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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예쁜 공간의 시작은 예쁜 쓰레기통에서

by 욜수기 yolls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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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친환경성’ 강조의 목소리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특히 카페 등에서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의 이용을 제한 및 지양하고, 실내에서는 머그컵으로 대체, 테이크아웃일 경우에만 플라스틱 컵을 제공, 플라스틱 빨대들을 종이 빨대나 빨대가 필요없는 특수 컵으로 대체하는 등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종이빨대보다 빨대없는 테이크아웃 컵 뚜껑을 더 선호하긴 한다.


페스티벌은 예외일까? 그럴수 없다. 음료가 필연적으로 함께하는 곳이 페스티벌이다. 필자도 공연을 보는 것만큼이나 그 곳에서 레드불과 위스키가 가미된 맛난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을 기대한다. 정말 많은 관객들 (UMF KOREA 2018 기준 일일 관객 수 추정 약 40000명)이 한 공간에 있는 만큼, 관객들이 음료를 소비하는 양도 상당하다. 다행인 것은 많은 페스티벌들이 플라스틱 일회용 컵 대신 긴 종이 재질 컵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단계는 통과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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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페스티벌 기획자, 운영진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친환경성을 위해, 그리고 ‘관객 복지’를 위해 (비공식적으로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페스티벌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관객 만족도를 관객 복지라고 부르는 중이다.) 할 수 있는 그 다음 단계의 노력은 무엇일까?


사진 두 장으로 메시지를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사진은 국내 뮤직 페스티벌의 가장 대표적인 베뉴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보조경기장에서 OO페스티벌 당시 찍었던 사진이다. 페스티벌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이 사진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도 있고, 뒤의 스테이지 배경도 있겠다. 그러나 한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일회용 컵들과 쓰레기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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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사진은 세계적인 페스티벌,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쓰레기통 사진이다.



쓰레기통이 예뻐 봐야 쓰레기통일 뿐이다? 페스티벌 단위의 이벤트 기획자 입장에서 본다면 이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아니 동의할 수 없어야 한다!

관객들에게 이벤트를 잘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그 여건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이벤트를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심도 깊은 고민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창 놀기 바쁠 때,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면 관객들은 이를 바닥에 던져 버리기 쉽다. 그 행위가 정당하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여건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쓰레기통 수의 확대이다. 정말 국내 페스티벌을 가보면 쓰레기를 버릴 공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쓰레기통이라고는 화장실 앞의 기존에 마련된 쓰레기통 밖에 없고, 주최 측에서 추가로 비치해 둔 쓰레기통을 찾기는 굉장히 힘들다. 최소한 스테이지마다 스테이지 앞 펜스 쪽, 그리고 뒤 쪽 넓은 공간 등에 5개~10개는 비치해둬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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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확대가 이루어진 뒤에는 정성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쓰레기통이 코첼라처럼 예쁘게 디자인된다면, 관객들의 심리, 태도 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일반적인 쓰레기통이라면 쓰레기통이 단순히 더러운 쓰레기들을 버려두는 곳, 더러운 공간으로만 인식되면서 ‘쓰레기’가 갖는 관념적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런 쓰레기통이 예쁘게 디자인된다면, “뭐야 이거? 쓰레기통이었어? 쓸데없이 예쁘네!” 라고 툴툴대면서도 쓰레기를 눈에 띄는 그 ‘예쁜 쓰레기통’ 안에 버리는 등 무의식적으로 선진적인 시민 의식을 이끌어내기에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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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을 다니면서 작은 변화가 있었다면, 하고 아쉬움을 표했던 기억이 많다.
기획, 주최 측의 작은 배려와 세심한 고민이
라인업, 스테이지 디자인 등의 요소처럼
페스티벌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결정짓는 큰 요소는 될 수 없겠지만,
이것이 페스티벌을 좋아하고 즐기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재방문율에는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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