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C KOREA를 경계하는 스펙트럼을 지켜보며
8월 31일 9월 1일
수많은 페스티벌 팬들이 2019년에 가장 기대하는 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이다.
그리고
수많은 페스티벌 팬들이 작년에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첫째는 EDC KOREA
둘째는 Spectrum Dance Music Festival이다.
EDC가 서울랜드에서의 런칭 발표에 이어 첫번째 블라인드티켓을 전량 판매한 이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 스펙트럼이 올해의 일자를 발표하였다. 그 날짜는 정확히 이틀 다 겹치는 8.31과 9.1
굉장히 많은 페스티벌 팬들이 분개했다. 나 또한 그랬다. 동시에 스펙트럼에 실망했다.
다른 페스티벌보다 스펙트럼에 대한 만족도, 앞으로의 기대, 그리고 스펙트럼이 국내 일렉트로닉 페스티벌 씬에 미친 영향과 입지가 얼마나 높고 좋은지를 고려했을때, '상생'이 아닌 '경쟁'의 모토를 택한 것이 한없이 아쉽기만 하다.
물론 회사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이미 다져진 입지를 이용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올해 런칭 발표 이후 모든 일렉트로닉 팬, 페스티벌 레이버들의 시선과 흥미를 앗아간 EDC가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을 것이다. 발표된 EDC 시기가 기존 스펙트럼과 거의 차이 없는 시기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경쟁을 한다면 스펙트럼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풍부하고 탄탄한 라인업과 기존에 호평받던 무대 디자인, 운영, 가격에서의 이점 등을 살려 EDC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WIN-WIN도, 한쪽이 명확한 이득을 보는것도 아닌 LOSE-LOSE 경쟁이다
일차적으로는 스펙트럼의 행보와 결정 자체가 아쉽지만, 스펙트럼 측에게서 아쉬운 점 한 가지가 이 일자 발표와 관련하여 더 있다.
스펙트럼 측이 공식 SNS 채널에 일자 발표를 한 날, 각 종 SNS에서는 정말 말그대로 난리가 났다.
그리고 공식 채널에 일자 변경을 고려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스펙트럼은 '소통하는 페스티벌'이었기 때문이다.
(스펙트럼은 페스티벌을 홍보함에 있어 작년에도 소통하는 페스티벌 이미지를 구축한 바 있다. 라인업을 공개할 때 SNS 채널을 이용하여 팬들에게 티저를 공개하듯 라인업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바 있고, 팬들에게 SNS 채널을 통해 어느정도 QnA의 장을 열어주기도 하였다. 사실 무엇보다 스펙트럼 측이 직접 자신을 '소통하는 페스티벌'로 홍보하였다.)
하지만 스팩트럼 댄스뮤직 페스티벌은 공식 채널에서 한 팬의 요청 댓글에 완강하게 답했다. 스펙트럼 측은 자신있게 이 날짜를 선정하였고, 앞으로도 일자 변경에 대한 생각은 없다고 말이다.
가장 기대하고 있는 두 페스티벌을 모두 즐겨보려 했던 수많은 레이버 팬들의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완강한 답변이었다. 분명 주최 측의 뜻이 있기에 밝힌 입장이었겠지만,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면서 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 없이 단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은 분명 '소통하는 페스티벌'로서는 실망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무작정 욕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분개하고 실망한 데에는 그만큼 스펙트럼 자체의 이제까지의 행보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도 있다. 그래서 스펙트럼을 이해해보고자 그 입장에서, 그들의 사업기획의도에 근간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SPECTRUM DANCE MUSIC FESTIVAL은 국내에서 가장 퀄리티가 뛰어난 페스티벌이다. 분명 스펙트럼의 주최사인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는 스펙트럼에 대한 비전이 있을 것이다. 국내 연예기획사 중 탑인 SM에서 자회사로 드림메이커를 만들며 기획한 페스티벌인데, 고작 '국내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 정도의 입지에 만족할리는 없다. 세계적인 페스티벌들과도 견줄 만한 비전을 갖고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스펙트럼은 2016년에 첫 시작을 열었고, 첫 해부터 중소 문화기획사들에게서 숱한 비난도 받았다. 공연기획업계에 대기업은 무시무시한 포식자 그 자체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소기획사들에서 쉽게 부르기 힘든 헤드라이너급 아티스트들을 대거 섭외한다. 중소기획사들이 한 두명의 메인 헤드라이너를 필두로 알찬 허리라인업을 구성해 매력을 어필할 때, 대기업의 페스티벌은 그 비슷한 숫자의 메인 헤드라이너들을 섭외해버리고는 훨씬 싼 가격에 티켓을 판매하고 초대권들을 대거 양산하여 가격 경쟁에서 중소기획사들을 짓눌러 버린다.
