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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Sep 24. 2020

4개월이나 지나 카카오 인턴십 채용을 되돌아보는 이유

결과는 결과고, 적어도 내 글이 읽히긴 했구나 하는 안도감이랄까?

어제 낮 4시 쯤이었나, 여느때와 다름없이 브런치 알림이 모바일에 도착했다.

다름아닌 카카오 브런치팀. 예전 나는작가다 공모전도 그렇고, 브런치를 하고 있는 작가 입장에서 브런치팀의 글은 새로운 기능이나 업데이트, 혹은 새로운 '글 쓸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에 알림이 오면 바로바로 확인하곤 했다.

어제의 글은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알림메시지에 적힌 글 제목부터 느낌이 그랬다.

[브런치팀에서 엄선한 콘텐츠를 톡으로 받아보는 방법]이라..



올해 5월, 나는 카카오의 Service/Biz Developers 대규모 인턴십 채용에 지원했었다. 카카오 인턴십 채용 전형 중 특징이라면 서류와 함께 사전과제가 있었다는 것인데, 일종의 1page 제안서를 내는 형식이었다. 


10개의 사전과제 주제가 있었는데, 예상했겠지만 이 중 내가 했던 것은 2번.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동기부여를 받아 더 나은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브런치 서비스가 제공해줄 수 있는 베네핏을 제안해주세요.

다른 주제들도 고민해보고 싶은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2년 가량 열심히 브런치 작가 생활을 해온 나로서는 2번 문항에 꽂힐 수 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내가 늘 고민하고 있는 문제니까! 지금도 브런치에 [카카오 인턴십]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이 2번 항목과 관련된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서류 전형이 끝나고, 혹은 결과 통보 이후에 2번 문항에 대해 쓴 글이 많이 보인다. 그 글만큼이나 '인턴십 지원자들로부터 설문조사를 요청받았습니다. 인터뷰를 요청받았습니다'하는 글도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논지를 펼치는 데에 있어 기성 브런치 작가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든 지원자들이 알았을 터, 이제와서 밝히는 것이지만 그 '경쟁자'들로부터 나도 인터뷰 요청을 받았었다! (웃긴 일이지..솔직하게 나도 지원한다고 답을 보내고 응하지 않았다.)


4개월이 지나서 뒤늦게 카카오 인턴 채용에 대한 회고를 하는 이유는 오로지 어제자 브런치팀에서 올린 글 때문이었다. 이 글을 공개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으나, 이전 채용 회고록의 시작을 알리는 글에서 말했듯 지나간 아이디어는 지나간 아이디어일 뿐, 나는 발판 삼아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내면 되기에.

"모든 과정을 다 적어놓고 나는 뛰어넘으면 된다."
똑같은 아이디어, 똑같은 전략으로 실패를 맛본 채용의 문을 뚫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기록으로 남겨보며, 비로소 나 자신을 객관화시켜 바라보면서, 다음 단계의 재도약을 준비할테다.

한 때 이 것도 다 아이디어인데, 브런치에 써도 되는걸까? 하는 고민도 잠깐 했었지만, 이 무슨 오만한 생각이람. 현재로서 나의 아이디어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했던만큼 그래도 기록으로 남길 가치 정도는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앞으로 지난 두 달간의 내 채용도전기들을 공유하려 한다.

이 실패를 딛고 더 나은 결과물로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가 찾아오길 바라며.




짠! 이것이 내가 냈던 제안서다. 

(정확히는 사전과제 2번 문항 답변이다)

확대하셔서 보시면 됩니다. (캡쳐는 하지 말아주세요)

이 한 페이지의 제안서를 쓸 때의 내 스탠스는 분명 [카카오 인턴 채용 지원자]였지만, 그 이면의 본질적인 스탠스는 바로 [유명해지고 싶은 브런치 작가]였다. 

브런치는 기본적으로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플랫폼이다. 작가들에게 브런치북 프로젝트로 출판을 지원하거나, POD 출판을 지원하거나, 혹은 제안하기 배너를 통해 협업/강연의 창구를 마련해주거나 하는 등의 베네핏을 기존에 제공하고 있을 뿐, 글을 많이 쓴다고 해서, 혹은 구독자가 많다고 해서 금전적인 수익이 나는 곳은 아니다. 그랬기에 애초에 금전적인 베네핏에 대한 접근은 논지를 이탈했다는 것이 나의 판단! 브런치 작가들은 최소한 브런치 안에서는 돈을 벌려고 글을 쓰지 않는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브런치 활동에 꽤나 열심이었던 나였기에, 이 문제의 해답은 나 스스로 찾아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질적으로 고민해보았다.
"나는 브런치 작가로서 무엇을 가장 원하고 있지?"


그 답은 노출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거나, 혹은 최소한 내가 쓰는 글과 관련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기를. 그래서 브런치는 아니지만, 오히려 수익화시킬 수 있을 만한 창구들과 더 많이 컨택되기를.

실제로 브런치를 통해서 굉장히 많은 제안을 받았고, 지금도 간간히 들어오고 있다. 웹진 에디터, B2B 강연 요청, 공연기획 자문까지. 제안을 받을 때면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들고, "이런게 들어오네?!" 하는 놀라움도 동반된다. 그리고 더불어 욕심도 더 생긴다. 

