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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Dec 29. 2019

[2019욜수기어워즈]:
올해의 OO (1)

올해의 아티스트, 앨범, 노래 등등. 그 첫번째, 국내편

한 해를 돌아보니 음악을 참 많이도 들었다. 

언제나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결산과정은 '업무가 아닌 이상' 즐거운 법.

다채로웠던 2019년의 음악들을 추억하며, 감히 [2019 욜수기 어워즈 : 올해의 OO]을 준비해 보았다.

그 첫번째, 국내편이다.



올해의 아티스트


백예린

[Our Love is Great] [Every Letter I sent you]

올해 그 누구보다 열일한 백예린. 

상반기에 엄청난 앨범으로 팬들은 물론, 백예린을 잘 몰랐던 층까지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라며 토닥여준 백예린이었다. [Our Love is Great] 앨범으로 완전한 아티스트 라인에 합류하며 여름에는 많은 페스티벌들에서 라이브 무대를 양산해 냈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가 알 수 없는 딩고와 침착맨, 주호민의 콜라보로 그 곡의 주도권이 미궁 속으로 빠질 위기에 처했을 즈음, [Every Letter I Sent You]가 불후의 라이브 명곡 <Square>가 수록된 채로 등장하면서 백예린은 2019년 말미에 또 한번 본인의 이름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Square>가 음원으로 나오는지 마는지에 대해서는 백예린 스스로도 엄청난 고민을 했고 팬들의 지나친 요청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음원으로 나오고 나니 팬 입장에서는 어쨌든 늦은 밤에 들을 노래가 하나 더 생겨서 굉장히 행복하다.



올해의 앨범


잔나비 정규2집 [전설]

19.03.13 발매

클래식하고도 세련되었다. 

잔나비는 인디 씬과 대중음악 그 중간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자신들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 어느 쪽에서도 자신들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 듯한 느낌에 매번 작업물을 낼 때마다 어떤 색깔로 나아가야 할지, 그들이 가졌을 고뇌의 과정은 분명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힘겨웠을 것이다.


그 고뇌가 담겼다. 고뇌가 깊었기에, 잔나비 자신들 뿐 아니라 10대부터 30대까지 모든 '젊은 청춘'을 어루만져주고 보듬어주는 앨범이 나오지 않았을까. 7080 세대의 '노랫말이 아름답고 위로가 되는' 음악들을 필자 또한 상당히 좋아한다. 7080 음악은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위로받은 노래들, 잔나비의 음악은 우리 세대의 7080 바이브가 아닐까. 그들이 따뜻한 노랫말로 건넨 위로가 아마 지금 우리가 향후에 부모님 나이가 되었을 때 기억하고 추억할 감성이 아닐까.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아름다운 타이틀곡이다. 감히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싶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조용한 인트로가 채 몇초가 지나기 전에 최정훈의 목소리와 함께 이 가사가 나오면, 마음은 자연히 몽글몽글해진다.

잔나비의 [전설] 앨범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텐데, 이 앨범에서 필자가 가장 아끼는 곡은 타이틀곡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꿈과책과힘과벽>. 필자의 픽이 사실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만은, 조금의 의미라도 있다면 잔나비를 선택한 것은 필자를 포함한 '모든 치열한 20대'를 위함임을 밝힌다.

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 더는 못 갈 거야   

-꿈과책과힘과벽 中

훗날 버킷리스트인 바이닐 수집을 실현할 수 있다면 잔나비의 [전설]을 꼭 소장할 것이다. 바이닐 감성에 걸맞는 소중한 앨범이다.


황소윤 정규1집 [So!YoON!]

19.05.21 발매

실력있는 새소년의 프론트맨로만 인식되어 있던 황소윤이었다. 

하지만 이 앨범을 접하고 모든 생각이 달라졌다.

훗날 페스티벌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황소윤은 섭외 1순위이다.

황소윤이 이 앨범에서 보여준 음악의 스펙트럼은 엄청나다.


