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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Nov 18. 2018

광(狂)객의 입장에서 본 켄드릭라마와 싸이

켄드릭라마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그리고 싸이 흠뻑쇼에 대한 단상

2018년 7월30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켄드릭 라마


2018년 8월 3일 싸이 흠뻑쇼 전국투어 서울 1회차


전세계에서 가장 실력있고 핫한 래퍼 중 하나인 켄드릭라마와

한국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공연가수로 인정받는 싸이의 공연을 올해 다녀왔다


[인생에 한번쯤은 페스티벌]에서 밝힌 것처럼 나는 페스티벌 광이고 다르게 말하면 단독공연 (단독콘서트)보다 페스티벌을 가는 것을 훨씬 선호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다익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 음악을 보고 듣는 시간은 많을 수록 좋기 때문이다


단독공연이, 특히 빅네임 아티스트들이나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일 경우, 혹은 그 둘 모두에 해당되는 경우 가끔은 이정도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그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에 의해 끝나고 나면 약간은 허무함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이 아티스트의 공연은 꼭 봐야해 하는 마음이 든다면 주저없이 단독콘서트로 발을 돌린다. 정말 안 보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 이번이 아니면 한참동안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마음, 이것이 나만의 기준이자 원칙이다. 

그 원칙에 의해 올해 다녀온 내한공연 중 장단을 언급하고 싶었던 공연이 켄드릭라마의 내한 공연이다.

원칙에는 늘 예외가 있다. '믿고 보는 공연'이라는 말을 각종 기사, 매거진들에서 접할 수 있는데, 나에게 언제 어느 때든 내가 시간적으로 가능하다면 무조건 가는 예외적인 공연이 있으니, 바로 싸이의 단독콘서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싸이 여름 흠뻑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켄드릭라마의 내한은 켄드릭라마 자체에 매료되면서도 공연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고

싸이의 2018 흠뻑쇼는 역시는 역시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단독공연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다면 아티스트의 기획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주최 측의 준비가 얼마나 세심한가, 인하우스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로 큰 단위의 기획을 한 공연인가이다.


