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35
선수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인 즉슨, 실력이 향상되는 순간 1년만에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선수들이다.
FA와 관련된 금전, 명예의 문제도 물론이거니와, 공격 포제션(점유율)이 선수들의 역할에 따라 배분되어 있는 농구의 특성 상 잘하면 잘할수록, 주목받고 실력을 선보일 기회는 더욱 많아진다.
이번 시즌이 어느덧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 주목해야할 선수들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주목해야 할 선수'의 기준은 사뭇 주관적이다. 어떤 선수들을 다룰지 고민이 많았다.
앤써니 데이비스, 카이리 어빙과 같이 팀을 옮긴 슈퍼스타들도 있고, 자이언 윌리엄슨, RJ 바렛 처럼 이번 시즌 많은 기대를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들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슈퍼스타도, 신인 선수도 아닌, 이번 시즌 본인의 역할이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커질 것이 예상되는 선수들이다. NBA에는 매년 Most Valuable한 MVP도 선정하지만 Most Improved된 MIP 선수도 선정하여 시상한다. MIP로 뽑힌 선수들의 경우, 정말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쩌면 그 가치 또한 더 크게 인정받아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작년의 MIP 수상자 파스칼 시아캄을 예로 들어보자. 카메룬 출신의 파스칼 시아캄은 2016년 드래프트를 통해 토론토 랩터스의 옷을 입고 이제 겨우 3시즌을 치뤘다.
2017-2018 시즌 파스칼 시아캄은 평균 16.7분 출전하며 5점, 1.8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년이 지난 지난 시즌, 그의 스탯은 평균 23.7분 출전에 12.8점, 7.8리바운드, 3어시스트.
특정 선수가 코트 위에 있을 때, 100포제션당 순 득실 차이를 의미하는 2차 스탯인 Net Rating은 시아캄의 성장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2017-2018시즌 그의 Net Rating은 -6.4점. 쉽게 말해 파스칼 시아캄이 코트에 나와 있는 동안 총 100번의 공격과 수비가 이뤄질 때 발생하는 점수 차이는 -6.4점이라는 것이다. 2018-2019 시즌의 Net Rating은? 자그마치 21.4점이다. 그가 팀에 기여한 것이 이전 시즌 대비 27점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제 대략 오늘 글의 컨셉을 파악했을 것이다.
스포츠는 본래, 노스트라다무스가 된 듯한 기분으로 끊임없이 예상하며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이다.
필자가 주관적으로 이번 시즌 MIP의 향기가 나는 선수들을 하나 하나 소개할테니, 잘 지켜보도록 하자!
먼저 이름부터 어려운 샤이 길져스 알렉산더이다. 보통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샤이라고 부르고, 현지에서는 SGA로 통한다. 샤이는 이번 오프시즌 가장 핫했던 레너드와 폴조지의 대이동 과정에서 폴조지의 반대급부로 오클라호마로 이적하게 되었다. 지난 시즌 LA Clippers의 '끈끈이 농구'를 이끌었던 영건 중 한 명, 2018 드래프트로 뽑힌 따끈따끈한 작년도 신인이었다. 신인다운 패기 넘치는 수비 에너지와 깔끔한 마무리 능력, 그리고 포인트 가드로서의 안정적인 핸들링 능력은 클리퍼스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폴조지 트레이드로 샤이가 오클라호마에 보내질 때, 클리퍼스 팬들이 너무나 아쉬워한 것만 봐도 말이다. 폴조지가 오지만, 샤이가 가는 것은 아쉬웠다. SGA는 평균 26.5분을 뛰면서 10.8점, 3.3어시스트, 2.8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준수한 벤치 플레이어의 표본이다.
올해는 오클라호마로 팀을 옮김과 동시에 벌써부터 그의 롤이 증대될 것을 예고하는 인터뷰들이 속출하고 있다. 팀을 새롭게 이끌 크리스폴부터 시작해 오클라호마의 도노번 감독, 프레스티 단장 등 모두가 SGA의 출전시간도 더 늘리고, 무엇보다 그에게 더 많은 공격 옵션과 포제션을 줄 것임을 밝혔다.
