 뺏어오는 농구, 결과적으로 팬들이 볼 때 속도감에서 오는 매력적인 농구를 펼친다는 것이 두 팀의 유사성이다.
전주 KCC는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있다. 국내 선수 중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공격 스킬이 다양하고 탄탄한 선수, 포제션을 부여했을 때 가장 많은 득점을 안정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선수.
바로 이정현 선수이다.
하지만 그의 실력 때문에 팬도 많은 만큼 이정현 선수에게는 수많은 안티들도 존재한다.
KBL에서 아마 가장 많은 안티를 보유한 선수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안티가 많은 이유는 이정현 선수의 플라핑 때문, 이정현 선수가 경기 중 플라핑으로 많이 지적받으면서 '으악새'라는 별명을 갖게 되기도 했다. 파울을 얻어내기 위해 '으악' 하며 과하게 플라핑을 한다는 이유이다. 파울유도는 오펜스에서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지만 한 끗 차이로 플라핑이 될 수 있다. 이정현 선수의 경우 그 선을 몇 차례 넘으면서 팬과 안티를 동시에 많이 보유하는 선수가 되었다. 필자도 이정현 선수의 굉장한 팬인 입장에서 이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이정현 선수의 특징이 완벽히 연상시키는 NBA 선수가 있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스킬, 상대팀이 가장 막기 힘들어하는 선수, 그러나 플라핑으로 많은 안티를 보유한 선수, 바로 제임스 하든이다.
이정현 선수와 제임스 하든이 너무도 비슷하게 느껴져 팀 색깔보다 팀의 주축이 되는 선수를 기준으로 전주 KCC의 짝은 휴스턴 로켓츠가 되었다. 두 선수의 공격을 보면 정말 경이로울 정도로 스킬풀한 경우가 많다. 올 시즌에는 이 두 선수 모두 플라핑 논란에서 조금 자유로운 상태로 각자의 공격 스킬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
서울 SK의 팀색깔은 무엇일까.
서울이라는 완벽한 연고지. KBL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구단의 팬서비스와 운영 방식. KBL에서 경기 시작 전 스타팅 라인업 소개에서 다양한 비쥬얼 디스플레이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의 시초도 SK이다. 이뿐일까,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KBL 대표 스타플레이어, 김선형이 있다.
떠오르는 NBA 팀이 있다. 선수들 모두가 선호하는 미국의 중심지, 도시적이고 트렌디한 팀 이미지와 스타플레이어. 바로 NBA 올스타 레벨 가드 카이리 어빙을 보유한 브루클린 네츠이다.
서울과 브루클린, Young한 느낌의 팀 분위기, 김선형과 카이리 어빙, 빠른 업템포 농구.
역시나 여기도 평행이론은 존재하는 듯 하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가 저번 시즌 활로를 찾은 부산 KT. 조동현 감독이 물러난 뒤 서동철 감독의 지휘 아래 부산 KT는 분명 달라졌다. 이 변화의 바람을 이끄는 두 선수는 허훈과 양홍석. 하위권 팀의 이상적인 리빌딩 방향인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서 허훈과 양홍석을 한번에 영입했다. 저번 시즌을 6위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팀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번 시즌은 더욱 높은 곳을 노려봐도 될 듯하다. 순위를 떠나 양홍석은 저번 시즌 올스타 팬투표 1위를 한 선수이다. 허훈과 양홍석이라는 스타성 있는 두 영건을 보유했다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 어떻게 보아도 대단한 강점이다. 영건이 이끌어나가는 팀, 그리고 모두의 주목을 받는 어린 스타 플레이어. NBA로 시선을 돌리면 바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 올해 신인 자이언 윌리엄슨의 이야기이다.
이번 비시즌에 뉴올리언스는 트레이드를 통해 대대적인 리빌딩을 단행했다. 6~7년간 팀을 이끌었던 팀의 간판스타, 국가대표 빅맨 앤써니 데이비스를 LA 레이커스로 보내고 반대급부로 LA 레이커스의 창창한 유망주 3명을 받아왔다. 바로 론조 볼, 브랜든 잉그램, 조쉬 하트. 이에 운좋게 신인 드래프트 1픽을 차지하면서 뉴올리언스에는 역대급 기대를 받고 있는 대형 신인 자이언 윌리엄스가 합류하게 되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팀인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양홍석과 자이언 윌리엄슨의 성장에 필자도 큰 기대를 걸어본다.
이번 비시즌 FA 시장의 큰손은 바로 원주DB였다. FA로 창원LG에서 풀린 김종규에게 거금 (KBL 기준이다) 12억을 투자하고 영입한 것이다. 디온테 버튼과 함께 했던 폭풍같은 2017-2018 시즌의 또다른 주역이었던 두경민과 서민수는 입대를 하였고, 그 대신 김종규를 비롯해 김태술과 김민구 등 FA 선수로 수혈을 했다. 기존의 허웅과 새로 영입한 김종규의 케미스트리에 따라 올 시즌의 행방이 달라질 전망.
지난 시즌의 아쉬운 성적, 이번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FA빅맨의 활약에 따라 팀의 성적도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 동부의 모습은 앤써니데이비스에게 거금(팀의 주축 선수 세명과 수많은 드래프트픽)을 주고 선수단 변화를 단행한 LA 레이커스와 닮았다. 물론 앤써니 데이비스가 그간 보여준 모습과 김종규가 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을 상대적으로 비교하기에는 김종규가 보여준 면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두 빅맨에게 이번 시즌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기에, 이 둘을 엮어 보았다.
