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은 얼마일까요?
어느덧 하우머치 시즌2도 반환점을 맞이했습니다.
하우머치는 매번 글을 함께쓰는 멤버들로부터 주제에 대해 제안을 받습니다.
최근에 한 멤버가 ‘갬성’의 가치에 대해서 써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었는데, 바로 채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우머치를 통해 느껴온 것은 한 키워드에 대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다보면,
이제까지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경험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경험을 이번주는 ‘갬성’이라는 키워드에 적용해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 ‘갬성’의 가치는 얼마인가요?
하우머치 시즌2의 10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독특한 감성을 언제인가부터 ‘갬성’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오글거린다’ 는 단어를 사용하게되면서 솔직한 감정표현에 다소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경향이 생긴 것 처럼, ‘갬성’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어설픈 감성’ 이 난무하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힙함’ 의 희소성이 떨어진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의 일상 안에서 ‘갬성’ 은 최소한, 월 50만원의 용돈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소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존재. 소비를 하지만 내 스스로가 채워지는 (또는 인스타그램 피드가 채워지는) 시간이자 공간을 느끼게 해준다.
하이엔드 브랜드 등이 높은 가격을 내세우며 ‘갬성팔이’ 를 한다. 예쁜 카페들이 ‘갬성카페’ 로 유명해진다.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갬성을 통해 무언가를 회복하려고 하고,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한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감성과 논리 그리고 소위 말하는 '갬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능력을 항상 원해왔다. 양적인 중간이 아니라, 맥락에 맞는 완급조절을 통해 더 좋은 글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완성한 후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스스로 잘 썼다고 생각했던 글도 민망해지기 일쑤였다. 다행히도 요 1년간 바뀐 게 있다면, 조금은 용감해졌다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을 지워버리곤 했었는데, 요즘엔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이는 글을 조금씩 천천히 쌓아가면서 나중에 스스로의 성장을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꼭 나만 그런건 아닐 수 있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감성과 논리와 '갬성'의 균형을 맞춘다는 건 딱히 능력이 아닐 수 있다. 독자는 그 균형을 크게 개의치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내가 그렇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글을 많이 접하고 있는 요즘엔, 쓴 이의 입장에서 글을 읽는 버릇이 생겼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어떤 글을 쓱 보고 이 글은 괜찮게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곰곰이 짚어보면 너무 논리적이기만 하다거나, 너무 '갬성'적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 이렇게 일부러 삐딱하게 보지 않는다면 그냥 괜찮게 잘 쓴 글인 것이다.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균형이 맞지 않아 민망해하는 건, 다만 내 모든 모습을 알고 있는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처음부터 이 글은 논리적이어야 한다거나 '갬성'적이어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별 의미가 없구나 싶었다. 논리적이면 어떻고 감성적이면 어떻고 '갬성'적이면 어떠랴. 괜찮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1년 전에 썼던 글을 다시 보는 건 겁나서 또 미뤄뒀다.
'갬성'도 사실 여러 종류의 갬성이 있을 텐데 감성이라는 표준어 대신 굳이 '갬성'이라는 용어를 쓸 때는 대상을 통해 우러나온 감성이라기 보단 감성 그 자체의 발현 위해 대상을 소비한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진다.
개개인마다 취향과 선호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갬성을 느끼는지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할테고, 다양한 감정의 발현이 현대인의 무미건조함 삶에 생동감을 주는 몇 안되는 요소라고 생각하기에 적정한 선에서의 추구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왜곡된 방식으로 지나치게 현실을 망각하고 과몰입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갬성을 추구하는 건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나 주커버그처럼 심플하고 편한 옷에 운동화만 신고다니는게 제일 편한 나도 여행갈 때랑 맛있는 음식먹을 때만큼은 '갬성'에 취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5만원이면 여행가긴 좀 힘들긴 하지만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갬성'의 가치로 결정했다. 논외로 점점 하우머치에서 나는 어느 주제든 먹는 얘기로 귀결되는 것 같다.
내게 갬성의 가치는 홍대를 지나가다가 마음에 들어서 산 가디건 혹은 원피스 정도의 가치다. 옷을 살 생각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닌데, 길거리를 다니다가 하필 그 옷이 눈에 들어와서 구매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저 가디건, 집에 있는 옷이랑 같이 입으면 예쁘겠는데?' 같이 입을 옷이 생각나고, 이는 옷 가게에 적힌 계좌이체 정보를 찾기 위해 두리번두리번거리는 행위로 이어진다.
길거리에서 파는 옷. 유니크하지 않고 평범한. 그다지 비싸지도 않고, 오히려 저렴한. 그런데 어떤 옷과 매치하느냐에 따라 매력이 달라지는. 주로, 나는 갬성보다는 감성을 선호하고,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갬성에 그나마 가까운 것은 이런 기분인 것 같다.
홍대에서 산 옷을 집에 있던 다른 옷과 매치시켜, 하나의 맘에 드는 착장을 완성시키는 것. 패셔너블하거나 패션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새롭거나 마음에 드는 착장이 완성되었을 때 기분이 참 좋다. 길거리에서 산 옷 하나를 집에 있는 여러 옷과 매칭시켜 입을 때, 나만의 갬성을 찾은 것 같아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보세 옷에는 브랜드가 없다는 게, 오히려 나만의 갬성을 만들기에 적합한 조건인 것 같다.
