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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Jul 30. 2019

배우의 삶을 내려놓으니 영화가 돼버린 나의 삶

욜수기의 신곡리뷰 - 비와이 [The Movie Star]

쇼미더머니가 배출한 스타, 동시에 쇼미더머니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지 못한 래퍼.


강한 댐핑과 촘촘히 짜여진 라임으로 본인만의 플로우를 구축한 비와이가


1인 기획사로 홀로서기한 후 12곡 전곡을 프로듀싱하며 확실한 메시지와 뛰어난 앨범 구성으로


이제까지 그에게 따라다닌 비판을 한번에 날려버린 Well-Made 신보 [The Movie Star]이다.


Album : [The Movie Star]

Release Date : 2019. 07. 25

Genre : Hiphop



앨범 전반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자면, 비와이는 이번 앨범을 제작하면서 한국 힙합씬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동시에 "나는 나로 살고 있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본인의 소신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영화에 비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앨범 내  모든 트랙들의 비트를 시네마틱 사운드로 구성하게 되었다.


'영화 속의 주연과 주인공의 차이. 연기하는 배우냐 그 캐릭터 그 자체이냐.' 비와이가 주목한 테마는 바로 이것이었다.


실제로 12개의 트랙을 쭉 들어보면, 모든 비트가 시네마틱 사운드, 즉 영화 bgm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공교롭게도 비트가 비와이 특유의 타격감 있는 래핑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본인의 랩스타일이 너무 똑같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플로우가 중간중간에 계속 바뀌는 것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평소에도 프로듀서의 역량이 앨범을 구성하는 과정에도 발휘된다고 보기 때문에 많은 트랙이 담긴 앨범은 꼭 순서대로 전곡을 듣는 편이다. 혹시나 아직 비와이의 신보를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필자와 스타일이 다르더라도 이번 앨범만큼은 처음부터 들어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한다. 1번트랙부터 12번트랙까지가 그의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영화로 생각하고 들어보면 이어폰으로 영화 한편을 본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앨범 구성에서 가장 놀라웟던 점은 5번트랙까지와 그 이후 트랙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이었다. 그 전환점이 되는 6번 트랙 [주연]에서 비와이가 이번 앨범에서 주된 메시지로 담고 있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마지막 12번 트랙 [주인공]에서 자기가 원하고 가고자하는 길은 주연인 배우가 아니라 그 영화 속 주인공 그 자체임을 나타내며 6번부터 12번까지 트랙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앨범 구성이다. 전반적으로 앨범 내 스토리텔링에 많은 힘을 준 것 같고 '앨범'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장치들을 최적으로 사용한 듯하다.





1. 적응


"우리 미래가 어려움으로 가득해도 /  어른처럼 아닌 어린 채로 난  뿌린 대로 살아  두려움들은 다   내 욕심 /  난 내가   듣기 위해 만드는 게 내 소신"

먼저 비트가 Dejavu로 끝나는 것이 이 곡의 킬링포인트이다. 한 편의 영화를 생각하고 만든 앨범인만큼 이 곡 뿐 아니라 이어지는 수록곡들에서도 비와이가 얼마나 곡과 곡 사이의 연계와 순서, 앨범 내에 본인이 형성해나가는 세계관을 신경썼는지를 비트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2. WON


WON MEANS 이미 이김.


작년 쇼미더머니777에서 슈퍼비와 함께한 [슈퍼비와]에 사용되었던 벌스가 등장한다 . 제목 WON은 화폐 원화로서의 의미와, Win의 과거형으로서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첫 곡이 Dejavu로 비트가 이어지면서 연계성을 드러냈다면, 이 곡은 다음 트랙 [아들이]와 가사적인 측면에서 이어진다. 2번과 3번 트랙의 비트가 흡사한 것도 이런 연계성을 고려한 차원에서라고 본다.



3. 아들이 (Feat. Crush)


트랩+테크노사운드로 만들어진 강렬한 비트이다. "아들이 많이많이도" 하며 반복되는 훅이 비트와 상당히 잘 어울렸다. 처음에는 [WON]와 흡사한 느낌 때문에 트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는데, 크러시 보컬이 나올때의 비트 전환과 크러시 파트가 끝날 때 훅으로의 회귀가 정말 신선하고 좋게 느껴졌다. 비와이가 직접 인터뷰에서 곡 내 트랜지션이 많을 때 재미를 느낀다고 밝혔는데, 그 점이 오롯이 드러난 트랙이 아닐까.