한 때 리그를 주름잡았던 이정현-양희종-오세근 라인업으로 2011-2012시즌, 그리고 2016-2017시즌 두번의 우승을 차지한 뒤 이정현은 KCC로 떠났다. 남아있는 양희종과 오세근은 이제 팀의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새로운 주축 선수로 박지훈과 변준형이 함께한다. 승리의 팀 DNA가 분명 있고, 이에 베테랑 선수와 어린 선수들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안양 KGC 인삼공사는 충분히 매력적인 팀이다. 군 복무로 떠나있었던 문성곤도 다시 돌아왔고 현재 군복무 중인 이재도, 전성현은 2020년 1월에 다시 돌아와 팀의 핵심 멤버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박지훈, 변준형, 이재도, 기승호, 전성현, 양희종, 문성곤, 오세근. 국내선수 라인업으로 이렇게 탄탄한 라인업을 구성하기란 쉽지 않다. 팀 케미스트리가 잘 맞춰진다면, 확실한 팀 색깔을 정비해 나간다면 충분히 높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로스터, 안양 KGC 인삼공사는 NBA의 Utah Jazz를 떠올렸다.
유타 재즈도 이번 시즌 기존의 핵심 멤버인 도노반 미첼과 루디 고베어, 조 잉글스가 건재하고, 여기에 올스타급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와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을 보얀 보그다노비치, 그리고 준수한 롤플레이어인 제프 그린, 임마누엘 무디에이 등이 합류하면서 지옥의 서부 컨퍼런스에서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다.
탄탄한 선수단을 바탕으로 실력적인 차원에서 큰 기대를 걸어보고 싶은 안양 KGC 팬들에게는 유타 재즈를 추천한다.
서울 삼성은 알아주는 농구 명가이다. KBL 레전드 중에 서울 삼성을 거쳐간 선수들이 굉장히 많고, 2016-2017 시즌에는 라건아와 김태술, 임동섭, 김준일을 앞세워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건아의 이적과 함께 팀의 얇디 얇은 선수층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저번 시즌도 최하위를 차지했다. 아쉬운 팀 성적을 내고 있는 농구 명가, 이번 시즌 반등을 노리는 서울 삼성에서 연상된 NBA팀은 지난 시즌 선수 구성에 비해 너무도 아쉬운 성적을 내었던 보스턴 셀틱스이다.
군 복무에서 돌아온 임동섭과 김준일은 이제 그들이 핵심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보스턴 셀틱스에서도 마찬가지. 더이상 루키 스케일의 선수로 평가받을 수 없는 제일런 브라운과 제이슨 테이텀은 다가올 FA를 위해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반드시 펼쳐야 한다. 삼성의 이관희와 김동욱. 보스턴의 고든 헤이우드와 켐바워커. 두 팀에는 주어진 위치에서 증명이 필요한 선수들로 넘쳐난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던 농구 명가의 자존심을 이번 시즌 다시 회복하길 바란다.
허일영과 최진수. 이승현과 박상오, 함준후, 장재석. 여기에 지난 시즌 KT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마커스 랜드리까지 합류하면서 고양 오리온의 팀 컬러는 완벽한 포워드 농구로 거듭났다. 장신 포워드들이 패스하고 드리블하고 슛하고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팀 컬러. 포워드 농구의 강점을 잘 살려서 골밑 농구와 외곽 농구, 어느 쪽으로도 해법을 풀어나갈 수 있는 저력을 지닌 팀. 고양 오리온의 팀 컬러를 NBA로 보내면 바로 Trust The Process의 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이다.
벤 시몬스가 포인트가드로 뛰면서 팀의 주전라인업 평균이 6.9피트에 육박하는 초장신 피지컬 팀, 필라델피아 76ers는 Trust The Process의 상징 조엘 엠비드와 장신 포인트가드 벤 시몬스가 이끈다. 이에 이번 시즌 보스턴으로부터 알 호포드가, 마이애미로부터 조시 리차드슨이 오면서 팀의 주전 라인업 경쟁력은 이전 시즌과 다른 색깔로 탄탄해졌다. 꼬북칩의 상징(?) 고양 오리온 또한 KBL 피지컬 괴물 이승현과 다재다능한 장신 포워드 허일영, 최진수의 활약에 이번 시즌을 걸어본다.
마지막으로 김종규를 DB로 보내는 과정에서 이번 오프시즌 잡음이 참 많았던 창원 LG이다. 애초에 FA 협상 과정에서 사전접촉 의혹, 현주엽 감독과의 통화녹취로 발생한 스캔들, 그리고 현주엽 감독의 선수 갑질 논란. 선수단을 보아도 정희재, 박병우, 김동량, 서민수를 영입했지만 타팀과 비교했을 때 전력 상에서 밀리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NBA에서 이런 잡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팀의 선수단 구성 변화, 핵심 선수의 이탈, 그리고 이번 시즌 전 시즌에 비해 낮아진 기대로 비춰보아, 창원 LG와 엮을 팀으로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떠올랐다.
오클라호마 시티는 불쌍한 팀이다. 폴조지가 예정에 없던 팀 이탈을 하면서 팀의 플랜 자체가 깨져버렸고, 급하게 팀의 상징이었던 러셀 웨스트브룩까지 넘겨주면서 여차저차 크리스폴과 스티븐아담스, 그리고 갈리날리와 샤이 알렉산더, 로버슨으로 구성된 그럴듯한 라인업을 완성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팀에 이번 시즌 기대가 낮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오프시즌 선수단 구성에 있어 급격하고 큰 변화를 겪었던 두 팀, 잘 추스려서 예상을 뒤엎는 팀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NBA와 KBL 팀들을 같이 엮어서 보니 글 쓰는 과정에서도 재미를 느꼈다.
KBL의 친숙함, NBA의 다이내믹함, 둘 다 엄청난 매력을 갖고 있다.
NBA의 팬들도 KBL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전에 KBL만 보던 팬들에게도 이 글이 NBA에 입문하는 작은 계기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