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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Oct 10. 2019

조용히 공만 튀기지 않겠다

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37

어제는 현 NBA가 중국과 정치적인 전쟁을 치루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다루어봤다.

NBA 사무국이 사무총장 애덤 실버를 중심으로 NBA 리그 내의 '표현의 자유'를 확실히 보장하고 있는 모습.

중국 스폰서들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휴스턴 로켓츠의 단장 대럴 모리가 홍콩 시위를 지지한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며 존중의 의사표현을 한 NBA.


오늘도 어제에 이어 제법 무거운 주제이다. 바로 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또 하나의 케이스를 가져와봤다.

중국과 NBA의 전쟁은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케이스는 작년의 이야기인 점을 먼저 밝힌다.



'NBA 느바 맛보기' 시리즈의 DAY 10에서 선수들이 직접 만든 뉴미디어, Uninterrupted에 대해 다뤘었다.

이 Uninterrupted에서 나온 컨텐츠 중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란트가 차를 타고 가면서 여러가지 주제들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내용의 17분짜리 인터뷰 영상이 있었다. ESPN 브로드캐스터 카리 챔피언과 함께하는 인터뷰였는데, 가족 문제와 개인적인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흑인'인 공인으로서 겪게 되는 많은 역경들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이 인터뷰가 공개된 시기로부터 조금 전에, 르브론은 그의 LA 자택에 인종차별적 발언이 담긴 그래피티 테러를 당하기도 했었다. 그 사례를 언급하면서 더 나아가 르브론은 정치, 그리고 트럼프에 대해서도 언급하게 되었다.

5분 16초부터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다.

참고로 르브론 제임스는 Uninterrupted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많은 미디어 인터뷰와 SNS를 통해 미국 내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여러 차례 소신껏 밝혀왔었다. 하지만 자택 테러가 있은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기에, 르브론은 더욱 직접적으로 이 날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다.


NBA에는 기존에 파이널 우승팀이 오프시즌 중에 백악관을 방문해 대통령과 시간을 갖는 행사가 매년 있어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선수들 사이에서 우승한 뒤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큰 영광으로 생각하며 격한 감정을 개인 SNS에 남기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이 문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임하면서 깨지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해 당시 NBA 우승 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백악관 행사를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에 트위터로 "애초에 어느 팀도 초대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히며 SNS로 경박한 대응을 했는데, 이 사건에 대해 르브론 역시 골든스테이트를 지지한다며 의사를 밝혔었다. 관련 내용이 인터뷰 중에 다시 등장하면서 르브론의 트럼프 대통령 언급이 이어진다.

"The No. 1 job in America, the appointed person is someone who doesn't understand the people, and really don't give a fxxk about a people. When I was growing up, there was like three jobs that you looked for inspiration … It was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it was whoever was best in sports and it was the greatest musician at the time. You never thought you could be them, but you can grab inspiration from them. (중략) it's laughable and scary."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앉은 사람이, 국민들을 이해하지도 못할뿐더러 국민들에 대해 **도 신경안쓴다. 내가 자랄 때, 영감을 주는 직업이 세 가지 정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 스포츠계에서 가장 뛰어난 누군가, 그리고 당대에 가장 뛰어난 뮤지션. 내가 그런 사람이 될거라고는 다들 생각하지 않지만 그들에게서 엄청난 영감과 자극을 받는다. (중략)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대응하는 것은)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다.

이후에도 르브론과 듀란트는 트럼프를 비판하며 리더십, 그리고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알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문제는 이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였다.

Fox 뉴스의 앵커 로라 잉그라햄 Laura Ingraham은 그녀가 호스트인 뉴스 프로그램 The Ingraham Angle에서 직접적으로 르브론을 질타한다.

이 질타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로라 잉그라햄은 르브론이 트럼프를 인터뷰에서처럼 비판한 것에 대해 'barely intelligible', 'ungrammatical' and, 'ignorant.'하다고 말했다. 르브론이 속어를 섞어가며 트럼프가 국민들에 대해 **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무식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공식적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앵커가 말이다!

