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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Jun 06. 2019

스트라이크와 월디페, BEPC가 꾸며가는 서울랜드

서울랜드에서 열린 두 페스티벌을 리뷰한다


COACHELLA와 EDC LAS VEGAS를 보며, 국내에도 테마파크형 페스티벌이 하루빨리 생기길 바라왔었다. 2018년 하반기, EDC KOREA 런칭 발표와 함께 서울랜드 베뉴가 소개되었고, BEPC Tangent 또한 당사 주최 페스티벌인 World DJ Festival을 서울랜드에서 열겠다고 밝혔으며, 서울랜드를 페스티벌 베뉴로 가꾸어 나가기 위한 장기 협약까지 체결했음을 알렸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전 글들에서도 몇 차례 밝힌 바 있다.


2019년, 드디어 잠실 종합 주경기장이 장기간의 공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2019년, 서울랜드에서 페스티벌이 개최되기 시작하였다.


바로 4월 27~28일에 열린 Strike / Hard Strike Music Festival과

6월 1~2일에 걸쳐 열린 World DJ Festival

스트라이크/하드 스트라이크 뮤직 페스티벌이 스테이지 하나만을 사용하고, 관객 수 자체도 많이 모은 것이 아닌, 소위 앞으로의 BEPC 주최 서울랜드 페스티벌의 티저였음을 감안할 때, 이번 6월 1일과 2일에 걸쳐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World DJ Festival, 이하 월디페)은 서울랜드 베뉴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첫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새로운 페스티벌을 런칭할 때에도 온갖 시행착오들을 마주하고, 눈에 띄는 장점보다는 서툰 점들이 많이 보여 ‘1회 페스티벌은 거르는 것이 좋다’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제껏 페스티벌을 거의 열지 않았던 서울랜드 부지에서 페스티벌을 연다는 것은 상당히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물론 장단점은 명확하게 드러났지만, 1회임에도 새로운 베뉴에서 깔끔하게 이벤트를 마무리한 BEPC Tangent 측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EDC Las Vegas의 밤 모습.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앞으로 9월에 열릴 EDC KOREA도 있고, 향후에도 서울랜드에서 많은 페스티벌들이 계속해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바, 서울랜드 베뉴에서 앞서 열린 두 일렉 페스티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단점을 리뷰해보려 한다.


먼저 가장 큰 장점으로는 테마파크형 페스티벌이 주는 분위기 자체이다. 국내 페스티벌은 잠실 종합운동장, 난지 한강공원,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대부분 열렸기 때문에, 페스티벌 공간을 제외하면 다른 공간은 관심조차 가지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월디페는 서울랜드 일대 모두를 사용하였고, 서울랜드 공간의 양 끝을 메인인 World Stage와 Dream Stage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스테이지 간 이동 중에 서울랜드의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있었다. 곳곳에 놀이기구가 있고, 분수대를 포함한 테마파크형 공간들이 있어 확실히 ‘놀러 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는 중간에 잠시 쉴 때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앉아서 멍하니 정면을 보고 있는 경우도 많았는데, 쉬어도 가족, 친구, 연인 단위로 온 놀이공원 이용객과 함께 놀이공원의 한 중간에서 쉬는 느낌이라 사뭇 달랐다. 긍정적으로 말이다!


