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오리지널 FYRE 페스티벌 다큐: 모든 학습은 반면교사로
바하마 섬들 중 한 무인도, 그 곳에서 세계의 수많은 인플루엔서들과 3일간 교류할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면? 가격은 비싸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모델들과 한 공간에서, 그것도 파라다이스 그 자체인 섬에서 세계적인 디제이들의 음악과 함께 파티를 즐길 기회가 생긴다면?
당신이라면 그 일생일대의 경험을 거절할 수 있을까?
The Greatest Party That Never Happened
말 그대로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지상 최고의 축제, 파이어 페스티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기사로만 접했다가 이번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대로 알게 된 파이어 페스티벌. 그 실체는 어마어마했기에 본 내용에 스포가 될 만한 언급은 최대한 피하겠다. (하지만 팩트 자체가 워낙 충격과 공포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긴 하다, 디테일한 스포를 피하는 것으로 정정하겠다.)
2017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페스티벌이 있었다.
1회를 끝으로 사라진 페스티벌. (대부분의 망한 페스티벌은 1회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다만 이 페스티벌은 역사 속에 유독 진하고 강한 한 페이지를 남겨놓고 사라졌다
FYRE 페스티벌, 그 시작은 FYRE라는 Billy McFarland라는 기업가와 힙합대부 Ja Rule이 공동 창업한 네트워킹 서비스 앱의 출발에서 비롯되었다. FYRE 페스티벌은 앱 FYRE의 출시를 기념하는 일종의 오프닝 파티 같은 느낌이었다.
빌리와 자룰의 통 큰 스케일답게 런칭 파티를 바하마 섬을 사들여 페스티벌을 여는 것으로 진행한 셈인데,
다수의 사업 성공을 이끌며 포텐셜 가득한 젊은 사업가와 힙합 대부의 콜라보로 진행된 이벤트가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재앙으로 이어지리라고는 그 어느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큐에서 나타나는 핵심은 어느 누구도 이 끔찍한 결과를 상상하지는 못했지만 테이프를 되감아보면 정말 이상하리만큼 모든 과정이 불구덩이로 향하고 있었던, "도대체 왜 이게 중단되지 않은 것이지?"라는 의문을 내내 가질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 이것은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규모가 커도 너무 큰 사기꾼, 아니 정확히 다수의 사기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애초에 페스티벌은 있지도 않았다.
나는 내용 자체보다 어떻게 이게 끝까지 갈 수 밖에 없었는지, 도대체 빌리와 자룰의 무엇이 많은 이들을 이끌어 말도 안되는 일에 동참하게 만들고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았는지에 집중해 보았다.
왜냐, 이건 얼마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자의 마인드라고 본다. 페스티벌을 돈벌이수단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정말 뜻을 갖고 멋진 이벤트를 만들려는 목적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열심히 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빌리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그의 페스티벌 직원 팀들과 소통하며 이벤트에 경외로운 비전들을 심어 놓았다. 따라서 무조건 뛰어다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작은 데에서 시작하고, 작은 것에서 틀어질수록 그 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 다가온다.
파이어 페스티벌이 1회임에도 압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셀렙들의 힘과 SNS의 영향력을 빌리가 누구보다 잘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거의 본 공연 만큼의 비용을 들여 예고편을 촬영하였고, 세계적인 모델들에게 막대한 개런티를 주며 인스타에 저 주황색 포스트 하나를 올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FYRE 앱과의 연관성 덕에 사람들은 "저 모델들도 이 행사에 정말 다 오는 거야? 아니, 안 오더라도 적어도 저 예고편처럼 나도 저 섬에서 럭셔리한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온 라인업은 그 자체로 환상적이었으니,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빌리는 천재가 맞다. 이 정도의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생각을 손쉽게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까지였다. 그의 팀은 여기까지였다.
관객을 돈으로 보나! 싶은 페스티벌, 공연들이 있다. 누구를 위한 공연인지 알 수 없고 문제에 대한 피드백은 전무한 기획. 빌리의 첫 번째 펀치가 모두를 자극하자, 현실적인 문제 해결 과정은 배제된 채로 사람들을 더욱더 판타지 속으로 몰아넣을 생각만 한 게 문제였다.
SNS로 뜬 페스티벌은 SNS로 망한다고, 준비과정 내내 일부 직원들의 애타는 포스팅에도 외면당했던 이 사기극은 관객의 한 포스팅으로 그제야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세계적인 셰프들의 WELLMADE CUISINE들을 맛볼 수 있다고 한 마케팅 뒤에는 거의 던지다시피 만든 샐러드와 빵조각이 준비되어 있었다.
무인도 해변가에 음악을 들으며 단독 빌라에서 럭셔리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기대했던 빌라 이용 관객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매트리스가 비에 적셔진 채로 놓인 원형 텐트였다.
직원들은 분명 말렸다.
돈이 없습니다. 저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빌라가 없고, 텐트도 없습니다. 최고 셰프들을 섭외할 돈이 없습니다. 직원 급여, 섬 대여비, 건물 대여비 등등의 경비조차 마련이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빌리는 이를 더 큰 거짓말로 덮었고, 카드 돌려막기도 아닌, 투자자 돌려막기로 문제를 그저 덮어가며 외면해왔다.
그의 최측근에는 뮤직 페스티벌에 대한 이해가 수반된 사람이 전혀 없었기에, 초반에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인드 뒤로는 어느 누구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반면교사의 시선으로 보자.
이들이 끝내 가지지 못했던,
기획자로서, 기획팀으로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명감과 철저한 준비다.
이벤트를 성공시키겠다는 사명감의 바탕에는 이벤트의 성공은 곧 관객의 만족과 행복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하고, A부터 Z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 대비가 되어야, 최소한 현실적인 고려는 시도되어야 한다.
관객의 시선에서 FYRE 페스티벌은 그렇게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다니라는 느낌만 받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제까지 망페(망한 페스티벌)들이 참 많았다. 계중에는 일부 정말 안타깝게 주목받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올린 페스티벌들도 있었지만,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었던 페스티벌들도 있었다.
어떤 대표에게서는 빌리의 냄새가 났고,
어떤 페스티벌은 여기서 더 나아가다가는 정말 FYRE 꼴 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넷플릭스 다큐 시청 이후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공연/페스티벌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경험뿐 아니라, 주변의 수많은 관객들에게서 경험을 간접적으로 얻어내기로 하였다.
수많은 불만족들이 있었다.
공통된 불만족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만행이라 불릴 일들이 넘쳐났다.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방문하는 페스티벌들에서 이런 일들이 생겨나서는 안되기에, 작은 글로서라도 문제점들에 대해 깊이 제고해보고자 한다.
이제까지의 국내에서의 만행들을 보고
무엇이 관객들의 만족으로 이어지는지, 무엇이 정말 중요한 페스티벌 운영 요소인지에 대해서 다음 포스트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문화기획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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