싱글로 먼저 공개되었던 <Holiday>, 재키와이와 함께한 <FNTSY>, 샘킴과 함께한 <FOREVER dumb> 등 R&B, 힙합, 일렉트로닉, 팝과 록까지 황소윤은 모든 장르를 커버한다. 그것도 아무도 따라하지 못할 So!YoON! 본인의 색채로.

이 앨범을 통해 황소윤이 가장 바라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기존의 음악적인 경계를 깨는 것이다.
그리고 창작자이자 동업자, 그리고 친구로서의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판을 짜는 것.
이 앨범에서 록/R&B/힙합/일렉트로닉/팝 같은 전통적인 장르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황소윤을 중심에 두고 하나의 흐름을 갖는 열 개의 트랙이 있을 뿐.

이렇게 So!YoON!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장르가 시작되었다.


BEWHY [The Movie Star]

19.07.25 발매


비와이가 작정하고 낸 앨범. 

이 앨범은 기대를 한 것 이상으로 훨씬 작업물들이 멋졌고, 비와이의 고뇌가 녹아있으면서도 멋스럽기도 해서 앨범 전체를 몇 번은 돌려들었다. 

오죽 좋았으면, 레토르트 매거진의 첫 시작으로 비와이 앨범 리뷰까지 썼을까.

12곡 전곡을 프로듀싱하고, 앨범에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까지 넣은 비와이. 나는 나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자조를 하던 중 한국 힙합 씬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져 더 이상 본인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외국 힙합을 모방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멋, 한국 힙합의 색깔을 추구해야함을 <영화 속 주연과 주인공의 차이>에 대입하여 앨범을 구성하였다. 테크노 장르도 중간중간 입혔고, 모든 비트를 시네마틱 사운드스러우면서도 실험적으로 프로듀싱하여 비와이의 댐핑 가득한 래핑과 함께 듣는 재미도 쏠쏠했던 앨범.



리짓군즈Legitgoons [Rockstar Games]

19.04.24발매. 


리짓군즈의 4집 컴필레이션 앨범. 

이 앨범을 통해 리짓군즈를 처음 접했으니, 비교적 리짓군즈를 늦게 안 편이다.

이후에 리짓군즈에 완전히 꽂혀 한참을 리짓군즈 작업물들만 찾아보곤 했을 정도. 아직 라이브는 보지 못했다. 


처음 빠지게 된 곡은 <GTA>. 너무 획일화된 요즘 한국 힙합 스타일에 물려서, 국내 힙합 음악을 거의 듣지 않고 있을 때 즈음 듣게된 반가운 곡이었다. (특히 싱잉랩. 평소 주관적 생각이 부정적인 쪽이라면 말하는 데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최근의 무의미한 효과음만 가득한 알 수 없는 트랩과 오토튠이 가득 섞인 싱잉랩은 정말 불호다.)


펑키한 사운드에 GTA 게임을 가득 연상시키는 익살스러운 가사, 그리고 멋진 동네형들이 불러주는 것만 같은 원초적인 랩스타일.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 난 리짓군즈 빠돌이가 되었다. 올해 리짓군즈를 알게 된 것만 해도 나에겐 엄청난 수확. 최근들어 뱃사공이 유튜브 컨텐츠들을 통해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빈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데, tvn 코인을 타고 더 많이 벌고 더 많은 작업물들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뱃사공의 새로운 앨범이 내년 1월에 출시된다고 하니, 현재로서는 그것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올해의 노래


카더가든 <나무>, <우리의 밤을 외워요>

19.06.11 발매.

뮤직비디오가 <나무>에서 <우리의 밤을 외워요>로 이어지면서 카더가든의 노래 뿐 아니라 MV 속 배우들까지 엄청난 주목을 받았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렬했다.


카더가든의 애절한 목소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모든 엑스들이 생각나는 듯한 기분이고, 아무리 들떠 있던 상태라도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엄청난 힘이 있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나무>와 <우리의 밤을 외워요> 다음 세번째 이야기를 담은 트랙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모습이 상당수 보이고 있다.

차정원씨, 멋진 음악을 만들어주어 고맙습니다.


다모임 <아마두>


19.12.03 발매

다모임이라는 모임이 딩고를 통해 결성되었다. 