분위기 자체 외에도 테마파크형 페스티벌이 주는 부수적인 장점들도 있었다. 놀이공원 내에 쓰레기통이 많이 마련되어 있고, 놀이공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많기 때문에, 페스티벌만을 위해서 단기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기존 페스티벌 스태프들보다 관객들에게 훨씬 높은 수준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었다. 물론 놀다 보면, 이와 같은 점이 눈에 띄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노느라 바쁜 건 모두가 같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잠실에서 쓰레기통이 부족했을 때 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사이 통로 공간이 쓰레기 매립지로 변해가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음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에 푸드트럭에만 의지했던 페스티벌들과는 달리 서울랜드는 놀이공원답게 양질의 F&B 시설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서울랜드 측과의 장기 협약을 통해 서울랜드 이용객이 아닌 페스티벌 관람객들이 서울랜드 내 시설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푸드트럭에 의존한 먹거리는 선택권도 좁고 경제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고작 10개가 안 되는 크림새우나, 손바닥에 담기는 오지치즈 프라이를 먹던 가격에 서울랜드에서는 든든한 장터국밥을 한 끼 해결할 수 있으니, 페스티벌에서의 먹거리 걱정은 크게 줄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화장실 문제가 있다. 하루에 몇 만 명 이상이 페스티벌을 위해 한 공간에 있는 이상, 간이 화장실을 준비해도 이제까지 늘 골칫거리로 상주하던 문제가 바로 화장실이었다. 그러나 넓은 부지의 서울랜드 화장실을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서울랜드 이용객들과 같이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다. 줄이 안 길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 줄은 길었다. 특히 월드 스테이지와 월드/드림 중간 즈음에 위치해 있던 사일런트 디스코 앞 화장실의 경우 굉장히 붐볐다. 아직 보완할 점도 많고, 줄을 서는 것부터 화장실의 보다 원활한 이용을 위해 손봐야 할 점은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서울랜드의 기존 화장실 존재가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제 스트라이크와 월디페를 차례로 경험하면서 느낀 한계점들이다. 가장 먼저 스테이지의 위치와 스테이지 간 거리 문제이다. 실제로 SNS를 둘러보면서 이번 월디페 이후 관객들의 후기에서 스테이지 간 거리 문제가 불만사항으로 많이 등장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서울랜드 입구에서 동쪽 끝에 위치한 주차장 부지를 메인 스테이지인 World Stage로 사용하였고, 스트라이크 페스티벌의 주 무대였던 서쪽 눈썰매장 부지를 Dream Stage로 사용하면서 두 스테이지간 이동 시 빠른 걸음으로도 10~1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거리도 거리이지만,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는 World Stage에 대한 위치 안내가 미흡한 느낌도 많이 받았다. 중간에 위치 안내 팻말들이 자리하긴 했지만, 그 인파 속에서 팻말을 발견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고, 지도만 보고 입구 바로 앞에 있는 Strike Stage에서 무작정 동쪽으로 향하다가 길을 잃기도 했다. World Stage를 처음에 찾아가는데만 30분 정도가 걸렸다. 중간중간에 스태프가 위치하여 길을 헤매는 것 같은 관람객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방향을 제시해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말이 나온 김에 스태프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스태프 또한 페스티벌 운영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뽑아야 할지부터, 모집된 스태프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어디에 배치시켜 어떤 역할을 부여할지까지. 이 모든 과정이 페스티벌 운영의 원활한 정도를 결정짓는다. 보통 페스티벌들에서는 알바 형태로 스태프를 채용하기보다 서포터즈 형태로 무급 스태프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전적인 보상 대신 스태프 활동 시 일정 시간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페스티벌 티켓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최근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도 서포터즈 겸 스태프였던 그린메이트들의 근무 태만 및 태도 문제가 지적되었던 바, 월디페에서도 스태프들을 운용함에 있어 여러 방면으로 고민을 했을 것이라 본다. 결과적으로는 깔끔했다고 느꼈다. 서울랜드 정문 입구를 중심으로 많은 스태프들이 배치되었고, 입장 시 제공되는 지도 목걸이의 추가 제공 유무 등과 관련하여 여러 질문을 했을 때 스태프 자체 단체 톡방을 활용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려는 노력이 많이 보였다. 감사하고 만족스러웠다. 다른 스테이지들과 비교적 동떨어져 있는 World Stage의 초입에도 많은 스태프들이 배치되어 길 안내와 간략한 유의사항을 계속 외쳤다. Silent Disco Stage와 같은 특수 스테이지에도 스태프들이 다수 배치되고 깔끔하게 교대가 이루어져 관객들이 헤드셋을 제공받고, 반납하고, 즐기는 전반적인 과정에 있어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그럼에도 스태프 배치가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관객들보다 전반적인 위치 등에 익숙할 수밖에 없는 주최 측의 시선이 아닌, 관객들의 입장에서 조금 더 구석구석 혼선이 일어날 수 있는 곳에 스태프들을 다수 배치하여 질서 유지 면에서 보완이 이루어졌다면 훨씬 큰 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2일 동안 운영되는 페스티벌인 만큼 1일 차 이후에 스태프 문제에 있어 피드백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아마 이 부분과 관련한 언급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확실히 다른 페스티벌들보다 스태프들이 제공하는 친절하고 원활한 지원이 크게 다가왔고 만족스러웠던 운영임을 강조하고 싶다.


