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아티스트, 앨범, 노래 등등. 그 두번째, 해외편
국내 음악을 결산함에 이어 이번에는 2019 해외음악 결산이다.
올 한 해 국내 음악보다 해외 음악을 훨씬 많이 들은 입장에서, 국내 음악에 관해 적을 때 보다 훨씬 많은 고뇌가 동반되었다. 역시나 행복한 고뇌였다.
19.03.29 Release
올해의 아티스트라면 누가 뭐래도 빌리 아일리시가 아닐까 싶다.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이 앨범은 놀랍게도 빌리 아일리시의 정규 데뷔 음반. UK 앨범차트 1위에 오르고,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앨범 후보에도 올랐다.
단순히 수상이나 기록적 측면에 의미를 두기에는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 보여준 파급력을 다 담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게, 4월에 코첼라2019를 라이브스트림으로 접하고 있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헤드라이너가 아니었다. 하지만 빌리 아일리시의 첫 곡 <Bad Guy>가 나오는 순간 그 공간에 있던 모든 관객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떼창을 하는 모습을 보며, 특히 앞쪽에 밀집되어 있던 10대 소녀 팬들이 엄청난 텐션으로 빌리를 반기는 모습을 보며, 빌리 아일리시의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세와 파급력을 몸소 실감했다. 2018년 떠오르는 뮤지션으로 한국에 내한했을 때의 아우라가 아니었다.
<Bury A Friend>나 <Wish You Were Gay>가 빌리 아일리시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로 그녀의 색깔을 드러내었다면, <Bad Guy>는 빠른 템포와 함께 그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완벽히 채워주면서 빌리 아일리시를 단숨에 슈퍼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명곡이다. 좋은 노래는 어떻게든 라이브 영상이 화제가 되기 마련인데, 필자의 기억으로 빌리 아일리시는 3월에 <Wish You Were Gay>의 BBC Radio live 영상이, 4월에 <Bad Guy> 코첼라 오프닝 라이브 영상이, 그리고 11월에는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의 AMA Awards live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혹시나 그녀의 2019년 위상을 접하고도 아직 그녀의 라이브를 접하지 못했다면, 코첼라와 AMA 라이브 영상은 반드시 보기를 추천한다. 보는 순간 2020년에 늦깍이로 빌리 아일리시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테니.
19.06.06 Release
아비치다. 이 네글자로 끝이다. 작년 4월에 세상을 떠난 아비치의 유작이다.
12곡의 이 앨범 하나가, 단순한 앨범이라기보다는 선물처럼 다가왔다. 필자에게 아비치가 지닌 의미가 남다르기도 하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소개해준 이가 아비치였다. 그 아비치는 세상을 떠났고,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났다는 사실에 아파하고 슬퍼한 필자를 비롯, 많은 팬들에게 아비치는 선물을 남겼다. 그리고 그 선물은 의미를 떠나, 완벽한 작품 그 자체였다. 가장 좋아한 곡은 콜드플레이의 Chris Martin과 함께한 <Heaven>, 그리고 Imagine Dragons와 함께한 <Heart Upon My Sleeve>. 이 두곡을 라이브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올 한 해 페스티벌들에서, 그리고 가지 못한 해외의 페스티벌들에서 아비치의 Tribute 무대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게 최고의 Tribute는 아비치 본인이 남긴 이 앨범, [Tim]이었다.
19.05.17 Release
타일러는 성장중이었다. 그리고 이 [IGOR] 앨범과 함께 자신이 성숙한 뮤지션이 되었음을,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아티스트임을 여실히 증명해내었다. 이 앨범을 통해 전작에서도 언급하였던 자신의 성정체성, 본인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었는데, 그 스토리텔링이 너무나 진실되었기에 이 앨범이 여기저기서 호평을 받지 않았나 싶다. 본인이 전곡을 프로듀싱, Lil Uzi Vert, Kanye West, Playboy Carti 등을 피쳐링진으로 구성하였는데, 본인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을 보면 이 앨범에 대한 타일러만의 패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앨범 내에 다양한 장르가 담겨있으면서도 그 다양성이 아티스트 고유의 색깔로 묶일 수 있을 때 명반이라고 생각했는데, Tyler, the Creator의 [IGOR] 또한 그렇다. R&B, Soul, Synth Pop이 잘 어우러져 있는 명반. 평소 멜로디와 비트를 가사보다 중시하는 내게, 타일러의 가사 한 줄 한 줄은 연구 대상이었다.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 가사들이었기에.
아! 물론 비트와 멜로디는 Tyler의 소울 그대로 마냥 좋았다.
19.09.06 Release
2017년 이후로 포스트말론은 매년을 결산할 때 빼놓아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2019년에는 [Hollywood's Bleeding]은 총 17곡. 이 중 <Wow>, <Goodbyes>, <Circles>가 앞서 싱글로 공개되었었고, 각각 싱글만으로도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록과 힙합 그 사이? 아니다. 록과 힙합을 아주 잘 섞어 이제는 'Postmalone'이라는 장르 자체를 만든 느낌이다.
덕분에 포스트말론은 다른 힙합 아티스트들보다 팬층에 있어 넓은 스펙트럼을 구축하고 있을지도.
