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MUCH EP.02 : 첫사랑

첫사랑과의 저녁식사에 얼마를 낼 수 있나요?

by 욜수기 yollsugi

하우머치 프로젝트의 두번째 주제는

첫사랑과의 저녁식사 가격입니다.

첫사랑을 기억하나요?

첫사랑의 기억은 어떠세요?

아련하나요? 너무 보고싶은 사람인가요? 아니면 기억이 안 좋은, 화가 나는 사람인가요?


첫사랑은 늘 아쉬운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첫사랑에게는 못 한 말도 남아있고, 못해준 것들도 생각이 나기 마련이죠.

그런 첫사랑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까요?

어떤 장소에서 어떤 저녁식사를 생각중인가요?


하우머치의 첫사랑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우머치 프로젝트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모든 참여멤버들에게는 오로지 그 주의 테마만 제공합니다.

현실적인 기대가격을 제시하든, 내가 생각하는 이 상품의 가치를 제시하든, 나에게 이 아이템과 관련한 특별한 기억이 있어 그 기억에 대한 가격을 제시하든, 모든 것은 자유입니다.

모든 하우머치 프로젝트의 이야기들은 익명으로 공개됩니다.


ID : 최수종


6~7만원


내 첫사랑이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의미 없는 질문이 되겠지만 훗날 내 첫사랑과 밥을 먹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대와 함께 가장 많이 즐겨먹던 음식을 저녁 메뉴로 정하지 않을까? 평소에 먹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당 3만원 정도이니 두 명해서 6-7만원?



ID : 허쉬에는아몬드지


0원


우리의 첫사랑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 아니, 적어도 나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내가 추억하는 첫사랑은 아마 지금은 다른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첫사랑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지불할 가격은 0원이다. 첫사랑을 만나 실망하는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 그러므로 첫사랑은 만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첫사랑과 이별 후 본격적인 미화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 같다. 이별 직후, 혼자 보내는 시간이 익숙하지 않아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면서 과거의 행복과 현재 나의 비극을 극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첫사랑과의 다툼, 헤어지게 된 원인, 싫어했던 버릇들, 다 잊고 웃음만 가득했던 날들만 기억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손을 잡고 포옹을 해도, 내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지 않는 나를 보게 된다. 이미 한 번 경험한 것들이어서 내가 설레지 않는 것이지만 설렘이 마치 애정의 척도인 양, 첫사랑을 사랑한 만큼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내 첫사랑은 나에게는 아련한 존재다. 모든 게 좋았지만 (사실은 모든 게 좋아 보이게 꾸몄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룰 수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지금 사람과의 갈등들, 슬픔은 눈에 보이지만 과거의 첫사랑과는 전혀 그러지 않았던 것 같아서, "행복만 가득했던" 그 순간들을 다시는 살 수 없어서, 첫사랑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지금 그 사람은 내 첫사랑의 모습과는 참 많이 다를 것이다. 내가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 그 사람도 이리저리 많이 변했을 것이다. 그 변한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갖고 있는 나름의 판타지를 깨고 싶지 않다. 내 첫사랑이 가상인물처럼, 내가 꾸미는 아바타처럼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인생에 처음으로 한 사랑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설렜었고 그 그림 안에 있는 주인공들은 참 예뻤던 걸로 그림을 마무리 짓고 싶다.



ID : 투게더


30만원


내가 생각한 저녁식사 가격은 30만원. 막 럭셔리한 곳에 가겠다는 건 아니다. 저녁식사 가격을 메뉴에 초점을 두지 않고 그 시간? 첫사랑과 저녁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가격으로 생각하고 적었다. 그 당시에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어색하지 않게, 편안한 분위기속에 오랜만에 털어놓으면서 반가운 시간을 갖는다면 30만원은 아깝지 않을것 같은데?




ID : 라파두부


500만원


저의 첫사랑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슬라이드 폰으로 부족한 ‘알’을 아껴가며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요.. 대학교에 온 이후에도 그 분과 관련된 장소에 가게 되면 그 시절 생각이 문득 나고는 합니다. 그러나 그 분과 밥을 먹는다... 지금은 그러고 싶지는 않네요. 아련한 추억은 기억 속에 묻어두었을 때 빛나는 법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첫사랑과의 식사는 제 통장 잔고인 500만 원으로 설정하겠습니다.




ID : 5147


20만원


모름지기 첫사랑은 기억에 남는다고 하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X를 떠올려본다면... 20만원? 쌓인 오해, 어려서 내가 잘못한 것들 사과하고 싶은데 그럴 자리가 없어 아쉬웠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만나고 싶다거나 그런 감정은 절대 아니다. 사랑해서 라기보다는 후회돼서, 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후회되는 짓들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야 비싼 값을 부를 수 있지!



ID : 소심이


10만원


꼬꼬마 학생시절 같이 돈 모은 걸로 빕스에서 스테이크 썰었던 기억이,, 같은 곳에서 같은 기억으로 밥 한번 먹고싶다. 고기 먹으면 또 기분 좋아지니까~! 우리에게 식사 한번은 단순히 밥의 의미보다 시간을 내어 만난다는 의미가 강하니까, 꼭 고기가 아니라도 과거의 나를 누구보다 잘 알던 그 친구와의 한번의 조우가 나에게 십만원 정도의 값어치는 된다. (명리학에 근거해 나의 미래를 어렴풋이라도 알려주는 사주가 2-3만원인 거에 비하면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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