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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Mar 15. 2019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예쁜 공간의 시작은 예쁜 쓰레기통에서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성’ 강조의 목소리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특히 카페 등에서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의 이용을 제한 및 지양하고, 실내에서는 머그컵으로 대체, 테이크아웃일 경우에만 플라스틱 컵을 제공, 플라스틱 빨대들을 종이 빨대나 빨대가 필요없는 특수 컵으로 대체하는 등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종이빨대보다 빨대없는 테이크아웃 컵 뚜껑을 더 선호하긴 한다.


페스티벌은 예외일까? 그럴수 없다. 음료가 필연적으로 함께하는 곳이 페스티벌이다. 필자도 공연을 보는 것만큼이나 그 곳에서 레드불과 위스키가 가미된 맛난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을 기대한다. 정말 많은 관객들 (UMF KOREA 2018 기준 일일 관객 수 추정 약 40000명)이 한 공간에 있는 만큼, 관객들이 음료를 소비하는 양도 상당하다. 다행인 것은 많은 페스티벌들이 플라스틱 일회용 컵 대신 긴 종이 재질 컵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단계는 통과인 셈.




그렇다면 페스티벌 기획자, 운영진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친환경성을 위해, 그리고 ‘관객 복지’를 위해 (비공식적으로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페스티벌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관객 만족도를 관객 복지라고 부르는 중이다.) 할 수 있는 그 다음 단계의 노력은 무엇일까?


사진 두 장으로 메시지를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사진은 국내 뮤직 페스티벌의 가장 대표적인 베뉴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보조경기장에서 OO페스티벌 당시 찍었던 사진이다. 페스티벌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이 사진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도 있고, 뒤의 스테이지 배경도 있겠다. 그러나 한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일회용 컵들과 쓰레기들이 보인다.

두번째 사진은 세계적인 페스티벌,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쓰레기통 사진이다.



쓰레기통이 예뻐 봐야 쓰레기통일 뿐이다? 페스티벌 단위의 이벤트 기획자 입장에서 본다면 이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아니 동의할 수 없어야 한다!

관객들에게 이벤트를 잘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그 여건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이벤트를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심도 깊은 고민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창 놀기 바쁠 때,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면 관객들은 이를 바닥에 던져 버리기 쉽다. 그 행위가 정당하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여건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쓰레기통 수의 확대이다. 정말 국내 페스티벌을 가보면 쓰레기를 버릴 공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쓰레기통이라고는 화장실 앞의 기존에 마련된 쓰레기통 밖에 없고, 주최 측에서 추가로 비치해 둔 쓰레기통을 찾기는 굉장히 힘들다. 최소한 스테이지마다 스테이지 앞 펜스 쪽, 그리고 뒤 쪽 넓은 공간 등에 5개~10개는 비치해둬야 하지 않나 싶다.


수의 확대가 이루어진 뒤에는 정성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쓰레기통이 코첼라처럼 예쁘게 디자인된다면, 관객들의 심리, 태도 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인 쓰레기통이라면 쓰레기통이 단순히 더러운 쓰레기들을 버려두는 곳, 더러운 공간으로만 인식되면서 ‘쓰레기’가 갖는 관념적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런 쓰레기통이 예쁘게 디자인된다면, “뭐야 이거? 쓰레기통이었어? 쓸데없이 예쁘네!” 라고 툴툴대면서도 쓰레기를 눈에 띄는 그 ‘예쁜 쓰레기통’ 안에 버리는 등 무의식적으로 선진적인 시민 의식을 이끌어내기에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본다.


페스티벌을 다니면서 작은 변화가 있었다면, 하고 아쉬움을 표했던 기억이 많다.
기획, 주최 측의 작은 배려와 세심한 고민이
라인업, 스테이지 디자인 등의 요소처럼
페스티벌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결정짓는 큰 요소는 될 수 없겠지만,
이것이 페스티벌을 좋아하고 즐기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재방문율에는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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