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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Jul 22. 2018

국내 EDM씬에 느끼는 아쉬움

더 많은 DJ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기를 소망하며

요즘 디제잉을 배우고 있다.

디제잉을 배우기 시작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단순히 디제잉 기기를 다루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 나만의 믹스셋을 만들어보고 싶어서라기에는

그보다 훨씬 큰 목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서 첫 시간부터 왜 디제잉을 배우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쉽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단순히 스킬을 배우는 것보다는 훨씬 큰 목적의식이 있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조차도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다.

글쎄, 왜 배우기 시작했냐라기보다 이제는 무엇을 얻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듯 싶다.


첫번째는 내가 그렇게 많이 접하고 있는 음악들에 대해 깊이 빠져보는 경험을 얻었고
두번째로는 내가 좋아하는 EDM씬, 페스티벌씬에 대해 조금 더 높은 이해도와 함께 깊은 고민을 시작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나라에 투모로우랜드만큼, 코첼라만큼 정말 많은 실력있는 아티스트 및 디제이들이 멋진 무대를 선사할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꿈에 조금은 추상적인 방식으로 한발짝 다가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DJ (Disk Jockey)라는 이름과 같이 사람들에게 "이 음악을 한번 들어보지 않을래?" 하고 음악을 나누는 멋진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면서 나는 전반적인 음악에 대한 이해,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를 원했던 것이었다. 그만큼 나는 DJ의 능력, DJ의 모티베이션이 페스티벌과 같은 공연산업에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그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서론이 장황하고 길었다.


내가 말하려고 한 것은 국내EDM 씬에 대해 아쉬운 점이었는데 말이다.

핵심으로 돌아와 (사실 서론은 이어지고 있다 분명!) 내가 아쉬운 점은 국내에서 DJ들에게 형성된 인식과 DJ들의 입지이다. 너무나도 과소평가되고 있고, 관련 산업 종사자들 또한 DJ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다.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에 앞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제이 플레이 영상 하나를 가져와 보았다.

우리나라의 다양항 디제이들의 플레이영상을 담아주는 MixMix Tv라는 플랫폼이자 채널에서 담은

4 Colour Zack 이라는 외국 디제이의 30여분짜리 플레이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7joaq4yNoYw

처음으로 내가 디제이가 어떤 음악을 트는 사람인가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디제이이자 영상이었다.

예전의 나에게,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디제이는 클럽에서 클럽음악을 트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EDM이 <클럽음악> 이렇게 불리는 것도 개인적으로 클럽이 주는 선정성과 함께 이미지형성에 많이 기여한다고 생각해서 참 기분이 좋지는 않다)

4 colour zack은 진짜 온갖 노래를 다 튼다. 이게 무려 3년전 2015년 노래인데, 시작은 스티비원더의 노래, 휘트니휴스턴의 노래들을 틀고, 마이클잭슨, 마빈게이, 엘튼존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면서 기가 막히게 깔끔한 디제잉으로 데이빗게타의 음악, 카니예웨스트와 드레이크의 스웩을 넣고, 코엑스 앞 광장이라는 저 곳에서 도저히 틀 수 없을것만 같은 RL GRIME의 트랩도 녹여서 틀어버린다. 디제이에 대한 기호 여부와 다르게, 이 셋은 내 인생 셋이라고 할 수 있다.


즉, DJ는 어떤 노래든 틀 수 있는 사람이다.

누구나 가능하고, 어디서도 할 수 있고, 어떤 노래든 틀 수 있다.

다만 그 장소에 적합하게 틀고, 자기만의 색깔을 담아나갈 뿐이다.

클럽 혹은 페스티벌에서 EDM만을 트는 것이 디제이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플랫폼들과 단체들이 EDM의 인식, DJ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그리고 DJ이든 리스너이든 모두가 본질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노력해왔을 것이다.

