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가 돌아온다. 올해도 역시나 아주 크게.
지난 해 4 월말, 몸은 서울에 있었지만 마음은 저 멀리 미국 캘리포니아에 향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예쁜 페스티벌, 코첼라 Coachella 때문.
매년 4월 말 2주에 걸쳐 열리는 코첼라 Coachella의 온라인 라이브 스트림을 보며,
기분만큼은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과 석양을 모두 즐기지 않았나 싶다.
지난 해는 K-Pop을 대표하는 블랙핑크가 참여하기도 해 국내에서도 많은 화제가 되었다.
필자 또한 블랙핑크의 공연을 포함해 2주간 금토일을 온전히 코첼라 공연을 보는 데에 바치며, 감명이란 감명은 사서 다 갚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코첼라가 올해 4월말에도 변함없이 열린다.
작년과 다르지만, 여전히 멋진 아티스트들을 가득 데리고 말이다.
코첼라의 라인업은 다른 페스티벌처럼 몇 차례에 걸쳐 나오지 않고 한번에 공개된다.
라인업을 한꺼번에 공개한다는 것은 그만큼 페스티벌이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몇 차례에 걸쳐,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티켓판매를 이어나가기보다, 한꺼번에 라인업을 공개하고 그 스케일에 압도당한 사람들이 홀린 듯 바로 티켓을 구매하게끔 한다.
물론, 라인업이 뜬 후에 티켓 구매를 알아본다면, 미안한 말이지만 이미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역시, 라인업이 공개된 시점에서 이미 Week1 티켓은 Sold Out이었다.
라인업이 나오기 전에, 이미 코첼라라는 이벤트에 강한 신뢰를 갖고 있는 자들만이 Week1 티켓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사실 웬만큼 페스티벌을 다닌 사람들은 블라인드 티켓을 사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페스티벌에 대한 신뢰로 사는 블라인드 티켓의 가치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보통의 페스티벌들의 경우, 블라인드 티켓 판매 기간이 끝난 후 라인업을 보고, "아! 블라인드 티켓 샀어야 했는데!" 하며 조금 높은 가격에 얼리버드 티켓을 사게 된다. 안타깝게도 코첼라의 경우 블라인드 티켓이 아닌, Week1의 전체 티켓이 모두 매진이 되어버렸다.
2주간 같은 라인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Week2보다는 Week1 무대가 처음 선보인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 법이다. 하지만 코첼라라는 이벤트 자체를 경험하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그리고 '첫 무대'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Week2를 사는 것에 있어 망설임을 느낄 필요가 없다. Week 2도 코첼라는 코첼라니까.
라인업을 조금 뜯어보면 흥미로운 점이 여럿 보인다.
일단, 놀라운 것은 코첼라의 '라인업 구성력' 자체이다.
매년 전 세계의 걸출한 뮤지션들을 데려오고, 종합 뮤직 페스티벌에 있어서는 최고의 라인업 구성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매년 아티스트 구성에 있어 겹치는 아티스트가 거의 없다.
이 점이 굉장히 놀랍다.
코첼라는 끊임없이 아티스트들의 행적을 파악하고, 활동을 얼마나 하고 현재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한다. 그 분석 결과는 섭외부터, 라인업 내 포지션 선정까지 많은 곳에 영향을 준다.
일례로 상단의 포스터들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16 Coachella의 헤드라이너 중 한 명은 일렉트로닉 팝의 대가, Calvin Harris였다. 이 당시에 [This is What You Came For]라는 명곡을 냈기 때문에, 캘빈 해리스의 헤드라이너 무대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무대 중 하나가 되었다.
올해 캘빈 해리스가 3년만에 다시 섭외되었다. 차이라면 헤드라이너가 아니라는 것. 캘빈해리스보다 Rage Against The Machine의 무대가 헤드라이너로 더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에 RATM의 라이브 무대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터라 이 선택에 필자 또한 강력히 동의한다. 첫날의 마지막을 강력한 RATM의 락으로 장식한다면, 올해도 무조건 본방사수다.