싸이의 흠뻑쇼는 2006년에 처음 선을 보였고, 2011년, 2012년에 이어진 뒤, 2017년에 다시 부활하여 2018년까지 이어져왔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도 2019 흠뻑쇼로 돌아올 것임이 분명하다. 싸이 흠뻑쇼에서 매번 놀라는 것은 관객의 눈에도 보이는 공연 자체의 발전과 보완이다. 물론 싸이 팬+싸이콘서트의 팬인 내가 매년 콘서트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이라 단발성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큰 메리트로 안 다가올 수 있겠으나 분명 내년에도 이어지고, 향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연을 기대하고 있는 점으로 비추어보아, 공연의 발전과 보완은 필수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2006년 처음 선보인 싸이 흠뻑쇼는 말그대로 센세이셔널한 공연이었다. 기존에 가수들이 공연 중간에 흥이 오를 때 생수페트병을 열고 관객들에게 물을 뿌리거나 (요즘 Hip 씬에는 더이상 퍼포먼스라고 보기도 힘들 정도로 모두가 하고 있다) 물쇼의 창시자 이승환이 물총을 가져와 관객들에게 뿌리기도 했으나 싸이처럼 '대놓고' '물 뿌리는 기계(=스프링쿨러)'를 가져와 물을 뿌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들과 찰떡궁합인 공연이었다. 물과 함께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은 더욱이 폭발하였고, 가수와 관객이 함께 미치는 공연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내가 놀랐던건 싸이가 더 완벽한 흠뻑쇼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매 해마다 눈에 보이는 노력들을 했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보완이 이루어졌다. 제일 크게는 '물의 화력'과 '사각지대 해소'였다. 2011년부터 2년간 물의 화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의 분수시설 제작 팀을 불러 T자형 무대에 분수가 나오고 전방 무대에서는 화력 센 물이 관객들 방향으로 뿌려졌다. 2017년에 흠뻑쇼가 다시 부활했을 땐 모든 스탠딩석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싸이의 공약(?)처럼 실제로 물이 닿지 않는 많은 사각지대들이 사라져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말그대로 '흠뻑' 젖어 귀가할 수 있었다. 2018년 흠뻑쇼에는 성수대교 분수팀으로부터 무대 세팅 및 제작의 협조를 받아 더 완성도 있는 흠뻑쇼 무대를 꾸밀 수 있었다고 언급하였다. 싸이의 흠뻑쇼가 더욱 리스펙을 받아야 하는 공연이라고 느끼는 점은 거의 인하우스 시스템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체계라는 점이다. 이번 2018 흠뻑쇼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에 싸이의 기댈곳이 공연장 전체에 울려퍼지면서 공연장이 단 며칠만에 제작되는 과정이 영상으로 나온 때가 있었다. 그 더위 속에서 88X24미터의 무대를 설치하면서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미소짓는 세팅 팀에서 인하우스 시스템의 장점을 보았고, 원 팀으로 뭉쳐 하나의 공연이 기획될 때, 그 중심에 사명감을 강조하는 아티스트가 있을 때 얼마나 수준높은 공연이 나오고 그것이 운영부터 시설의 측면까지 공연의 모든 파트에서 관객들에게 전달되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켄드릭 라마의 콘서트는 현대카드와 함께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보는 공연, 믿고 티켓팅을 주저하지 않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이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에 나도 굉장한 가치를 늘 부여해 왔는데 이 역시 현대카드가 단순히 공연 그자체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섭외부터 공연 마케팅, 공연의 운영, 진행 등 모든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결과물로 전달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번 켄드릭라마 내한 콘서트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그렇기도 하다. 그 이유로는 아무래도 짧은 러닝타임과 공연 중간에 흐름을 깨는 두번의 음향사고, 입장지연 문제가 될 것이다. 짧은 러닝타임은 켄드릭라마가 이번 월드투어에 단독공연보다는 페스티벌 참여가 많아 러닝타임이 짧게 유지되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보고, 두 번의 음향사고는 켄드릭라마 측에서 음향 전체를 관리해서 현대카드의 책임과는 무관하다는 현카 측의 입장 발표를 들었다. 그럼에도 입장 지연 문제로 인해 오프닝 아티스트 SiR의 공연을 상당수 관객이 못 본 것 부터 1시간 정도 입장이 지연된 문제까지 더한다면, 빅네임 아티스트와의 소통의 측면이 되었든, 사전 준비시간 미흡이 되었든 어느정도 현대카드 주최 측에도 책임은 있다고 본다. 사실 공연 자체는 켄드릭라마의 에너지로 그 부분을 커버하긴 하였다. 그의 에너지는 어마어마했고 중간에 분위기가 끊겼음에도 세계적인 힙합스타의 공연에서 나오는 스웩은 그의 가치를 몸소 입증했다. 


현대카드 측에서는 공연 전에 SNS 페이지들을 통해 켄드릭 라마에 대해 관객들이 사전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내용을 담아 마케팅을 하기도 하였고, 공연장 대기 공간에서도 슈퍼콘서트 역대 라인업부터 켄드릭라마의 대형 사진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어 공연을 인증하고 싶어하는 대다수 관객들의 인스타 감성 또한 자극하였다는 점에서 현대카드의 준비성이 돋보였는데 이것이 공연 상의 문제들로 인해 뒤덮인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분명한 건 현대카드가 켄드릭라마 측과의 협업에서 약간의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의 준비성 측면에 있어 현대카드의 준비성은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어떤 공연이 정말 Well-Made 공연일까, 어떤 점이 관객들을 매료시키는가 에 대한 고민을 다분히 많이 하게된다. 페스티벌이든 단독콘서트이든 매번 관객을 넘어선 광(狂)객의 입장으로 즐기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도 더 높아진것일까. 중요한 것은 초심의 마음으로 즐기는 것이기에, 나를 즐겁게 해줄 요소, 내가 더 즐기기 쉬운 요소가 어떤 것이 있는지에만 집중해보려 한다. 그게 미래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첫 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공연기획자를 꿈꿉니다.

일상 속에 툭툭 튀어나온 생각들에서

관심을 갖고 접하는 서적과 매체들에서 

그간 다녔던 수많은 공연들의 기억에서

앞으로 다니게 될 수많은 공연들에 대한 기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고민과 아이디어들이 모여 더 크고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기획안의 발판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페스티벌이 각광받는 요인? 페스티벌의 방향성은?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부수적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

그래서 내가 기획해본다면? 


페스티벌과 공연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instagram @yoll_s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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