스펙트럼도 마찬가지였다. 초대권 문제로 큰 논란이 있었다. 어마어마한 자본으로 완성된 라인업포스터의 헤드라이너 파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스펙트럼은 달랐다. 확실히 달랐다.
SM은 막연히 페스티벌 시장과 일렉트로닉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를 하였고, 수많은 이벤트 기획 경험으로 다져진 기업이었다. 초대권 문제쯤이야 2016년에 많은 팬들이 남긴 피드백에 대해 SM드림메이커 륵이 굉장히 현명하게 대처하였다. 2018년, 2년만에 부활한 스펙트럼의 첫 얼리버드 티켓 판매 시, 주최측은 2년 전 초대권이 아닌 정식 티켓을 구매한 소비자들에 한하여 2018 얼리버드 티켓을 소폭 더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할인 폭은 얼리버드에서 추가적으로 더 할인이 되는 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이미 팬들의 지난 일에 대한 적개심이 사그라든 상태에서 정가구매를 해준 소비자들에게 보답을 하는 행보는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과오를 바로잡음과 동시에 상당히 디테일한 배려가 담긴 운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라인업에 있어서는 나 또한 그랬지만 많은 이들이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곡 작업에 있어 무수히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였을 SM의 정보력을 과소평가하였음이 증명되었다.
SM의 스펙트럼은 "누구, 누구가 유명하더라" 라며 DJ MAG TOP100에 디반해 헤드라이너들을 긁어모으지 않았다.
그 대신, "왜 우리나라에서는 저 DJ, 저 아티스트를 볼 수 없을까" 하고 국내 리스너들이 선망만 해오던 아티스트들을 섭외하였고, 철저히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라인업을 구성하였다. 비단 메인 헤드라이너 뿐만이 아니라 중간 허리 라인업 또한 다양성, 아티스트의 음악성, 트렌드, 대중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하였다.
라인업 뿐일까, 무대구성에 있어서도 스펙트럼은 SM엔터가 대중에게 인식되는 이미지에 걸맞게 국내 페스티벌에서 보기 힘들었던 멋진 무대들을 선보였다. 4개 정도의 무대를 각각의 색깔에 맞게 꾸몄다. 모든 무대가 달랐고, 각 무대 구성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2019 트렌드코리아] 서적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바야흐로 감성 마케팅의 시대이다. 감성을 자극하고 소비자들이 '나만의 감성'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이벤트의 기본이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소비자들이 개개인의 SNS에 보다 예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은 플러스 요인으로만 작용한다는 것이다. 스펙트럼의 무대 구성은 이러한 점에서 대단히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무대 사이 사이 공간에 DJ/아티스트들의 패널들을 진열하여 이동 경로에 있어서도 결코 관람객들의 눈과 손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이런 디테일한 운영이 페스티벌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그렇게 스펙트럼은 알차면서도 비쥬얼적으로도 훌륭한 페스티벌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드림메이커 엔터의 스펙트럼 페스티벌은 많은 준비와 자본력이 동반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을 들고 나온 셈이 되었다.
EDC의 주최사인 Insomniac은 이러한 스펙트럼의 성공요인을 라스베가스에서, 그리고 다수의 국가에서 먼저 입증시킨 기업이다. Edc만의 색깔은 이전 필자의 브런치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페스티벌과 테마파크의 결합으로 눈과 귀 모두가 무한정으로 즐거워지는 이벤트를 만드는 데에 있었다.
스펙트럼이 한국의 EDC가 되어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 브랜드 가치만으로 한국을 찾아오기를 바랬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이번 행보이다. 선의의 경쟁과 공존, 국내 많은 일렉트로닉 팬들에게 두 가지 양질의 이벤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기회 대신, 성급한 경쟁구도 돌입의 길을 택한 드림메이커 측에 다시한번 아쉬움을 표한다. 나아가 EDC KOREA가 굴하지 않고 테마파크형 페스티벌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 첫 페스티벌을 멋지게 런칭하기를 동시에 응원하는 바이다.
공연기획자를 꿈꿉니다.
일상 속에 툭툭 튀어나온 생각들에서
관심을 갖고 접하는 서적과 매체들에서
그간 다녔던 수많은 공연들의 기억에서
앞으로 다니게 될 수많은 공연들에 대한 기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고민과 아이디어들이 모여 더 크고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기획안의 발판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페스티벌이 각광받는 요인?
페스티벌의 방향성은?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부수적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
그래서 내가 기획해본다면?
페스티벌과 공연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instagram @yoll_s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