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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Aug 17. 2021

이력서는 나만의 '스카우팅 리포트'

NBA 신인 선수들의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이력서 아이디어를 얻다

근황으로 시작.

요즘 나의 본캐는 한창 이력서를 수정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의 부캐는 올림픽이 끝나고 바로 시작된 NBA 써머리그를 즐겨 보는 중이다.


NBA 써머리그. 

올해 새로 뽑힌 신인들이나, 이제껏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저연차의 롤플레이어들로만 로스터를 이루어 열리는 또 하나의 리그다.

여기서 가장 잘한다 해도, 신인 드래프트 1,2순위 정도로 온 지역의 기대를 받고 있는 유망주가 아니라면 본 리그에서는 출전 시간을 15분 정도도 부여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갖고 있는 기량을 발휘하여 눈에 띄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리그랄까.

아무튼 굉장히 절실한 리그다.


써머리그 경기들을 볼 때 괜히 "잘 했으면 좋겠다. 풀 기량을 다 발휘했으면 좋겠다."라는 어미새의 마음으로 시청하던 중, 문득 이 선수들의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채용 시장에서 지금 써머리그를 진행 중인 루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곧, '아!' 하고 이력서 작업에 다시 들어갔다. 여기에서 내용 구조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얼마 전, 이력서에 대한 피드백을 받던 중, 이력서의 Customer Job은 무엇인가에 대한 말을 들었다.

(여기서 Customer Job이란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진짜 이유를 의미한다.)

PM으로 일하겠다는 사람이, 내 이력서를 보게 될 담당자들의 customer job을 고려하지 않고는 성공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달성하기 힘든 법이다. 


결국 이력서가 기능해야 할 customer job은 '직접 이야기해보고 싶게 만든다' 이다.

그렇다면 처음보는 지원자와 직접 이야기해보고 싶게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써머리그를 보던 중에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 답은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떤 선수를 뽑아야 할지 참고자료 역할을 하는 '루키 스카우팅 리포트'에 있었다.


이번 시즌 루키 선수들의 스카우팅 리포트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드래프트 대상자인 루키 선수들의 정보가 담긴 루키 스카우팅 리포트가 공개된다. 선수의 신체조건부터 아주 상세한 장단점이 적혀 있는 리포트. 이 내용만 보아도 이 선수가 무엇에 능하고, 무엇에 발전이 필요한지 모든 사람이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적혀 있다.

하지만 이 내용만으로는 2% 부족하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받은 케이드 커닝햄의 리포트를 보자.

"음..그래. 너는 오펜스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 픽앤롤로 샷크리에이팅 능력도 갖추고 있고, 스마트하게 패스해. 양 손을 다 활용해서 림피니쉬 할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상대가 사이즈가 더 작을 때 포스트 공격 스킬도 뛰어나. 아주 다재다능한 맨투맨 디펜더이기도 해."


그리고 드는 생각.

그래서..? 어느 정도인데?


결국 텍스트의 한계다. 

아무리 자세해도 2% 부족하다. 

여기에 어떤 점이 추가되어야 할까? 이 스카우팅 리포트가 가장 중요한 이들은 무엇을 원할까?


이 스카우팅 리포트를 가장 열심히 읽을 '유저'는 바로 각 구단의 스카우터들. 이들의 customer job은 '정확하게 이 선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 알던, 이미 보아 왔던 선수를 레퍼런스 삼아 말해주는 것'이다.

이제, 스카우팅 리포트의 상단을 봐 보자. 여기가 핵심 포인트, 바로 '컴패리즌'이다.

빨간색 테두리에 주목
- 사이즈가 더 커진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줄여서 SGA, 오클라호마시티의 젊은 포인트가드 선수)
- 키가 더 작지만 점퍼가 있는 벤 시몬스 (NBA 대표 슛 없는 핸들러, 사이즈의 우위와 코트비전으로 활약하지만 슛이 너무 없는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의 꽃, 이 '컴패리즌' 파트는 이미 NBA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레퍼런스 삼아 비교한다. 

그리고 이 짧은 문장은 하단의 긴 내용보다 훨씬 명확한 이미지로 스카우터들과 리포트를 보는 일반인들의 뇌리에 박힌다.

"아, 슛이 있는 벤시몬스라니. 그래서 1순위로 예상되는 선수구나! 포텐셜이 엄청나겠는걸?"


다시 이력서 이야기로 돌아오자. 이력서 피드백을 받을 때 지적받았던 점들 중 하나가, 첫 부분에 요약처럼 나에 대한 소개를 적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장황하고 길다는 것이었다.

이력서의 Customer Job이 '만나보고 이야기해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면, 이력서의 시작 부분의 Customer Job은 무엇일까. 나에 대해 많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요약이 아니다.


이력서의 시작 부분은 '나머지 아래 부분을 읽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 후킹이다.

그리고 그 후킹의 방법은 내 이력서를 보게 될 사람들이 나에 대해 뚜렷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임을 루키 스카우팅 리포트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상세한 설명은 그 다음에 와야 한다.


이력서는 내 스카우팅 리포트가 되어야 한다. 

나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이 사람이 우리 팀과 핏이 맞을까, 과연 이 사람이 어필해둔 강점과 잠재력은 실제로도 발휘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가득 품고 있는 담당자들에게 '나만의 컴패리즌'을 던져야 한다.



NBA 신인들의 NBA 온보딩 프로세스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지만, 오늘은 이만 이력서를 마저 쓰러 가야 한다.

이력서를 다시 고치러 가기 전, 스스로 명심해야 할 것 딱 하나 마지막에 적어두고 이 글을 마친다.


처음보는 지원자와 직접 이야기해보고 싶게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흥미로워야 한다. 

어떻게?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구나'라는 것이 뚜렷하게 그려져야 한다.


좋은 결과와 함께 이 글로 다시 성지순례올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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