작년 시즌 섬머리그에서 본인에게 많은 공격 포제션이 부여되었을 때 19점씩을 평균적으로 넣은 저력이 있고, 지난 시즌 신인이라는 점에 비해 플레이오프까지 가며 비교적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올 시즌 새로운 팀에서 더 큰 역할로 나설 샤이의 모습이 무엇보다 기대가 된다. 본인은 "적어도 내가 막는 선수는 4쿼터 내내 점수를 못 내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수비 면에 있어서도 당찬 포부를 밝혔고, 주위 선수와 코치진들이 하나같이 그의 Work Ethic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기에 샤이의 시즌이 더욱 기다려지는 바이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6픽으로 뉴욕 닉스에 뽑힌 미첼 로빈슨, 낮은 픽 순위만큼 2018-2019 시즌의 초반에는 아무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닉스의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실시되면서 팀은 출전시간을 많이 부여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위주로 후반기를 운영하였고, 여기서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 선수가 바로 미첼 로빈슨이다. 7.1풋 (약 216cm)의 큰 키에 엄청난 속도로 코트를 가로지른다.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더 높고 더 커진 느낌이다. 속도도 빠른데, 높이는 더 어마어마하다. 단순 키의 문제가 아니라 점프도 상당해서 웬만한 공격 좋은 선수들의 골밑 마무리를 모조리 블락해버렸었다. 지난 시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 경기당 평균 25분을 뛰면서 69%의 필드골 성공률로 9점 9리바운드 그리고 3블락을 기록하였다.
25분을 뛰면서 3블락,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이 선수, 도대체 뭐지?
미첼 로빈슨이 지난 시즌 남겼던 과제는 퍼리미터 공격과 파울관리 능력. 대부분 골밑에서 받아먹는 득점만을 했기 때문에 상대팀에 비슷한 사이즈의 센터가 나오면 공격에서 고전하기도 했고 블락 욕심에 파울관리에 실패한 경기도 여럿 있었다. 이번 시즌 뉴욕 닉스에서는 그를 주전 센터로 중용함과 동시에 오프시즌동안 3점슛을 포함해 퍼리미터 공격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압도적인 사이즈에 운동신경을 가진 미첼 로빈슨이 슛도 쏘기 시작하고, 파울 관리도 한다? 상대팀에게는 재앙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올랜도의 영건 듀오 조나단 아이삭과 모 밤바이다. 늘 포텐셜과 기대가 넘쳐나는 팀, 그러나 매번 이상하게 잘 안 풀리고,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해 NBA에서 꾸준히 DTD (Down Team Is Down)를 실현시키고 있는 팀, 올랜도 매직이다. 이 팀의 2019-2020 시즌은 조나단 아이삭과 모 밤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란히 올랜도 매직이 2017, 2018 드래프트에 1라운드 6번째 픽으로 뽑은 선수. 신인 때부터 엄청난 디펜스 스킬로 주목받고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포텐셜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둘 중에는 조나단 아이삭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이번 시즌 주전 3번으로 나올 가능성이 큰 조나단 아이삭은 큰 키와 긴 윙스팬에 다양한 공격 옵션, 빠른 속도와 준수한 핸들링을 갖고 있다. 이런 특징에서 연상되는 선수가 있으니, 케빈 듀란트이다. 그렇다, 아이삭은 Next Kevin Durant로서의 기대를 많이 받고 있다. 인터뷰들을 참고해볼 때, 본인이 자기자신에 대해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이번 시즌을 맞이하는 아이작의 최대 강점이 아닌가 싶다.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모 밤바는 올랜도의 빅맨으로 지난 시즌 초반에 깜짝 활약을 펼치며 올랜도의 초반 러쉬에 크게 기여했으나, 부상으로 시즌 중반 낙마하였다. 밤바 역시 큰 키와 긴 윙스팬, 그리고 탄력성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선수이다.
