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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Sep 08. 2021

커리가 알려준 것 : 기회의 생산

NBA가 준 PM 인사이트 : 커리를 보며 내 Life Pace를 올리자

NBA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마이클 조던 시대 이후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선수들이 있다.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그리고 스테판 커리

스테판 커리는 2010년대 NBA에서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현대 농구'로 불리는 지금의 농구 트렌드는 커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단연, 커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3점슛.

지금의 농구는 과거 90년대, 2000년대의 농구보다 훨씬 빨라지고, 훨씬 넓어졌다. 


넓어졌다는 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과거 골밑에만 있던 빅맨 포지션의 선수들도 3점 라인 밖에서 3점을 던지기 시작했고, 슈터로서의 강점을 갖고 있던 선수들은 3점라인에서 한두발짝 더 뒤로 가 슛을 던지기 시작했다.

모두 커리가 만들어낸 패러다임이다. 어떻게 한 선수가 그렇게 바꿀 수 있냐고?

이 그래프 하나로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한 시즌에서 게임 수에 따른 누적 3점슛 성공 개수를 나타낸 그래프인데, 말도 안되게 동떨어져 있는 커리의 2016년 시즌이 보인다. (2016년 외에도 최상위권에는 다 커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커리와 커리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가 만든 3점슛 중심의 공격 농구는 리그 트렌드로 퍼졌고, 거의 모든 팀이 3점 중심으로 공격 전술을 바꾸는가 하면, 3점슛을 못 쏘는 선수는 도태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3점슛을 쏘는 거리' 혹은 '슈터의 중요성'이 이 패러다임 쉬프트의 핵심이라고 보지 않는다.


커리가 바꾼 것은 '경기의 페이스', 그리고 그로 인한 '기회의 재생산'이다.



농구에서 공격 제한 시간은 24초다. 24초 안에 5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움직임을 가져가며 전술에 따른 플레이를 하는 소위 ‘세트 플레이’ 중심 공격이 기존의 부정할 수 없는 패러다임이었다.

하지만 현대농구에서는 12초안에 공격을 끝내는 전술들이 나온다. 심지어 7초까지도. 이를 보통 ‘얼리 페이스’ 공격이라고 한다. 이 얼리페이스가 주류로 자리잡게 된 것은 커리와 골든스테이트가 말도 안되는 페이스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공격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커리 이전의 농구는 ‘확률 농구’를 외쳤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나의 공격에서 가장 높은 확률로 골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택해, 최대한 오밀조밀 완벽한 전략을 가져가고자 했다. (여담이지만 한국 농구는 아직도 확률 중심 세트플레이 농구가 주류다. 아쉬운 일이다.) 

공격 시도 대비, 최대한 많이 학습된 플레이를 하겠다는 것. 가장 자신있는 공격을 하겠다는 것. 때문에 레이업이나 덩크슛으로 연결되는 속공과 세트플레이로 이어지는 지공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커리 중심의 골든스테이트라는 팀의 최대 강점은 3점슛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속공 상황에서 3점슛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점을 모르겠다고? 

아무리 1점을 더 가져갈 수 있다 해도, 7.24m 거리의 3점슛 라인에서 던지는 것보다 골대까지 달려가 덩크를 내리꽂는 것의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자는 35%면 리그에서 준수한 3점슈터, 40%면 탑급 슈터의 평을 듣는가 하면, 골대 앞까지 가 레이업 또는 덩크를 성공시키는 확률은 90%가 넘는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아도 기댓값에서부터 레이업/덩크의 압승이다.

레이업/덩크 : 2점 * 0.9 = 시도당 기댓값 1.8점
속공 상황에서의 3점슛 : 3점 * 0.4(리그 최고 슈터라 해도) = 시도당 기댓값 1.2점

이러한 이유로 확률농구가 농구 역사에서 지배적일 수 밖에 없었고 그 동안에는 절대적인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추측컨데 국내 중고등학교 엘리트 농구에서는 속공 상황에서 3점을 던진 선수가 있으면 아마 코치에게 무진장 혼나며 시즌 전체를 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그리고 커리는 속공 상황에서 3점슛을 던졌다. 일단 40%가 넘는 확률을 기록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그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도 갯수이다.

