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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May 07. 2019

르브론의 플레이오프 탈락을 바라보며

“Strive for Greatness” 그는 반등할 수 있을까.

전지적 르브론 팬 시점 2018-2019 NBA 시즌 결산.

“니가 무슨 일이 있든, 니가 무슨 짓을 하든, 세상에 단 한 명쯤은 니 편 들어줘야 힘이 나지 않겠냐?”
- 김재영x류혜영 주연 <은주의 방> 中

글을 써내려가기에 앞서, 이 글의 특이사항을 먼저 밝히려 한다.

이 글은 르브론 제임스의 17년차 팬 (르브론 제임스 데뷔 2003년도, 필자 입덕 2003년도)의 입장에서 쓰는 매우 주관적인 글이다.

1984년 12월 31일생, 올해로 한국 나이 36세.
2003년 19세의 나이에 데뷔하여 올해로 17시즌째.


스포츠계에서는 은퇴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거니와, 현역으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벤치에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덜 어색할 것 같은 나이이다.
(동기인 Dwayne Wade가 올 시즌을 끝으로 화려한 커리어를 끝내는 것만 봐도 말이다.)

그런 나이에 르브론은 올해 시즌 성적 27.4-8.5-8.3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의 기록을 갖고도

- 9년 연속 파이널 진출

- 13년 연속 NBA-First Team 선정

(해당 시즌 Best 5를 말한다. 경쟁자인 Giannis Antetokoumpbo, Paul George, Kevin Durant 등이 개인/팀 성적 모두 걸출한 성적을 보이고 있어 르브론보다 이번 시즌 First Team으로 선정될 확률이 현저히 높다)

- 1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이 과업에 실패하였다는 이유로 모든 언론 및 농구팬들의 관심과 비판을 받았다. 정상의 자리에서 한 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며 각종 Meme('짤'이라고 한다) 로 조롱하는 인터넷 상의 수많은 NBA팬들(a.k.a 르까)과 르브론의 시대는 갔고 그는 더이상 최고의 선수가 아니라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수많은 언론들. 이 모습들이 분명 르브론의 팬 입장에서 보기 굉장히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게 리그 전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18-2019 시즌을 르브론 중심에서만 바라보면 파랑만장했던 한 시즌이었다. 지금부터 오로지 그의 관점에서 시즌을 정리해보려 한다.

10월 : 수많은 우승 컨텐더 팀들로 이적할 수 있었음에도, 가족을 위해, 특히 자녀의 교육을 위해 LA로 이적하며 어색하기 짝이 없었던 Purple & Gold 유니폼을 입고 새 시즌을 맞이한다.

11월 : 처음 맞춰보는 팀 케미스트리, 신인 선수들의 기복에 불안정한 시즌 초반을 맞이한다. 이전 시즌 클리블랜드 때와 다른 점이라면, 리딩을 팀의 포인트가드 Lonzo Ball과 Rajon Rondo에게 맡겨놓고 득점 면에 좀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12월 : 점차 레이커스 팀 간 호흡이 맞아가고, 레이커스는 상승세를 타 12월 중에는 서부 4위까지 오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전년도 우승팀이자 리그 최강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로 경기력에서 압도하며 대승을 거두게 되고, 젊은 팀답게 분위기는 하늘 끝까지 치솟게 된다. 르브론은 바뀐 롤에 적응하며 리그 MVP RACE에서 1위를 달리며, "역시나 올해도..?" 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와의 경기 3쿼터에 르브론은 큰 파장을 몰고 올 부상을 당하게 되는데..

르브론 부상에 관한 여담

르브론의 수많은 별명 중 하나는 금강불괴이다. 1년에 9억 정도의 돈을 몸 관리에 투자한다고 한다. 단순한 피지컬 트레이닝 뿐 아니라 전문 트레이너들이 투입된 플라잉 요가, 크로스핏, 필라테스 등을 병행하고, 몸에 도움이 되는 것이하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르브론이다. 선천적인 그의 몸과 후천적인 관리가 시너지를 내어 르브론은 커리어 내내 부상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다치지 않는 몸이었다. 나만 해도 라이브 경기 중 착지 과정에서 르브론 발목이 완전히 꺾이며 그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몇 차례 보았으나, 땅에 발을 퉁퉁 치고는 한 10분 쉬다가 다시 출전하여 30득점 경기나 트리블더블급 경기를 달성하고 하는게 르브론이었다. 팬의 입장에서 참 든든했다. (유리몸 선수는 팬질하기가 너무 힘들다. 마음도 아프고 말이다.) 오죽하면 르브론 팬들이 그의 손톱 물어뜯는 습관을 "손톱을 먹으면 부상부위가 회복된다"라고 까지 표현했을까. 르브론 뿐 아니라 르브론 팬들도 부상 위험과 걱정에서 어느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1월:  36세의 나이 탓인지, 간만의 부상 탓인지, 바뀐 롤 탓인지, 르브론의 부상으로 인한 회복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1주일이면 다시 복귀한다고 했던 것이, 2주가 되고, 3주가 되고, 르브론은 장장 약 20경기를 부상으로 빠지게 된다. 골든스테이트에 거둔 승리 덕에 초반에는 레이커스의 어린 선수들이 "르브론 없이도 레이커스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당찬 포부 속에 경기를 풀어갔지만, 이내 선수층이 얇다는 것이 표면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며 레이커스는 차츰 무너지게 된다. 르브론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에 이를 메꾸기 위해 한 발씩 더 뛰던 선수들은 하나둘씩 다치게 된다. 특히나 시즌 중반 새로 영입해 고무적인 활약을 펼친 노장 센터 Tyson Chandler와 젊은 포인트가드 Lonzo Ball이 잇따라 부상을 당하며 레이커스는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고 4위에서 8위로 떨어지게 된다.