착장에 어울리는 신발까지 탁 신고 나면, 약간 기분이 들뜬다. 가끔은 신난 발걸음과 나풀거리는 원피스가 보이는 사진 한 장 정도를 찍어 이 날의 기분을 기록하기도 한다.
비록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지만 가끔씩 나를 환기시켜주는 3만원짜리 옷처럼, 요즘의 갬성은 3만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 것 같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인식능력. 그 가치라. 사실 이번 주제를 받고 현재 문화로부터 오는 감성을 기준으로 할 지 과거를 추억하는 감성을 기준으로 할 지 고민이 됐었다. 결론은, 과거가 있으니 현재가 가능한 거니 둘 다 합치기로.
어떤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누군가 겪었던 일을 듣거나 등등 여러 방면으로 감성이 수립?된다고 생각한다. 미처 내가 느끼지 못한 감성을 누군가 느낄 수도 있고, 내가 느낀 감성을 누군가는 의아해 할 수도 있지않나.
현재를 살지만 과거의 감성이 그리울 때도 있다. 여러모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쌓아진 감성이 우리가 지쳤을 때, 행복할 때 에너지원이 된다. 때론 새로운 것을 접함으로 생기는 감성도 결국엔 도움이 되길 마련이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성, 현재를 겪으면서 느끼는 새로운 감성, 그리고 미래에 있을 (어쩌면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ㄴㅇㄱ) 감성. 1억씩 가치를 매겨 3억을 산출 해본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그 감성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요즘 갬성 갬성~ 하며 감성을 넘어 갬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나도 갬성을 좀 따지는 것 같다. 인스타 피드를 올릴때도 왠만하면 전체의 분위기에 맞게(갬성적으로)올리려고 하는 편이고, 약속 장소를 정할 때에도 요즘 갬성에 맞는 곳으로 고르려고 한다. 그렇지만 갬성적이지 않다고, 갬성에 맞지 않는다고 선택을 보류하거나 미루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갬성은 부가가치일 뿐 필수적 요소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원정도의 가치를 부여하겠다!
갬성은 중요하지. 갬성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적당한 갬성은 좋아한다. 인위적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인위는 그 대상을 좀 더 예쁘게 만들어줄 수 있으니까. 나에게 갬성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다. 갬성이 분위기를 만들고, 분위기는 사람의 감정과 기억을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갬성이 사람보다 앞서진 않았으면 좋겠다. 음식 사진을 예쁘게 찍기 위해서 몇 장이고 찍는 중에 음식이 식어버리는 불상사는 없으면 좋겠고, 오로지 인생 사진을 건지기 위해 전시회를 가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나는 그렇다. 어쨌거나 사람과 그 본래 목적이 우선이고 갬성은 따라오는 것이면 좋겠다는 것! 그럴 때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값으로 어느정도의 가치가 좋을까. 갬성 옵션을 추가하기 위해, 어떤 행위를 하면서 드는 비용의 약 20%를 추가비용으로 내면 적당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보자면, 오만원 짜리 식사를 하면서 만원 추가하시면 갬성 음식/인물사진 촬영+ 소품 대여+ 뮤직 등 갬성 옵션 추가해드려요~!)
나의 갬성은 간단하다.
밤 10시반에서 11시 쯤 좋아하는 영화를 하나 다운받고,
맥주 또는 와인을 준비한 다음,
내 방에 장만한 커다란 삼성 커브드 TV모니터로 영화 보기.
영화 한 편의 대여료가 대충 5,000원 정도,
맥주 또는 와인이 또 5,000원 정도이니
나의 갬성은 10,000원에 팔 수 있다.
그렇지만 내 갬성을 완성하는 것은 바로 내 방의 인테리어이다.
흰색과 연한 나무색이 적절하게 어우러지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진을 치고 있는 나만의 공간.
이 공간을 꾸미기까지는 2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러분이 한 번 방문한다면 안주값 정도로 퉁쳐볼 수 있다.
그것이 또 5,000원.
그래서 나의 갬성은 15,000원에 팔 수 있다.
상당히 저렴하죠?
이번 주제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맛집을 가서도, 멋진 풍경을 봐도, 진짜 재밌는 것을 해도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신경쓰다보니 사진을 잘 찍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사진찍는 것을 늘 까먹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인스타그램 업로드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도 잘 바꾸지 않는다.
원래 갬성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삶의 부분에서 갬성이 결여된 탓일까.
모든 것에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비롯된걸까.
하지만 어떠한 일을 하든 혼자하는 일 외에 사람과 함께하는 일에는 갬성이 빠질 수 없음을 느낀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두서가 없는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갬성이라는 것과 너무 거리가 먼 것 같다... 쓰면 쓸수록 이상해지는 글을 그만 마무리 해보려한다.
늘 그래왔듯 갬성이 나에게 빼앗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준다고한다면 나는 100만원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갬성은 이름부터 왠지 감성보다 포괄적일 거 같은 뉘앙스가 든다. ‘감성’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은 순간에도 쓰이고 말이다. 사실 평소에 개인적으로 잘 쓰는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갬성을 굉장히 생각하는 편인 것 같기도 하다. 집 앞 카페를 가더라도 이왕이면 내가 원하는 분위기여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갬성은 내 모든 선택의 마지막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있으면 선택에 도움이 되는. 가격은 평균적으로 얼마를 더 지불하고 갬성을 따라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하다못해 카페의 갬성과 바의 갬성에 쓰일 돈이 천지차이지만, 만원에 갬성. 적당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