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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Dec 14. 2020

주니어 기획자의 시작.
기록부터 힙서비까지

조금 이른 2020년의 회고_1

마지막 글이 9월 24일이라니, 참 오래 됐다.


주변에 나의 글이 올라올 때마다 읽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꽤 있는데, 그 분들로부터 "글 안 쓴지 좀 된 것 같다.", "요즘 바빠서 잘 못 올리고 있는 거냐" 라는 이야기들을 여러 차례 들었다.

그럴 때마다, 

"쓰려고 노션에 모아놓고는 있는데, 올리는게 쉽지 않네요"

"워낙 일을 많이 벌려서 사이드들 하다보니까.. 올려야되는데" 라는 변명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은 아니었지만, 내심 브런치가 그리웠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공간이 바로 브런치였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생각난 김에 2020년을 조금 일찍 되돌아보면서 굵직한 마일스톤을 정리해볼까 한다.


지난 주말 스타벅스 프리퀀시를 다 모아 21년도 다이어리를 받았는데, 문득 궁금해져서 20년 다이어리를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참 많은 것이 계획과 달랐다. 7월과 8월에 유럽에 페스티벌 여행을 돌며 투모로우랜드와 시겟 페스티벌을 가려 했었고, 하반기에는 예정된 바가 없었지만 돈을 열심히 모아서 미국에 NBA를 보러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2020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놈'이 터졌다.

일 년에 국내 페스티벌, 공연으로만 열 몇개씩 다니던 나는 올해 2월 그리핀 내한공연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어떤 공연이나 페스티벌 이벤트도 즐기지 못했다.


페스티벌 덕후에게 그럼 올 한 해는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2020년의 나는 '페스티벌 덕후'라는 수식어로만 설명되는 사람일까? 조금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 질문.

올해의 나는 과연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올해의 시작을 돌이켜보면, 시작 자체는 걱정이 많은 상태였다.

지난 해 하반기 정도부터 뜻하지 않게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브런치를 보고 연락했다며 에디팅 및 콘텐츠 제작 외주 제안들을 받았고, 좋은 기회에 응하면서 눈높이가 높아졌다.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었다.

그간에 글을 써오던 과정이 단순히 기록과 실행만을 위한 의미였다면, 적극적으로 '읽히는 글', '읽고 싶은 글'에 대해 생각해보게도 되었다.

더 넓은 차원의 고민을 하게 되었고, 더 많은 능력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되돌아보면 올 한 해가 나한테는 한 3년 정도의 체감시간으로 다가오는데, 이런 느낌이 든다는 것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한 해였다고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올해 가장 잘 한 것과 가장 아쉬웠던 것. 그 두 가지를 뽑아보았다.

우선, 가장 잘한 것. 힙서비를 알게 되고, 힙서비 2기에 참여한 것이다.

힙서비
: 힙한 서비스의 비밀이라는 일종의 PM/기획자 커뮤니티이다.
얼마 전에 2기가 끝이 났고, 3기 힙서비 신청을 현재 받고 있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이에 관해 말할 때 나는 항상 '기획'이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기획'이라는 일이 어떤 일이고, 무슨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알 길이 없었다.

힙서비에서 내가 얻은 것은 기획에 대한 인사이트, 그리고 수많은 기획자들의 Step Up을 향한 열망을 몸소 느꼈다는 것, 자극제가 필요했던 나에게 힙서비는 단연 아주 강한 자극이 되어주었다.

2020년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기획이 얼마나 매력적인 직무인지, 얼마나 요구하는 것이 많은 아주 골치아픈 직무인지 한 단계 더 알게 된 상태에서 '기획'이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아쉬웠던 것, 기록이다. 나에게 2020년은 가히 '기록'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은 해였다.

2020년 기획이라는 분야,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제대로 관심을 갖고 뛰어들면서 롤모델로 삼게 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스스로 '생산적인 덕후'라며 포장해왔었는데, 세상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그리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매력적인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떤 분은 책으로, 어떤 분은 너무도 꾸준한 영상으로, 어떤 분은 자신이 만든 커뮤니티를 플랫폼화시키며 그 기록을 이어나갔다.

 

롤모델로 삼은 사람들로부터 일관되게 느껴졌던 점은 모두 기록에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기록의 중요성을 알아가면서도, 하반기 동안 많은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하우머치 프로젝트는 출판 계획이 있었으나, 일정 단계 이후 정체되어 진도가 나가지 못했고,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쓰던 브런치는 3개월 정도를 방치시켰다. 

영상은 파이널컷 프로젝트 파일들만 쌓여갔다. (인터뷰 기획영상을 위해 시간을 내어준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느낀다..!)

글쎄, 힙서비에 인증을 하고, 노션에 계속 아카이빙을 하고, 하루 하루 업무에서 느낀 점들도 노션에 기록했던 걸 생각하면 기록이라고 할 수야 있겠다만은, 중요한 것은 내 만족에 차지 않았다는 것.

브런치도 더 다양하게 쓰고자 했고, 뉴스레터도 발행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의 아쉬웠던 점이 내년의 잘한 점이 생기길 바란다.

지금의 계획과 내년이 또 굉장히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변수 속에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이어리를 보면 12월부터 시작되는 제품들이 종종 있다. 

21년 1월이 시작이라기보다 20년 12월부터 시작인 셈.

그렇게 올해의 결산 겸, 새해를 위한 또 한번의 기록을 시작해나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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