나는 페스티벌이라는 상대적으로 니치한 시장을 공략하고 글을 쓰고 있었고, 페스티벌 글들이 어느 정도 누적된 이후에는 스스로 쓰고 싶은 글들을 써나가면서 인사이트를 주는 데는 집중하되, 주제의 일관성을 지키는 측면은 놓았다고 볼 수 있기에 이런 제안이 덜 오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훨씬 대중적이고 정보성이 뚜렷한 글을 쓰는 작가들은 더 많은 창구들이 열렸겠지.

결국 작가들이 가장 원하는 베네핏은 노출의 증가임을 확신했다.


노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나는 카카오톡 채널의 활용, 그리고 브런치의 뉴스레터화를 제시했다.

 

브런치에서는 랜덤하게 오전시간 중에 글을 한편씩 푸시알림으로 쏴 주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육아 관련 글이나, 감성 에세이 글이 오는 등 커스터마이즈드된 큐레이션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늘 가져왔었다. 구독한 작가의 푸시알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독한 작가의 글 알림은, 글이 올라올 때 바로 날아온다. 지금 말하는 것은 브런치에서 오전 중에 '브런치'라는 닉값(?)에 맞게 쏴주는 큐레이션 이야기.

올해 들어 뉴스레터 콘텐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졌기에 (실제로 준비 중이기도 하다), 브런치가 뉴스레터를 보다 개인화시켜 운영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의 브런치라면, 카카오톡이라는 아주 강력한 매개체가 있는데, 이를 왜 활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나를 예로 들어 만약에 페스티벌 좋아하는 사람들, 문화산업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라도, 카카오톡 채널 형태로 직접 내 글의 알림이 간다면, 분명 무엇인가 싶어 클릭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니까. 한국인의 일상 속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인 카카오톡, 안의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해 전달하는 뉴스레터. 뉴스레터 서비스를 할거라면, 카카오톡으로 보내지는 것만큼 효과적인 플랫폼이 있을까? 그리고 카카오톡으로 직접 배송되는 뉴스레터 서비스로

독자들이 진정으로 관심있어할 주제들에 대한 큐레이션이 날아온다면, 브런치 서비스의 이용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작가들의 노출(조회수) 증가는 따놓은 당상일지도.


작가의 입장에서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면, 구체적인 접근은 브런치를 읽는 독자층 사용자들의 관점에서 진행되었다. 뉴스레터 서비스의 적은 '심리적 거부감'이다. 스팸메시지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기에 그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내가 생각해낸 해결책은 브런치에 '구독하기' 버튼 외에 '뉴스레터 받기'라는 버튼을 추가적으로 삽입하여 사용자가 "난 브런치 알림 오는게 번거로워서 전체적인 푸쉬를 꺼놓더라도 이 작가의 글은 카톡으로 전달받고싶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때, 이 서비스를 가동하게 하는 것이었다. 기능을 활용하는 사용자층은 많이 확보하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브런치 카톡 뉴스레터'를 스팸으로 인식하는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추가적으로 독자들의 검색 DB와 작가들이 글을 작성하여 업로드할 때 입력하는 태그 키워드들을 매칭하여, 키워드 중심의 큐레이션을 적용한다면, 지금의 큐레이션보다는 훨씬 맞춤화된 글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흐름으로 저 한 페이지의 제안서를 완성하였다. 깊은 고민의 흔적을 깔끔하게 담아내기 위해 몇 번을 고쳐나갔는지 모른다. 피드백을 주었던 지인에게 지금에서야 감사 인사를.

수정, 또 수정의 흔적


지금까지 나의 지원 스토리를 보고, 다시 이 글의 상단으로 돌아가보자.

'오늘 글 쓴 이유'라고 밝힌 어제의 브런치팀 글. [브런치팀에서 엄선한 콘텐츠를 톡으로 받아보는 방법]은 브런치팀이 나의 지원서를 확인하긴 했구나 하는 확신과 위로를 선사해 주었다. 



아직은 카카오톡을 통한 기존 브런치 알림 서비스에서 디벨롭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작가들도 굉장히 많을 것이고, 지원자 중에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이 많을 거라 추측한다. 그렇기에, 채용에서 불합격한 입장에 "이거 뭐야, 내가 썼던 건데!" 한 것은 절대 아니고, 대신 "내 지원서류 또한 브런치팀에서 읽고 긍정적으로 고려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 가득한 위안을 받으며 이 회고까지 쓰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브런치팀에서 정말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뉴스레터 형식으로 서비스를 디벨롭시킨다면, 한 달가량 치열하게 해당 아이디어를 고민했던 나로써는 5월의 채용 도전이 대단히 의미있었던 일로 기억 속에 자리하게 될 것 같다. 작가로 활동하는 입장에서도 베네핏이 상당하지 않을까.


브런치팀! 어때요, 디벨롭 가능할까요?





제 치열했던 채용 도전기는 여러 편에 걸쳐 발행 예정입니다.

채용도전기

Ep. 00 프롤로그: 면접 준비할 땐 쇼미더머니 정신으로 https://brunch.co.kr/@jjason68/222

Ep. 01 카카오 Service & Biz Developer 인턴 공채 : 
4개월이나 지나 카카오 인턴십 채용을 되돌아보는 이유 https://brunch.co.kr/@jjason68/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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