4. 본토 (Feat. Simba Zawadi)


자랑은 탈김치, 탈국힙 / 힙하기 위해선 아니여야 돼 한국인 / 따라가야만 얻을 수 있는 인기 / 누가 제일 흡사한지가 멋의 기준이지
나는 검은 머리 한국인 / 엉덩이 위로 입은 청바지 / 너가 부끄러운 곳이 자랑이 된   소년의 미래는 내 어제가 동경할 위인"


비와이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은 흑인 문화를 신봉하고 따라하며, 흑인 문화에서 온 것이라면 무조건 멋있고 힙한 것이라고 여기는 현재 국내 힙합 씬이다. 실제로도 일부 래퍼들을 제외하면 외국의 핫한 래퍼들 이를테면 Lil Pump, Travis Scott, NLE Choppa, Tory Lanez 등의 플로우를 따라해 한국어 가사에 맞추어 뱉는 래퍼들이 굉장히 많고 어린 래퍼들이나 신예 래퍼들의 경우, 그렇게 '수입'해온 플로우를 2차적으로 다시 '재생산'하곤 한다. 즉, 모방만이 반복되고, '힙합의 본토라 여겨지는 미국에서 건너온 플로우, 스타일, 비트를 따라하는 것은 트렌드에 맞춰가는 것일 뿐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여기는 대다수 래퍼들과 씬의 전반적인 인식에 "자각하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비와이이다.


[본토]를 잘 들어보면, 트랙 자체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흘러가지만 그 기저에는 씬 전체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자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자기 반성이 뒤에 이어지는 곡들에서 앞으로의 포부와 그의 소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5. 거장 (Feat. Verbal Jint)


"그들이 음악과 시를 쓰는 방식이 가진   잠재력을 목격한 후  수입이 된 양식, but 중개상shit에 그치기엔  내 야심이 컸어 늘 / 거장이 되기로 했지, 때려 쳤어 번역본은  이 땅의 얘길 담기에도 벅차 "


이번 앨범에서 전반적으로 XXX의 FRNK가 만드는 비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것이 스타일적으로 겹치거나 모방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비트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Minimal-Tech 스러운 bpm과 비트스타일이 유사하긴 하다. 이런 미니멀 테크 비트가 가사들을 더욱 부각시키면서도 비와이 특유의 댐핑까지 더 부각시키는 효과를 주었다.


이 곡의 피쳐링에는 버벌진트가 참여하였는데, 비와이와 사뭇 다르지만 둘다 라임을 굉장히 중시하고 잘 사용하는 래퍼들로서 비와이와 버벌진트로부터 마음껏 발산되는 라임들이 곡에서 느껴지는 재미를 가중시켰다고 본다.



6. 주연


이 앨범의 Interlude 격이다.  가사는 두 줄 뿐이다.

 "주인공은 연기하는 걸까 삶에서 /  삶을 사는 걸까 영화 안에서"

하지만 이 두 줄은 비와이가 이 앨범에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의 고뇌가 담겨 있는 두 줄이다. 내가 이제까지 살고자 했던 한 주연의 삶이 과연 맞는 길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나아가야 하는 길은 주연이 아닌 주인공의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담긴 짧은 1분 33초짜리 곡이다.



7. 장미는아름답지만가시가있다 (Feat. SUMIN)


"나는 연기 하는 걸까  나는 살아가는 걸까  원한 건 무엇이었나  저리하면 멋있었나 "
"완벽할 순 없어 완벽할 순 없고  완벽할 순 없기에 우린 너무 아름다운 거니까  넌 내 삶에 와서 참견할 수 없어 상관할수록 더  너와 난 비교될거고 넌 더 아파할 거니까"


interlude 역할을 한 [주연] 이후 이어지는 첫번째 곡이다. 훅에서 장미는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다라는 가사가 비와이의 목소리로, 그리고 수민의 목소리로 흘러들어온다.


이 트랙은 비와이가 스스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자신으로 색깔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맞음을 깨달아가는 지점이라고 본다. 다른 수록곡에 비해 사뭇 느린 bpm, 그리고  SUMIN의 매력적인 보컬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신의 한수가 되었다. 이번 앨범 피쳐링진을 잘 구성했다는 생각이 SUMIN의 보컬을 듣는 순간 극에 달했다.


그만큼 SUMIN은 SUMIN이었다.



8. 찬란

"이제 엉덩이 밑에 안 걸치는 내 바지  검은척하려는 쟤와 달리 내 정체성은 대한인"


이번 앨범이 나오기전에 미리 선공개되었던 트랙이다.


