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36
현 NBA에는 다수의 중국 기업이 스폰서로 진출해 있다. 대표적으로 안타와 리닝 등, NBA 내 중국의 사업 규모는 한화로 4조원이 넘는다. 휴스턴과 골든스테이트의 경우, 중국과 특히나 커넥션이 강하게 맺어져 유니폼에도 중국어 광고가 되어 있다. 그 중 한 팀, 휴스턴에서 일이 터져버렸다.
역사 속 모든 사건의 발단은 다 미약한 법, 시작은 이 작은 트위터 하나였다.
휴스턴의 대릴 모리 단장이 본인의 트위터에 10월 4일자로 홍콩시위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 다른 입장문이나 추가적인 멘션은 없었으며, 오로지 FIGHT FOR FREEDOM / STAND WITH HONGKONG이라는 말이 새겨진 사진 한 장만을 트윗했다. 작은 SNS 게시글 하나이지만, 현 시국에서 중국과 강하게 연계된 팀의 단장이 남긴 트윗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작지만 무거운 트윗이었다.
대릴 모리 단장의 홍콩시위 지지 발언이 올라온 직후, 중국 내 NBA 온라인 스트리밍 중계를 담당하는 텐센트 TV가 바로 휴스턴 로케츠의 중계 및 모든 뉴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휴스턴의 구단주인 틸만 퍼티타는 재빠르게 중국 시장을 의식한 입장을 밝혔다. 본 트윗은 대릴 모리 단장의 개인적인 입장이며 휴스턴 로켓츠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말이다. 대놓고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모든 마케팅이 이루어지는 휴스턴 로켓츠에서 단장의 직위로 소신 발언을 한 모리, 그리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모리단장을 '꼬리자르기'한 틸만 구단주.
현지에서는 모리 단장이 쏘아올린 작은 트윗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자본 때문에 중국의 눈치를 보아선 안 된다. 소신 발언을 한 모리 단장에 리스펙트"
"중국의 자본과 영향력이 특히나 강한 휴스턴 로켓츠 구단에서 이렇게 발언한 것은 비즈니스적으로 경솔한 행동" 이 두 의견 간의 싸움이었다.
중국 농구 협회가 공식 입장을 밝힌다.
"휴스턴 GM 대럴 모리의 홍콩과 관련된 부적절한 코멘트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과 더불어 일체의 교류 협력을 중단한다". 중국 농구 협회의 대표는 바로 NBA 레전드 야오밍.
중국의 스포츠 용품 의류 회사인 리닝과 상하이 푸동 개발 은행 신용카드 센터도 10월 6일자로 휴스턴 로케츠와의 협력을 중단한다는 성명을 냈다.
관영방송인 CCTV도 휴스턴 로켓츠의 경기 및 관련 방송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에 휴스턴 측의 입장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휴스턴의 선택은 제대로 꼬리자르기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모리 측에 정식으로 사과 입장을 표명하라고 한 듯 했고, 구단 측에서는 별개로 모리 단장의 해임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다.
10월 7일, 대릴 모리 단장은 한 발 물러났다. 소신을 굽히지는 않았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 성명을 올렸다. 트위터에 "해당 트윗을 올린 이후, '복잡한 사건'에 대한 다른 관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또한 중국 팬들의 지지와 스폰서들의 지원에 항상 감사하며 그들을 공격하려거나 오해시키고 싶은 의도는 없었고 트윗은 자신의 생각이었을 뿐 휴스턴 로케츠나 NBA의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더불어 휴스턴의 슈퍼스타, 러셀 웨스트브룩과 제임스 하든은 "우리는 중국 팬들을 사랑하며, 그들이 보내준 성원과 지지에 항상 감사한다. 모리 단장의 트윗에 대신 사과한다."는 중국을 상당히 의식한 듯한 입장을 밝힌다.
이에 NBA가 드디어 나섰다. NBA 사무국의 공식 성명서가 올라온 것.
그러나, NBA 사무국의 공식 성명서가 미국 사이트와 중국 웨이보 사이트에 다른 뉘앙스로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미국 버전에는 "모리의 트윗이 중국 팬들에게 상처를 주어 유감이다" 정도였던 반면, 웨이보에 뜬 중국 버전 성명서에는 "모리의 부적절한 언행에 매우 실망하였다."의 뉘앙스가 담아 모리의 트윗을 아예 부정하였다. 중국 시장을 의식해도 너무 의식한 듯한 처사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논란이 일자 사무국의 Mike Bass는 "성명서가 번역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NBA의 공식적인 입장은 영어 버젼임을 정확히 밝힌다."고 명시하며 선을 그었다.
이와 별개로 NBA 사무국은 모리 단장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는 않겠다고도 밝혔다.
공식적으로 지지도, 징계도 하지 않은 셈이다.
중국에서는 분노 여론이 휴스턴 로켓츠에서 점차 NBA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NBA 측에서 휴스턴 구단, 그리고 모리 단장을 향해 명확한 반대 의사 또는 징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휴스턴 관련이 상품이 중국 내 알리바바, 나이키 등에서 사라졌고, 중국 정부는 NBA Cares 행사를 취소하기까지 했다. 프리시즌 기간에 NBA는 아시아 투어를 매년 시행하고,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공식적으로 NBA Cares 행사를 취소한 것은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NBA를 향한 일종의 전쟁 선포였다.