앞선 선수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기대를 많이 받는 영건 선수들의 개인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출전시간과 공격 롤 부여이다. 이 선수들에게 부족한 건 내공, 어린 나이부터 베테랑 롤플레이어들처럼 적은 출전시간에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기는 쉽지 않다. 대신 이들에게 확실한 출전시간을 보장해주고, 공격에 있어 더 많은 소유권을 허락해주어 본인이 잘하는 플레이를 가능한 많이 시도할 수 있도록 팀에서 밀어준다면, 선수의 성장과 팀의 발전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 모든 건 선수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달려 있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조나단 아이삭과 모 밤바는 충분히 그럴만한 포텐셜을 갖고 있다.
다만, 이 두 선수끼리도 어느정도 포제션을 나누어야 하고, 올랜도는 에반 포니에, 애런 고든, 니콜라 부세비치 등 준수한 선수들이 공격 옵션을 나눠가며 다양한 공격을 펼치는 팀이기에 개인 성적에 따라 좌우되는 MIP 수상과는 앞선 선수들보다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두 선수에게 주목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는 것!
라바 볼의 아들, NBA에서 뛴 시간에 비해 너무도 많은 언론의 관심과 질타를 받으며 강하게 키워지고 있는 미디어의 양아들, 론조 볼이다. 이번 시즌은 애증으로 가득찼던 레이커스 생활에서 벗어나 뉴올리언스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고, 더불어 그간 본인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본인을 가장 괴롭혔던 아버지 라바 볼로부터도 사뭇 자유로워질 예정이다.
론조 볼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지난 시즌 1대1 대인 수비 능력과 팀 수비 모두를 인정받았고, 얼리 오펜스 및 속공 전개 능력은 영건 답지 않게 능숙하고 탁월하다. 빠른 공격을 현 리그에서 가장 잘 이끄는 선수 중 한 명이 아닌가 싶다. 그의 실력에 비해 아버지 라바 볼의 가벼운 언행들로 언론에 너무 많은 공격을 받았던 것이 안타까울 뿐. 론조 볼은 실력 면에 있어서는 앞선 선수들보다 이미 한 단계는 더 입증된 선수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주목할 선수로 론조 볼을 지목한 이유는 오프시즌 이적으로 그가 날개를 펼칠 여건이 확실하게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앤써니 데이비스 트레이드에서 론조 볼은 전 레이커스 동료인 브랜든 잉그램, 조쉬 하트와 함께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로 이적했고, 그 팀에 이번 시즌 괴물 신인 자이언 윌리엄슨이 합류하였다. 뉴올리언스는 이에 멈추지 않고 데릭 페이버스, JJ 레딕 등 높은 가치를 지닌 베테랑 플레이어들 또한 영입하였다.
포인트가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이다. 얼마나 다양한 옵션이 팀에 있는지, 얼마나 생산성이 좋은 동료들이 있는지에 따라 포인트가드가 경기 중 펼칠 수 있는 플레이의 범위는 천차만별이다. 그런 의미에서 론조 볼에게 이미 몇 시즌을 함께한 잉그램과 하트, 리그에서 가장 3점을 잘 받아먹는 선수 중 하나인 전문 슈터 레딕, 골밑을 확실하게 마무리해줄 페이버스와 에너지 넘치는 자이언까지, 신나게 패스를 뿌려줄 선수들이 너무나도 많다. 게다가 이번 오프시즌에 본인의 특이했던 슛폼을 교정하면서 부족했던 3점슛 개선을 향한 의지를 보였으니, 슛까지 완성이 된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셈이다.
총 5명의 선수를 언급하였는데, 부상이라는 변수가 없다면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다섯 명은 분명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제 시즌이 시작하고 NBA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다면 지인들에게 넌지시 이 선수들을 언급하자. 그리고 시즌이 끝날 때, 씩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말했지? 나 이 선수 잘할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