이어진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It's always unwise to seek political advice from someone who gets paid $100 million a year to bounce a ball," she said. "Keep the political comments to yourselves. ... Shut up and dribble."
누군가 그저 공을 튀기면서 1년에 1억달러 정도를 버는 사람에게서 정치적인 조언을 듣는다는 것은 상당히 현명하지 못하다. (르브론에게) 정치적 견해는 너 자신한테나 하도록 하고, 닥치고 드리블이나 해라.

공식적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NBA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에게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는 이유로 닥치고 드리블이나 하라니. 

그것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대통령에 대해, 

인종차별적 테러를 당한 공인이, 

인종차별을 하루빨리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며 강조한 인터뷰 내용에 대해 말이다.

미국 내에서도 얼마나 인종차별과 예체능계 인사들을 향한 보이지 않는 무시가 존재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연히 미국 전역은 분개했고, 특히 NBA 전체가 강경하게 나섰다.


일단 르브론은 다음 날 인터뷰에서 "I will definitely not just shut up and dribble. 나는 입 닫고 드리블이나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나는 사회에 내가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안다. 어린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 안다. 특히 돌파구가 없다고 느끼며 어린 나이에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무슨 의미인지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Shut up and Dribble 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하였다.

더불어 "The best thing she did was help me create more awareness 그녀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것은 내가 더욱이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게 도와준 것이다"며 재치있게 맞받아쳤다.


샌안토니오의 포포비치 감독은 로라 잉그라햄의 발언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하다"며 "르브론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사람들의 롤모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 대해서도 대담한 소신을 밝히며 NBA의 권익보호에 힘쓰는 아담 실버 NBA 사무총장은 이 사건에서도 르브론과 듀란트를 칭찬하며 입장을 밝혔다. 

"저는 우리 선수들이 NBA 선수로써의 지위를 이용하여 소셜미디어에서 그들에게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발언하는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그들이 단지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처럼 그들 자신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 엄청난 부를 생산하기 위한 기회들을 가졌다고 해서 그들이 교육에 신경쓰지 않는게 아닙니다. 그들 중 상당수가 여름에 학교로 다시 간다던지, 수업을 듣는다던지, 은퇴후의 것들을 한다던지 계속해서 그들 스스로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로라가 쇼에서 말한 이런 내용은 저를 답답하게 합니다. (중략) 저는 케빈과 르브론이 그 발언에 대해서 대응한 것에 대해서도 대단히 자랑스럽습니다." 

아담 실버가 이렇게 이야기한 이유는 로라 잉그라햄이 문제의 프로그램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발언하는 것에 대해 그의 학력수준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르브론이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곧장 NBA에 데뷔하여 대학 교육과정을 밟지 않은 것, 그리고 어렸을 적 빈민가에서 자라며 소위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였는데, 이에 대해 아담 실버가 정확하게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우습지 않은가. 앵커라는 사람이 대놓고 학력을 기준으로 개인을 평가하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묵살하며 무시한다. 오히려 무식한 쪽은 어느 쪽인지가 여실히 증명되었다.

르브론이 여기에 가만 있을 사람이 아니지, 르브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 자신을 통해 인종차별과 표현의 자유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르브론은 그 시점에서 아예 'Shut Up and Dribble'이라는 타이틀의 3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이제까지 르브론이 강조해왔던 내용, 현재의 정치적인 환경에서 선수들이 인식해야 할 본인들의 역할 변화에 대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NBA 내 한 무식한 앵커와 본인의 영향력을 너무도 잘 아는 현명한 고졸 공놀이 선수의 싸움은 고졸 공놀이 선수가 더 이상 Shut Up 하지 않으며 선수의 완승으로 종결되었다.



NBA는 이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본인의 말 한 마디에서 나오는 영향력을 너무도 잘 알고 있고, 본인들의 역할을 단순한 운동선수가 아닌 '인플루엔서', '어린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인'으로 명확히 인식하며, 사무총장부터 시작해 집단 전체가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이것이 진정 바람직한 집단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번 중국 사건이 오늘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도 언급되면서 점차 그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 NBA가 이번에도 사회에 '옳은 것'에 대한 메시지를 끝까지 던져주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이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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