다시 돌아와 서울랜드 베뉴 자체에서 오는 아쉬움에 대해 더 짚어보려 한다. 무엇보다 아스팔트 바닥이 크게 다가왔다. 기존의 잠실 종합운동장이나 난지 한강공원, 올림픽공원 무대의 경우 잔디밭에 잔디보호 발판을 설치하고 그 위에서 뛰놀며 페스티벌을 즐겼다. 그 당시에는 잔디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뛰다 보니 발 쪽에 부담이 많이 갔다. 장시간을 뛰어놀아야 하는 일렉 페스티벌의 경우 아스팔트 바닥은 앞으로도 한계점으로 느껴질 듯하다.


마지막으로 스테이지가 조금만 더 이뻤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테마파크형 페스티벌답게, 코첼라나 EDC Las Vegas처럼 무대 디자인에 조금 더 힘을 줬다면, 서울랜드 베뉴가 선사하는 메리트가 더 증폭되지 않았을까 싶다. 위치는 서울랜드인데 막상 스테이지는 잠실 종합운동장에서와 같은 모습이다 보니 매년 방문하는 입장에서 사진을 쭉 둘러볼 때 이전과 크게 차이를 못 느꼈다. 그러다 보니 잠실보다 멀어지고 교통이 조금 더 불편한 한계점이 더 부각되기도 한다. 위치가 이동된 만큼, 지리적 한계점을 상쇄할 정도로 스테이지의 디자인을 놀이 공원답게 해 본다면, “아 놀이공원에서 하는 페스티벌들은 이렇게 이쁘구나” 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만족을 느끼지 않을까. 페스티벌 내 인스타그램 이용률이 그렇게나 높다고 한다. 저녁시간이 되면 인스타그램이 쉽게 다운되고, 데이터가 먹통이 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Well-Made 스테이지 디자인은 어마어마한 마케팅 효과와 부수적인 관객 유입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 확신한다.

스테이지 구성은 EDC LasVegas를 참고하자! 아유 이뻐

페스티벌 자체에 대해서는 라인업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는 등, BEPC의 노력이 무색하게 아쉽다는 평도 많이 보였다. 그러나 이는 장르의 문제였다고 본다. Griz, Odesza, Troyboi, Above & Beyond 등 흔히 EDM으로 인식되는 일렉트로 하우스, 멜버른 바운스, 빅 룸 하우스 음악이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DJ들이 월디페에 방문하여 오히려 굉장히 수준 높은 무대들을 많이 꾸며주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World DJ Festival이라는 이름답게 DJ들이 각각의 색깔에 따라 서로 다른 스펙트럼의 음악을 플레이하는 것이 너무도 좋았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관객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월디페에서는 뚝심 있게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불러줬으면 한다.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았던 서울랜드에서의 페스티벌이었다. BEPC가 기존에도 운영 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만큼, 이번에도 많은 소통과 즉각적인 피드백, 다각적인 배려를 통해 서울랜드에서의 첫 단추를 멋지게 끼웠다고 본다. 앞으로 EDC Korea가 남아있고, 내년, 내후년의 BEPC 일렉 페스티벌 또한 이곳에서 열릴 텐데, 보완에 보완을 거듭하여 점점 더 멋진 페스티벌 메뉴로 서울랜드 일대가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은 다시 EDC Las Vegas. 국내 테마파크형 페스티벌에서 이런 그림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문화/공연 기획을 꿈꾸는 25세 대학생.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직접 경험한 후 소비자, 관객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푹 빠져서 즐겼던 기억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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