기존 확률 농구가 하나의 공격을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면,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는 공격 시도를 늘렸다. 얼리 페이스의 빠른 공격. 이전에는 1분이라는 시간 동안 양 팀이 각각 24초를 쓰며 한 번의 공격 횟수를 가져갔다면, 12초 내에 공격을 하기 시작한 골든스테이트는 상대편이 한 번의 공격을 할 때 최소 2번의 공격을 할 수 있었다.


공격을 빠르게 한다는 것은 곧 공격을 한번 더 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기회가 한번 더 생기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얼리페이스 공격을 가져가면 정돈되지 않은 상태의 상대 수비진을 대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이점 또한 있었다.

이 관점의 전환으로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는 2010년대 중반 왕조를 구축할 수 있었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으며 NBA 리그 전체의 공격 패러다임도 바꿔버렸다. 현대 농구에서는 기존의 잘 조립된 세트플레이 형태의 공격도 중요하지만 얼리오펜스의 비중이 못지 않게 커졌고, 나날이 더욱 강조되고있다.


커리와 골든스테이트에게 3점슛 외에 필요했던 역량은 무엇일까. 코치진의 로테이션 전략이나 선수들의 수비 능력도 중요했지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바로 에너지 레벨이 아닐까 싶다.

수비를 공격적으로 가져가는 것, 그리고 상대의 전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빠른 개선과정을 가져가는 것


실제로 15~18시즌의 골든스테이트는 매 경기 1쿼터부터 적극적으로 빠른 페이스의 공격을 가져가되, 1, 2쿼터에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한 경우 하프타임 미팅을 통해 당일 상대팀의 전술 패턴과 스타일을 빠르게 분석하고 3쿼터에 가장 주요한 포인트들만 집중적으로 개선하여 압살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모습이 흡사 스타트업 씬에서 강조되는 ‘빠른 피드백’과 결이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서 피드백 사이클을 짧고 빠르게 가져가는 것, 프로덕트의 성장을 위해 MVP를 개발하여 빠르게 검증하고 시도하는 것.


샌드버드 김동신 대표의 채널 [존잡생각] 영상 중에서도, 성장을 위해서는 피드백의 주기를 빠르게 하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피드백 사이클을 짧게 가져가자!

1년 단위로 받던 피드백을 반년으로, 분기 단위로, 한 달, 한 주까지도 줄인다면, 그만큼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타이밍도 빨라질 것이라는 좋은 메시지.

어쩌면 개인적 성장 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스프린트로 진행하는 것 또한 가장 큰 의미는 스프린트 이후의 회고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


비즈니스 인사이트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페이스북 피드에 전파하고 계신 신수정 KT 부문장님의 글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심리학자 사이먼 턴은 2,000명의 유명한 과학자와 발명가의 업적을 조사했는데 대부분 39살에 역사의 족적을 남길 만한 업적을 이뤘다. (중략) 각 학자가 내는 논문의 성공 가능성은 나이와 무관하게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왜 어느 시기의 성공이 커 보일까? 그것은 단순했다. 그 시기에 그들이 가장 많은 논문을 내었기 때문이다. 즉, 복권을 30장 사면 1장 사는 것보다 당첨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나이와 무관하게 다작을 내는 시기에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중략)

이에 바라바시는 그의 책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 다음과 같은 성공 공식을 제시한다.
S=rQ 성공(S)이란 r(아이디어의 가치, 능력) x Q(많은 시도, 집요함).

즉, 우리 같이 r이 낮은 보통 사람들이라도 Q를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 얻어걸려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천재가 아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나이가 먹어도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다. 많이 쓰고 많이 시도하는 것이다. 양에서 질이 나온다.


이 모든 이야기에서 핵심은 시도다.

시도를 많이 할 수록 기회는 더 많이 생긴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스포츠의 패러다임도 '시도횟수의 증가'와 '빠른 피드백'을 통해 바뀌었다.

기회의 재생산은 멀리 있지 않다. 내 라이프 페이스도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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