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페또의 페스티벌 여행기] 1. Ultra Korea 2016
EDM 음악을 즐겨 들은 지 5년째, 아직도 혹자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EDM 곡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Axwell & Ingrosso (이하 앙스웰 잉그로쏘)의 <Sun Is shining>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DJ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역시 주저없이 Avicii (이하 아비치)를 외칠 것이다.
이 둘을 동시에 모두 보았던 때가 2016 Ultra Korea였고 이 선호에 대해 단정 지을 수 있게 된 것 역시 2016 Ultra Korea였다. 그만큼 나에게 2016년의 앙스웰 잉그로쏘와 아비치의 기억은 강렬했다. 혹시나 아직까지 앙스웰 잉그로쏘의 Sun is Shining을 듣지 않았다면, 당장 들어보길 바란다.
실제로 해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의 전주. 웅장한 분위기.
여타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곡들과도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서서히, 조금씩 빌드업이 된다.
그리고는 후렴에서 "Sun is Shining, 그리고 너도 그렇다!"
라고 외치는 아름다운 노래이다.
하지만 이 곡이 내 기억 속에 너무도 강하게 박혀 있는 이유는, 노래보다는 2016년 종합운동장에서 느꼈던 소름 돋는 감격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천천히 차오르는 곡 구성만큼이나 피날레를 장식하는 불꽃놀이 역시 느리지만 아름다웠고, 그 공간을 함께 채우던 몇 만명의 관객들의 고개가 일제히 움직이며 행복한 표정을 띄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더욱 극적이었던 것은 Sun is shining이 플레이되는 시간 동안 가사가 실현이라도 되었던 건지, 피날레였던 그 곡이 끝나자마자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에 폭우가 쏟아졌던 것.
물론 시간이 밤 11시, 막차 시간이었기에 막차 걱정에 발걸음을 재촉했었던 것도 있지만, Sun is Shining에서 느낀 벅찬 감정을 안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지하철 역까지 사람들과 뛰어가는 그 때의 기분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당시에 멀쩡했던 옷은 완전히 젖었었지만 아직까지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장면 중 하나로 굳건히 남아있다.
Avicii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2016년에 나는 외쳤다.
살다 살다 아비치를 직접 보다니!
그리고 이후에 다시 외쳤다.
그 때의 아비치가 마지막이었다니!
나에게도 EDM이라는 넓은 음악 범주가 막연히 '자극적'이라는 느낌으로만 다가오던 시절, "아니야, EDM은 결국 행복한 감정으로 어디서든 춤을 출 수 있게 만들어주는 댄스음악이야"라고 알려준 이가 바로 아비치였다.
혹자는 묻는다. "디제이가 선곡을 해서 음악을 트는 사람이면, 원작자가 음악을 트는 것과 다른 디제이가 음악을 트는 것이 뭐가 달라?"
첫째로는, 내가 그 디제이의 곡들을 전반적으로 좋아한다면, 일종의 콘서트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비치의 플레이타임동안 [Levels], [Waiting for Love], [Hey Brother]부터 당시엔 미발매곡이었던 [Without You] 등 수많은 명곡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었다.
두번째로는, '의미'의 측면이다. 물론 다른 디제이들이 아비치의 트랙들을 틀어줄 수도 있다. 실제로 굉장히 많이 플레이되기도 하고. 한강공원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내가 직접 아비치의 트랙들을 틀며 놀 수도 있다. 하지만, 곡의 느낌을 원작자만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법.
아비치가 직접 자신의 노래를 틀어준 그 순간, 아비치가 직접 즐거움을 선물해준 그 순간은 나에게 앞으로도 큰 '의미'로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