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페스티벌 기획자라면 ① 한국 문화의 정체성, 창의성에 대한 고찰.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이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이만열이라는 한국이름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이다.
많은 사람들이 뇌교육종합대학원 총장으로, 또는 한국인들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하버드대 대학원 출신 교수로, 중앙일보 칼럼리스트로 알고 있는 그 분이 맞다.
오로지 그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한국이라는 나라에 수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여
그로 인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고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그 움직임에 일조하고 싶다.
투모로우랜드를 통해서 벨기에의 이미지가 형성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아직 나조차 한국이 얼마나 매력적인 나라인지 설명하기가 힘들다.
흔히 얘기하는 '국뽕'은 많이 들어 있지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히 알아가는게 앞으로의 과제인걸까.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어?!" 하는 감탄사를 은연중에 많이 뱉으며 읽었다.
임마누엘 교수는 한국의 전통을 강조한다. 변해가는 시대에 맞추어 옛것을 내려 놓을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의 풍부한 문화적 전통을 집중적으로 재발견할 것을 강조한다. 그것이 곧 한국이라는 나라에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한다.
새롭다. 전통을 통해서 창의성을 찾으려 한다는 아이디어.
우리나라가 가진 이미지는 무엇일까? 부지런하고 악착같다, 흥이 많다가 내가 그간 들었던 외국인들이 한국인에게 갖는 이미지였다.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이 가지게 된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 한국문화를 발전시킬 사람이라면, 한국문화에 자긍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한민국만의 브랜드메이킹을 해야 할 필요는 반드시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주는 긍정적 이미지를 개발해야 한다. 그에서 한국만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일본이 암살집단이었던 닌자를 사무라이와 함께 긍정적 보편화시킨것처럼 한국의 긍정적인 요소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 절실한 과제임을 임마누엘 교수는 역설한다. 나 또한 동의한다. 그렇게 형성된 긍정적 국가이미지가 문화산업과 결부될 때 우리나라만의 문화산업은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
임마누엘 교수가 제시하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 중 핵심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개념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요소, 생활과 의식을 하나로 묶어서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임마누엘 교수는 그 개념으로 '선비정신'을 채택한다.
우리나라의 선비 정신이라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행동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수준 높은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면서도 이질적 존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홍익인간으로 대표되는 민본주의 사상을 품고 있으며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조화를 이루려는 특성이 두드러진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외세 개입에 강력히 저항하면서 동시에 평화적 국제질서를 적극 지지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요즘 시대에서는 안타깝게도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선비'라는 개념이 부여되고 있는 가운데 임마누엘 교수는 한국인 뿐 아니라 전 인류가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가 선비정신에 녹아있음을 강조하며 이런 관념적인 한국의 선비정신을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수정하여 재창조할수만 있다면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나도 이 부분에 굉장히 동의하는 것이 정신적인 요소가 단순히 소비품목 자체에 반영되는 차원을 넘어 사람이 사는 방식 자체에 영향을 충분히 끼칠 수 있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코어에 어떤 정신과 목적의식을 부여한다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 보고, 이것은 공연문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본다. 다시 한번 선비 정신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고, 최고 경지의 지식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문화와 예술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존재가 선비였다는 점에서, 나는 "아, 정말 우리나라의 옛문화를 재창조하여 이를 한국만의 메리트를 띄면서도 전세계인의 보편적 지향점을 같이 잡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만들어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까지 이 부분이 어려웠던 이유는 한국인들의 특성에도 기반한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매력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비단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 기업들, 외국인들이 한국적인 것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분명 영향을 준다. 한국인 대부분이 과거로부터 연속성을 느끼지 못하고 단절되어 있다고 느끼는 현상에도 반드시 연속성을 의식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부터, 그리고 나부터 한국의 매력을 찾고 느끼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의 투모로우랜드를 만들기 이전에, 투모로우랜드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어떻게 세계적인 페스티벌들이 전세계 흥쟁이들을 한자리로 모으면서, 매년 그 국가를 방문하게 만드는 힘을 얻게 되었는지.
임마누엘 교수의 이 책을 통해 이 모든 질문에 대해 한국의 옛 문화와 한국 고유의 정체성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힌트가 있지는 않을지에 대해서 곱씹어보게 되었다.
공연기획자를 꿈꿉니다.
일상 속에 툭툭 튀어나온 생각들에서
관심을 갖고 접하는 서적과 매체들에서
그간 다녔던 수많은 공연들의 기억에서
앞으로 다니게 될 수많은 공연들에 대한 기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고민과 아이디어들이 모여 더 크고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기획안의 발판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페스티벌이 각광받는 요인? 페스티벌의 방향성은?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부수적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
그래서 내가 기획해본다면?
페스티벌과 공연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yoll_s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