2017 Coachella의 라인업을 보면 첫날 헤드라이너 Radiohead 밑에 Travis Scott이 보인다. 그렇다, 현재 미국 힙합씬을 이끌고 있는 그 Travis Scott이고, 저 당시의 위상을 따지자면, 아마 작년의 빌리 아일리시 정도 되었을 것이다. 슈퍼스타가 되기를 앞두고 있는 상태, 이미 엄청난 팬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그 상태에서 트래비스 스캇은 코첼라 2017의 서브 헤드 아티스트로 무대에 올랐고, 본인 또한 그 점에 엄청나게 감격했다고 한다. 이후 수많은 페스티벌들에서 트래비스 스캇은 헤드라이너로 올랐다. (코첼라의 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코첼라 메인 스테이지 저녁 시간에 섭외가 된다면 타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의 섭외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3년만에 트래비스 스캇은 올해 헤드라이너로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 한국 아티스트들도 여럿 코첼라에 참여한다. 작년 블랙핑크가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며, 해외 미디어와 유튜브 내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영향으로, 올해는 빅뱅이 코첼라 무대에 오른다. 포스터에서 작년 블랙핑크와 비슷한 위치에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스테이지나 시간도 작년 블랙핑크와 비슷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멤버 전체 전역 후 첫 무대를 이 코첼라에서 장식한다고 발표하였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 빅뱅의 행보로 보아, 분명 멋있는 무대, 퀄리티가 높은 퍼포먼스를 기대해봐도 될 듯하다.
그러나 군 복무기간동안 수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범죄에 연루되기도 했던 만큼, 아무리 좋은 공연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예상되는 국내 팬들의 싸늘한 반응은 그들이 안고가야할 숙명이라고 본다. 섭외 자체에 있어 국내에서 이미 갑론을박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아티스트로 그 무대에 오르는 만큼 무대 자체는 최선을 다해 멋진 무대를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빅뱅 외에도 에픽하이, Peggy Gou, Yaeji, Tokimonsta가 올해 코첼라에 참여한다.
이 중 Yaeji와 Tokimonsta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국내보다는 해외 무대에 훨씬 많이 오르며 해외 일렉트로닉 씬에서는 이미 인정받는 프로듀서이자 DJ로 자리잡았다.
Peggy Gou 역시 올해 한국인 최초로 DJ MAG Top 100 안에 랭크되며, 입지를 증명하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여성 DJ들이 코첼라 무대에 동시에 오르는 만큼, 이들의 DJ Set 또한 '국뽕'으로 불리는 애국심과 함께 큰 기대를 갖고 보게 될 것 같다.
그 밖의 라인업 내 아티스트들을 한 명 한 명 뜯어보기에는 아티스트 개개인이 이미 씬 내에서 엄청난 리스펙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인지라 무리가 있을 듯하다.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합장르 뮤직페스티벌답게, 라인업 만으로 전세계의 팬들을 불러모으는 코첼라이지만, 코첼라에 대해서 관심있게 알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페스티벌이 단순히 무대 외에도 얼마나 매력적인 페스티벌인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코첼라는 캠핑 페스티벌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모두 사랑하는 몇 십만명의 사람이 모이는 곳.
그런 페스티벌이니만큼 운영과 페스티벌 디자인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작년에 쓴 글 중에 페스티벌 내 환경 문제에 대해 다뤄본 글이 있었다.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에는 코첼라 행사장 내에 비치된 쓰레기통 사진이 있었다.
이렇게 예쁜 쓰레기통을 보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이벤트 기획의 요소가 '디테일' 측면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다가갈 때, 엄청난 매력으로 자리할 수 있음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Music & Art 페스티벌로서의 브랜드 메이킹을 하는 만큼,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각종 조형물에도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 코첼라가 진행되는 2주 동안 캘리포니아의 행사장 부지는 오로지 코첼라라는 브랜드 아래, 그에 어울리는 바이브를 자아낼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페스티벌이 뮤지션들의 개인 단독 콘서트와 차별성을 두는 지점은 '이벤트 디자인'에 있다고 본다.
얼마나 그 공간을 하나의 바이브로 채워 나가느냐, 그리고 그 디자인이 소비자인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 관객들이 행사장에 있는 동안,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인이 단순한 공연 외에 보다 많은 요소들에서 창출될수록 잘 짜여진 'Well made'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쓰레기통마저 예쁜 곳인데, 작정하고 만든 예술 조형물들은 오죽할까!
안타깝게도 필자는 올해도 코첼라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버킷 리스트로 수년 전부터 자리잡은 코첼라 참여는 내년, 아니면 내후년으로 한번 더 미뤄야할 것 같다.
하지만 올해도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코첼라의 무대 하나하나를 챙겨볼 예정이다.
랜선을 통해서라도 코첼라의 바이브를 느낄 생각이다.
혹여나 올해 코첼라를 가는 사람이라면, 온 마음을 다해 부러움을 표한다.
필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환영이다.
4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2주에 걸쳐, 필자와 함께 최고의 페스티벌을 원격으로 느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