물론 이전부터 커리어 내내 친한 관계를 유지했기에, 어떻게 보면 딩고 측에서 이를 정확히 캐치하고 '건수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아무튼 이 모든 것은 염따의 티셔츠와 돈Call Me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여담이지만, 염따를 올해의 아티스트로 넣고 싶은 마음도 가득했다!)


다모임 혹은 84모임은, 뭔가 귀여운 이름에 비해 멤버 한 명 한 명이 한국 힙합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다.

일리네어의 더콰이엇, AOMG의 쌈디, VMC의 딥플로우, 하이라이트의 팔로알토, 그리고 2019년을 빛낸 염따.


이들이 염따를 중심으로, 그리고 딩고를 통해 뭉치게 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 

레이블의 수장들이 모인 팀을 어디 가서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으랴. 

그래서인지, 이들이 크리스마스 때 캐롤을 빙자하여 내놓은 <아마두>는 더욱이 반가웠고 뜻깊었다. 

함께 참여한 우원재, 넉살, 김효은, 헉피 또한 <아마두>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다모임 멤버들 간 특유의 시너지는 일반적인 프로젝트 그룹이 낼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 존재했다.



올해의 커버


카더가든 <기다린만큼, 더>

글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건 <명동콜링>이었지만, 검정치마의 원곡도 굉장히 좋아했어서 그런지 카더가든의 <기다린만큼, 더>는 여운이 상당히 오래 남았던 것 같다. 쓰다 보니 카더가든을 올해의 노래에도 쓰고, 올해의 커버에도 쓰게 되었다.


올해의 노래, 올해의 커버 치고 들은 횟수가 압도적으로 다른 곡들에 비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여운, 잔상, 들었을 때의 임팩트로는 카더가든이 올해 압도적이었다.

참고로 필자는 이 곡 듣고 울었다.



올해의 OST


장범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올해의 드라마로 [멜로가체질]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직설적이면서도 공감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크게 와닿았던 드라마였다. 몇 년 전 [청춘시대]라는 드라마가 20대 초반의 쉐어하우스 로망을 자극했다면, [멜로가체질]은 20후반, 그리고 30대의 쉐어하우스 로망을 자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이야기는 이 쯤하고, 사실 이 드라마가 초반에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장범준의 공이 굉장히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목부터 튀는 이 곡. 익숙하지 않은 제목부터 이목을 끌었고, 자연히 들어보게 되었다.

장범준의 편안한 목소리 속에 재치있으면서도, 자꾸 듣다보면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아! 하고 탄식을 내뱉게 되는 멋진 곡.




올해의 콜라보


놀면뭐하니 프로젝트 그룹 <날 괴롭혀줘 + 못한게 아니고>

올해의 콜라보는 누가 뭐래도,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그 중에서도 황소윤, SUMIN, 선우정아, 한상원, 윤석철, 이상민, 닥스킴이 함께한 트랙. <날 괴롭혀줘 + 못한게 아니고>는 과거 긱스 시절 합을 맞췄던 한상원, 이상민의 조합과 윤석철의 탄탄한 세션, 황소윤, SUMIN의 독보적인 색깔, 1부 2부로 나눈 창의적인 닥스킴의 프로듀싱이 결합되어 만든 Masterpiece 그 자체이다.

지상파 예능, 그것도 토요일 저녁이라는 황금시간에 이 뮤지션들의 콜라보레이션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해도 영광이다.

올해 황소윤에 입덕할 정도로 빠졌었고, 과거 기타를 칠 때 한상원의 연주영상을 보면서 저렇게 맛깔나게 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팬심을 키웠으며, 서태지의 오랜 팬으로 닥스킴은 이름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이름 중 하나가 되었었다.

음악성, 곡의 완성도도 엄청났지만 음악적인 내용을 넘어, 이 뮤지션들이 모였다는 사실 만으로도 의의가 깊다고 생각한다.

다시한번 이 조합이 생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기획해준 <놀면 뭐하니> 측에 감사를 표한다.



올해의 앨범커버

크러쉬 [From Midnight to Sunrise]

누가 이기겠는가.
엑셀런트, 아니 크러쉬의 <From Midnight to Sun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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