2월 : 힘겹던 레이커스의 팀 케미스트리를 박살내는 사건이 터진다. 바로 '앤써니 데이비스 트레이드 드라마'. 리그 최고의 4번 파워포워드 자원이자, 최고로 다재다능한 빅맨으로 불리는 뉴올리언스의 Anthony Davis가 "뉴올리언스 팀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다. 이적을 하겠다."고 발언을 하고 이전부터 데이비스에 눈독 들이던 레이커스 프런트는 그를 데려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주축 선수들까지 활용해 여러 트레이드 조합을 제시하였으나, 뉴올리언스는 잇따라 거절하였고, 급기야는 8대2 트레이드까지 제시한다. 이에 레이커스 선수들은 들떠 있어야 할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어차피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데이비스-르브론 조합을 위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될 것"이라며 의욕을 상실한 모습을 보인다. 사실 르브론은 당연히 이에 관여를 하지 않고 오로지 팀 프런트에서 르브론을 제외한 모두가 트레이드 가능성이 있다며 작업을 진행시켰음에도 언론에서는 르브론이 데이비스를 데려오기 위해 모든 팀을 팔아넘기고 템퍼링(Tampering. 사적으로 연락하여 이적을 유도하는 행위로 NBA에서는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을 한다며 팀의 와해, 분열을 유도하고, 레이커스의 팀 케미스트리는 성공적으로 박살이 난다.

그 와중에 르브론은 2년 연속 All-Star 캡틴에 선정되며 올스타전에서 좋은 모습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그는 그의 올스타 팀 드래프트에서 앤써니 데이비스를 뽑는다. 야속하여라.)

3월 : 앤써니 데이비스 드라마는 결국 뉴올리언스가 레이커스를 박살내기 의해 벌인 계략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레이커스는 박살난 팀 케미스트리를 다시 살려 플레이오프 막차 경쟁에 탑승하는데에 집중한다. 르브론은 이전 몇 년간 가동시킨 a.k.a Playoff Mode를 선포한다. 플레이오프 모드가 되고 본인이 결의를 다지며 뛰기 시작하면 르브론의 생산성과 장악력은 압도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간의 모습을 보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 모드라는 말 한마디가 지닌 힘이 오죽 셌으면, 오히려 많은 여론들이 "벌써부터 가동시키면, 플레이오프 때 르브론의 체력은 어떡하나" 라면서 이미 서부 컨퍼런스 상위 토너먼트까지 가정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상 여파가 문제였던 걸까, 미처 다 회복되지 못한 팀 케미스트리의 영향이었던 걸까, 아니면 정말 나이의 문제였을까. 레이커스는 르브론의 플레이오프 모드 가동 이후 첫 경기를 휴스턴을 상태로 보기좋게 잡아낸 뒤, 연패에 연패를 거듭하며 끝내는 레이커스가 버린 탕아 D'Angello Russell의 손에 플레이오프 탈락이 결정된다.

4월 그리고 5월 : 르브론이 없는 플레이오프가 아직 낯설다. 르브론은 아들의 경기를 보러 다니고 있다. 이참에 올해는 좋은 아빠 하자..


르브론의 팬 입장에서 슬프고 안타깝기 짝이 없는 시즌이었다. 팬은 선수와 함께 한다고, 미디어와 안티들의 원색적인 조롱을 듣고 있자면, 내가 다 마음이 아파 기사를 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짧게나마 반짝였던 레이커스의 경기들을 기억한다. 젊은 팀의 성향상 분위기가 오르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도 보았다. 비록 루크 월튼 감독이 잘려나가고 매직존슨 GM도 물러나고, 벌써부터 르브론의 팀은 와해된다는 미디어의 비난과 함께 시끄러운 모양새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성공적인 오프시즌과 탄탄한 두 번째 시즌으로 르브론과 레이커스가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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