미국 정치권에서 이 사건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앞서 인트로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중국이 NBA에 진출해 있는 전체 시장규모가 4조원을 넘는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에 NBA 리그를 넘어 미중 무역분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NBA가 중국에 한 사과는 공산당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특히 NBA가 협회 차원의 성명을 낸 것을 지적하며, 개인적 사과가 아닌 미국을 대표하는 단체의 명의로 사과한 것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홍콩인들과 그들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한다"라며 "홍콩 시위를 지지한 모든 미국 시민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 공화당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NBA가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미국의 시민이 누려야 할 언론자유를 말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출처: ESPN, 네이버 스포츠, NBA Mania News 게시판 내 현지 기사 관련 포스트
NBA가 그동안 선수들이나 구단의 정치적 발언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으로 일관하다가 중국과 관련된 이번 사건에서는 중국을 달래는 듯한 성명서를 냈으니, 미 정치권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이제 NBA 사무총장 아담실버의 명확한 입장이 남았다.
10월 8일 공식 기자회견을 앞두고 NBA 사무총장 아담 실버는 새로운 성명을 발표한다.
앞서 발표한 성명이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NBA가 어떤 가치를 지지하는지 혼란이 오게 만든 것을 알고 있다. (중략) 평등, 존중의 가치와 표현의 자유는 늘 NBA를 정의해왔던 것들이다. NBA는 선수, 관계자, 구단주가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을 제재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더욱 강경한 스탠스로 일관한다.
대릴 모리 단장이 표현의 자유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에 대해 (중국에) 사과하지는 않겠다. (중략) 이번 일로 중국 팬들은 물론 NBA 팬들이 (다른 이유로) 분노하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이다
아담실버는 이어 야오밍 중국농구협회 회장의 분노도 언급하며 중국으로 직접 가서 해결을 보겠다고도 밝혔다.
(출처: 네이버 스포츠 기사 원문)
아담 실버는 이번 모리 발언이 NBA의 샐러리 캡 및 전반적인 수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를 알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NBA 샐러리캡 규모에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도 말하였다.
NBA를 대표하는 사무총장의 입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했는데, 중국 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심지어 구단 측에서도 꼬리자르기를 하던 상황에서, 강경하게 NBA 리그 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입장을 고수한 점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예상대로 중국 측은 이에 격분했다.
CCTV는 아담 실버의 성명에 대해 "국가의 주권과 사회안정에 도전하는 어떠한 발언도 표현의 자유 안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고, 아담실버의 모리 지지 발언으로 모든 NBA 방송 송출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브루클린 주관의 NBA Cares 프로그램 취소에 이어 레이커스 주관의 NBA Cares프로그램도 취소되었고 타오바오, JD.com, 핀듀오듀오 등의 e-commerce 업체들은 휴스턴 로케츠 관련 상품의 검색을 차단했다. NBA와 강하게 커넥션이 이루어진 신발 회사 ANTA는 NBA와 맺고 있는 모든 계약들의 게약 협상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NBA 측에서는 사무총장의 공식적인 성명이 스탠스를 확실히 하는데에 큰 힘이 되었던 듯하다.
이전에 눈치를 보던 분위기에서 조금씩 지지 입장을 표명하는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LA Clippers 감독 닥 리버스는 아담실버의 공식 입장에 대해 "그는 그렇게 해야 한다, 여긴 미국이니까. 우리가 무엇을 믿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걸 말한다고 해서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 우리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모든 것에 반대할 수 있고, 그렇게 말할 권리가 있고, 그것은 좋은 것이다. 그것이 이 나라가 말하는 언론의 자유이고 우리는 항상 언론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LA times)
샌안토니오의 감독이자 미국 국가대표 팀의 감독인 그렉 포포비치 또한 아담실버의 공식 성명에 대해 "그의 입장에서 모리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적 타격이 있을 위험성이 존재하는데도 그는 그런 말을 했으며 우리가 지켜온 원칙의 편에 섰다"고 강조하며 실버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10월 9일 오늘자로 상하이 전역에 붙어 있던 LA 레이커스-브루클린 넷츠 프리시즌 경기 홍보 배너가 제거되고 있다. 경기 예정일은 현지 시각으로 10월 10일이다. 이미 양 팀 선수들은 도착한 상태, 중국 시민들도 현 시국에서 NBA를 지지하면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정도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예상과 달리 선수들의 입국 현장에는 단 수십 명 정도의 팬들만 '얼굴을 가린 채로' 나타났다고 한다.
NBA와 중국의 전쟁은 진행 중이다. NBA 내에 경제적으로 중국이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필자의 주관적인 입장으로 아담 실버 사무총장까지도 중국의 눈치를 보며 이 사건을 마무리지었으면 약간 아쉽고 씁쓸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필자가 그간 NBA 리그에 엄청난 존중을 갖고 있는 이유는 선수들과 모든 관계자들에게 '단순한 농구 리그'가 아닌, '영향력을 갖고 있는 단체'로 인식하게끔 하는 리그의 입장 때문이었다. 비록 NBA가 당분간 이 문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고, 자본이 개입되어 있는 만큼 휘청거릴 수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고 하는 아담실버의 대담한 행보에 다시 한번 감탄을 표한다.
필자는 앞으로도 굳건히 NBA가 소신을 이어나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