포스트말론의 [Hollywood's Bleeding] 앨범은 17곡 중 버릴 곡이 하나도 없다. 대개 이 정도 곡 수를 내면, 일부는 뭔가 묻어가려는 듣한 느낌의 곡이 들 수도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각각이 포스트말론이라는 하나의 코어 색채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느낌이다. 피쳐링진도 화려하다. Future, Dababy, Meek Mill, Travis Scott, Young Thug 등 최고의 힙합 피쳐링진이 함께하는가 하면, SZA, Ozzy Osbourne, Halsey 등 보컬 라인업도 화려하다.
개성으로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피쳐링진이 함께함에도 모든 곡이 들었을 때 "포스트말론 노래다"라고 생각이 든다. 포스트말론은 어디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솔직히 적을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국내에서 찾아듣지 않는 한 쉽사리 듣기 힘든 '외힙'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이 노래를 워낙 많이 들어서 지금 약간 질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곡이 올해의 노래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기억한다. 이 곡이 처음 나왔을 때, 단톡에서 친구의 추천으로 처음 접하고는 바로 내뱉었다.
"뭐야 이거! 개좋잖아!!"
그 때의 희열을 담아 지금은 사골이 되어버린 <Old Town Road>를 당당히 올해의 노래로 선정한다.
아마 이 곡이 올해 노래였다는 사실이 의아한 사람들도 많을걸?
19.05.10 Release
처음 Tones and I를 보게 된 건 Splendour In The Grass 2019 라이브 영상이었다.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얘 뭐지?" 였다. 처음 듣는 보컬, 처음 보는 스타일.
인터넷Meme에서 많이 보았던 "뭐지? xx 멋있어" 라는 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올해 5월에 나왔고, Tones and I는 이 곡으로 떴다. 어느정도 떴냐고? 12월 30일 현재 기준으로 official MV는 4.4억회, 상단에 링크한 라이브 영상은 271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이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했다면, 궁금해지지 않나?
Tones and I의 Dance Monkey 후속곡이었던 <The Kids are Coming>은 기대에 조금 못 미쳤지만, 분명 이 개성 넘치는 보컬은 멋진 정규앨범으로 자신을 다시 증명해보일 거라 믿는다.
뭔가 가스펠스러우면서도, Daniel Caesar의 그루비한 R&B 색채가 그대로 담겨있고, Jacob Collier의 익살스러움도 담겨있다. 알 수 없는 곡이다. 알 수 없지만, 너무 좋다. 작년에 Samm Henshaw의 Broke를 들으면서 고개는 까딱까딱, 미간에는 약간의 인상, 그리고 행복한 미소, 이 삼박자를 하염없이 행하곤 했었는데, 올해 12월, 이 곡이 다시 한번 그랬다. 너무 좋을 때 나오는 찌푸림이 자연히 나왔다. 그리고는 그루브를 탈 수 밖에 없었다. Chill함이 좋다고? 근데 그루비하면 더 좋다고? 무조건 이 곡이다.
원래 캘빈 해리스의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일부 EDM 팬들은 점점 팝스러운 음악만 내는 캘빈 해리스에 실망을 표하기도 하지만, 나는 팝 장르의 전반적인 퀄리티를 올려주는 이 중 하나가 캘빈 해리스라고 생각하기에, 일렉트로닉에 바탕을 둔 캘빈 해리스의 음악들이 좋다.
그런 캘빈 해리스가 허스키하면서도 소울풀한 보컬 Rag'n'Bone Man과 만났다. 덕분에 보컬 뿐 아니라 드랍 부분 전체가 소울로 가득찬 느낌이다. 올 1월 25일에 발매된 <Giant>를 올 한 해 페스티벌에서 접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건지, DJ들의 셋에 포함이 안되어 있던건지 안타깝게도 빵빵한 스피커 사운드로는 들어보질 못했다. 들었다면 차오르는 흥을 주체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올해의 노래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Lizzo의 Juice. 하지만 원곡보다 '커버장인' 포스트모던주크박스의 Juice 커버의 손을 들었다.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재즈 향이 가득한 커버다.
Postmodern Jukebox의 커버는 새로운 곡을 탄생시키는 것 같아서 꼭 챙겨보게 된다. 여기에 요즘 듣기 힘든 재즈, 스윙 바이브를 잘 담아내는 것 또한 이 채널의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수많은 명곡 커버들이 있지만, Juice를 커버한 이 영상을 2019년의 마지막 날에 추천한다.
안 들은 사람이 있다면 꼭 클릭하기를.
인스타그램에 Woah 를 따라하는 스토리들이 가득했다. 단연컨데 올해의 춤은 Woah다.
오죽하면 Krypto9095의 official video에 (Official song to WOAH Dance)라고 되어 있다.
이제는 누가 길거리에서 이 노래 좀 틀어줬으면 좋겠다.
모른척, 음악에 취해 따라하는 척, 나도 춤 한번 춰보게.
2019년의 마지막 글입니다.
올 한 해 116편의 글을 쓰며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다시 한 번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페스티벌로 시작해서, NBA 이야기를 담기도 했고, 음악 이야기, 넷플릭스 이야기를 하기도 했네요.
내년에도 즐거움과 인사이트가 가득한 콘텐츠들로 모든 독자 분들이 제 브런치에 찾아와서 읽어주시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도록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Happy New Y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