선공개되었을 당시에는 이정도로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는데 앨범 전곡을 들으면서 스토리 흐름에 맞추어 8번 트랙으로서 마주한 [찬란]은 선공개되었을 때보다 훨씬 인상이 깊었다.


마지막에 "Dejavu Dejavu Dejavu 우린 초월해"라는 verse와 함께 실제로 [초월]이라는 다음 곡으로 이어지는 것이 포인트.



9. 초월 (Feat. C JAMM)


비와이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절친 CJAMM과 함께한 곡이다.


처음에 30초가량의, 마치 한스짐머를 연상케 하는 인트로로 시작이 되고, 뒤이어는 곡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감성적인 기타리프가 등장한다. 느린 비트에 싱잉랩으로 구성된 이 트랙은 마치 비와이가 "나도 싱잉랩 할 수 있어. 할거면 내 스타일로 해야지"라고 씨잼과 함게 툭 던지는 느낌이다.


씨잼도 참 잘한다.


 

10. 다음것 (Feat. Khundi Panda)


개인적으로 아들이,거장, 찬란과 함께 가장 많이 반복해서 들은 비트이자, 가장 좋아하는 비트이다. 비와이가 말한 시네마틱 사운드가 굉장히 특이하고 재미있게 녹아 있기 때문이다. 마치 무성영화에서나 들어볼 수 있던 사운드가 비트로 사용된다. 밝으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시네마틱 사운드가 테크노 스타일의 빠른 비트와 절묘하게 섞였다.


Youtube 채널 <Nunreacts>에서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곡과 타이틀곡인 다음 트랙 [가라사대]는 최근에 테크노, 하우스 비트대에 비와이가 빠져서 그 영향을 받고 만든 비트라고 한다. 이 곡의 신선한 사운드에 대해서는 최대한 곡마다 영화 속 어떤 특정 장면을 떠올리고 싶게 만들고자 한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변주가 많은것은 (앞서 찬란, 초월에서도 그렇듯) 비와이가 트랜지션 많은 비트, 음악을 들을 때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었고, 평소 클래식에서 영감받은 부분도 그런 변주의 차원이 크다고 한다.


그가 지금 씬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곡들이 아닌 그 다음의 것, 시대와 트렌드를 앞서간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다음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포부가 반영된 트랙 [다음것]이다.



11. 가라사대


한글은 팔릴 지어다  잔들을 따를 지어다  나는 되고 싶은 내가 될 지어다  내가 될 지어다 비와이 가라사대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비와이가 이 곡을 타이틀로 정한 것은 가장 즐기기 좋고 신나는 곡이라 판단해서라고 한다. 실제로 가스펠스러운 웅장한 인트로가 지나면 테크노 비트가 나오며 "비와이 가라사대'"가 울려퍼진다. 처음엔 전형적인 비와이 플로우이지만, 두번 째 벌스에 계속 플로우가 바뀌는 점이 재밌게 느껴졌다.

뮤비도 강렬하다. 하지만 사실 뮤비에서는 아쉬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 뮤비의 전반적인 분위기, 구도, 영상미에서 Kendrick Lamar의 Humble 과 DNA 가 많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흑인문화의 클리셰를 따라하는 것을 지양하자며 비판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낸 앨범이기에, 타이틀곡 뮤비에서 그런 클리셰의 코어 역할을 하는 외힙 래퍼 중 하나인 켄드릭 라마의 향이 많이 나는 것은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다시 한번 이런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임을 밝힌다.)



12. 주인공

주인공은 연기 안하지 주인공은 살아가 배우의 삶을 내려놓으니 영화가 돼버린 나의 삶


드디어 마지막 트랙, 비와이의 이번 앨범의 메시지가 마무리되는 곡이다. 처음에 6번트랙 [주연]을 들으면서 interlude라고만 생각했었는데 12번트랙을 듣고 나니 앨번의 연결을 위한 큰 그림이라는 점을 알았다. 곡 중간에 "주인공은 연기하는 걸까 삶에서 삶을 사는 걸까 영화 안에서 " 라는 벌스가 6번 트랙에 이어 반복되는 것을 보고 확신하였다.


결국 비와이는 본인이 생성한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배우의 삶을 내려놓으니 영화가 되어버린 나의 삶이라는 구절이 참 멋있다. 특정한 누구, 특정한 어떤 문화를 잘 따라하는 주연배우가 아닌, 비와이만의 길을 가는 그 만의 주인공이 되고자함을 마지막 트랙에서 더욱이 잘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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