믹스믹스티비도 마찬가지이고, 사실 덜 알려져서 그렇지 상당히 멋진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유명해진 트리거스 크루, 일명 "취향저격 보컬있는 EDM" 페이지 운영진 크루 또한 EDM이 유흥이 아닌 문화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슬로건과 함께 다수의 파티를 운영해오고 있다. 사람들에게 좋은 일렉트로닉 음악들을 페이스북 플랫폼을 통해 소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파티에 와서 따라부를 수 있게 하며 클럽의 인식 또한 바꾸어 나가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이들 또한 이들 나름대로의 '고착화' 현상에 조금은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EDM을 정말 사랑하는 그 운영진들과 파티에 섭외된 디제이들도 '예습해와서 떼창하는 것'이 주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취향저격 보컬있는 EDM' 페이지에서 주최하는 파티만의 색깔이 형성되었고 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 중에 아는 노래를 (혹은 모르는 노래를 예습해와서) 떼창하는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면서

"나는 그것이 EDM의 본연의 즐거움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는 다른 일렉트로닉음악 팬들과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나는 그런 현상들을 관망하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고정관념을 탈피하겠다는 멋진 생각에서 출발한 활동이 다른 고착화를 낳을 수도 있음을 많이 느낀다.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서, 이번에는 TV에서 디제이들을 다룬 여러 방송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대놓고 DJ들에 대한 방송, 일종의 음악 경연 예능을 보인 방송이 두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3년 전에 나왔던 엠넷의 헤드라이너라는 방송이었고

또 하나는 작년에 나온 SBS의 DJ쇼 트라이앵글이라는 방송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방송들이 기획의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이 방송이 남긴 것은 일부 DJ들의 멋진 음악들로 귀호강을 하는 시간이었고

다른 쪽으로 남긴 것은 DJ들 중에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DJ들이 많다라는 것과,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느낌이었다.

두 방송 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화제가 되었었고 나와 같이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헤드라이너에서는 전문 DJ라는 이름을 다고 나와서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전혀 되지 않은 채 테크노 음악을 듣고 '하우스 음악은 지루해'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긴 DJ가 있었던가 하면, 지금까지도 해외에서까지 영상이 돌며 많은 비난을 받은 고스트디제잉 (믹스셋을 다 만들어오고 관객들 앞에서 디제잉을 하는 척 쇼만 하는) 을 너무나 당당하고 뻔뻔하게 한 디제이도 있었다. 엠넷 아니랄까봐, DJ들 개개인의 색깔을 다룬 시간보다 그런 기본이 안 된 디제이들과 아닌 디제이들 간의 갈등 구도를 촬영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이었다.


SBS에서 한 트라이앵글 쇼는 엠넷의 선례를 봐서인지 다른 요소 없이 거의 DJ들 간의 음악 경연만 보여주는 형식을 유지하였고, 현재 국내에 가장 핫한 홍대, 이태원, 강남의 디제이크루들 간 대결 구도로 경연을 하면서 헤드라이너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디제이들의 섭외 또한 정말 국내 EDM씬에서 가장 유명하고 실력있는 디제이들을 섭외하여 귀가 호강되는 믹싱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데에는 큰 만족을 느꼈다. 다만 이 방송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디제이들이 주가 되면서 디제이들을 배려한 방송이었는가?',  '짧은 시간으로 경연이 가능할까' 에 대한 고민을 과연 해봤는지에 대한 의문이 보는 내내 들었었다. 경연 구도, 짧은 시간, 방송이라는 특성이 모두 작용하여 디제이들 중에 스킬적인 부분만을 보이는 디제이도 있었고, 그런 스킬들을 선곡이나 매끄러운 곡의 흐름보다 더 강조하는 예능식 편집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경연의 영향을 받아 점점 유명한 가수,랩퍼,댄스팀 등을 섭외하고 과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디제이들보다 섭외된 피쳐링가수에 따라 경연 결과가 정해지기도 하는 그런 현상들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출연한 디제이들이 각각의 색깔을 끝까지 보인 것에는 정말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국내 메인스트림 음악인 K-Pop에서도 일렉트로닉 음악이 굉장히 많이 등장하면서 일렉트로닉 음악의 입지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은 분명하다. 이럴 때 일수록 갖은 고정관념들과, 리스너들만의 우월의식을 타파하고 디제이들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가져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디제이가 어떤 음악을 어떻게 틀든 궁극적으로는 많은 음악들을 적절하게 선곡하며 즐거움을 주는 멋진 사람들이라는 인식 또한 일렉트로닉 음악의 인기와 함께 찾아오기를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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