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Jan 05. 2020

내 팔찌!
플리마켓은 페스티벌에 필수다

[수페또의 페스티벌 여행기] 2. Greenplugged 2016

2016년 그린플러그드를 떠올려 보면 잃어버린 팔찌가 기억에 남는다.

정말 이쁜 팔찌였는데.

파란색, 하늘색, 흰색이 조화롭게 섞인 수제 팔찌였다.


2016 그린 플러그드 메인 스테이지와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플리마켓이 열렸다.

팔찌, 귀걸이, 실반지 등 악세서리들도 있었고 각종 공예 아이템들도 있었다.


2016년 그린플러그드는 혼자서 즐긴 페스티벌이었다.

혼자 돗자리를 펴고 누워 인디음악들을 들으며 나른한 오후를 누렸다.

거의 호캉스였다. 한번씩 누워서 듣다가 몸이 근질근질해지면 저기 앞에 가서 슬램 한번 하고 오고.

하지만 혼자 있으면 같은 시간도 사뭇 길게 느껴지는 법이다.


한동안 여유롭게 무대를 즐기다가 문득 플리마켓도 궁금해져서 구경을 갔었다.

이전에는 페스티벌에 가면 무대 외에 다른 곳들을 둘러볼 여유가 부족했었다. 

더군다나 평소 악세서리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였기에, 플리마켓은 원래 관심 밖이었다.

아마 이 그린플러그드 2016이 이랬던 나의 성향을 많이 바꿔준 계기였을 것이다.


그날따라 유난히 그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8000원.

고민이 되긴 했지만 이미 꽂혀버린 나는 살 수 밖에 없었고 사자마자 팔찌를 착용했다.

너무 예쁜 그 팔찌를 찬 뒤, 사자마자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이 짧았던 나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뒤, 들뜬 마음을 안고 바로 다시 메인스테이지로 향했다.

하필 그 때 메인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고 있던 팀은 갤럭시 익스프레스.

망설이지 않고 슬램 대열에 합류했다. 이리 박고 저리 박으며 슬램을 한차례 즐기고 나오니 팔찌가 사라졌더라.

세상에.


눈물을 머금고 다시 플리마켓으로 가 어린 마음에 초면이었던 플리마켓 셀러분께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기, 제 꺼 예쁘다고 친구가 똑같은 걸로 하나 사다달라던데, 하나 더 살게요."

"아, 그러세요? 그쵸 그거 예쁘죠! 근데 아까 바로 차시더니, 아까 사셨던 건 어디 갔어요?"
(당황)

"아... 그게 친구가 바로 뺏어가서 차고 있죠 뭐 헤헤"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나니 마음이 더 찢어지더라.

다시는 팔찌를 차고 슬램을 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그 날, 이후 이어진 슬램에서는 안전하게 주머니에 팔찌를 넣어두고 계속해서 슬램을 즐겼다.

진작 이렇게 할걸 싶었다. 멍청한 나. 이렇게 하나 배워가는 거지.

그렇게 그린플러그드를 다녀와서 집에 돌아와 예쁘면서도 마음이 아려오는 팔찌를 꺼내 고이 간직하려던 순간,


아. 팔찌가 주머니에 없다.

슬램할 때 주머니에서 빠졌나보다.


에라이.




매거진의 이전글 2020 코첼라 Coming So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