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나의 여가 시간 중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공식적으로 리뷰할 기회를 받다니, 새삼 기쁘다. 절대 블랙미러 굿즈를 받기 위함도, 넷플릭스 이용권을 받기 위함도 아니다.
근데 넷플릭스 보고 글 쓰고 선물 받으면 좋긴 하지.
매 회마다 파격적인 소재와 구성, 전개를 갖고 나오는 옴니버스 형식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Black Mirror가 시즌5로 돌아왔다. 시즌 5는 3편의 에피소드로 돌아왔는데 오늘 다룰 내용은 그 중 첫번째 에피소드인 STRIKING VIPERS(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이다.
3편 중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먼저 시청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가장 첫번째로 위치해서도 아니고, 예고를 보고 특별히 스토리상 기대를 더 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앤써니 맥키의 팬이라서였다. 헤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모두가 "I am Ironman!" 이나 "Avengers, Assemble!"을 외칠 때, 홀로 "Captain. This is Sam. On Your Left." 를 외치며 팔콘을 최애 캐릭터로 꼽아왔던 나다. 마이너 감성이라 하면 그럴 수도 있고, 하지만 앤써니 맥키가 연기하는 팔콘의 능글맞고 인간적인 감성이 내 취향에 맞았던 탓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에 대한 이야기이니 팔콘과 앤써니 맥키에 대한 얘긴 이제 그만하기로... 하기 전에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서의 앤써니 맥키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는 점을 밝힌다. 그가 연기하는 방식이나 그의 감정선은 팔콘을 비롯해 이전에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주로 보아왔던 캐릭터들과는 굉장히 달랐고, 그는 이 Danny라는 생각 많고 잔잔한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냈다.
영화는 대략 어렸을 적부터 비디오 게임을 즐겨하던 두 절친, 대니(앤써니 맥키)와 칼(야야 압둘마틴)이 VR 게임을 함께 하게 되면서 생기는 일에 대한 내용이다. 두 절친은 1대1 대전 게임을 특수한 장치와 함께 VR로 즐기게 되었는데, 그 안에서 '하라는 격투는 안하고' 남녀 캐릭터로 사랑을 나누게 된다. 즉, 게임 안에서 두 친구는 가상으로 섹스를 한다. 이제까지 블랙미러를 보아, 이 에피소드에서 소개된 VR기기는 분명 우리가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가상임에도 모든 감각이 현실과 같이 사실적으로 형성되는,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VR의 가상세계 안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을 것이다.
주인공들이 관자놀이에 기기를 부착하고 전원을 On하는 순간 바뀌는 눈동자가 이를 대변한다.
두 친구는 매일같이 게임, 아니 섹스를 즐기고 급기야 주인공 대니의 친구 칼은 매일같이 주인공을 찾으며 게임 내에서 친구가 아닌 사랑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급기야 대니는 현실에서의 부부관계에 소원해지기까지 하며 게임이 일상을 파괴해버린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서 다루고자 하는 미래 이슈는 '가상 세계에서의 관계와 감정'이다. 내가 아닌 캐릭터로 이루어지는 관계와, 게임 내에서 느끼는 감정을 과연 현실에서의 것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보아야 할지. 혹은 그럼에도 주체가 나이기에 현실과 가상을 구분짓지 않아야 할지. 다시 말해, 현실에서 연애 중인 한 사람이 VR을 통해 가상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거나 캐릭터에 이입해 감정을 갖는다면 이를 '외도'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문제이다.
늘 블랙미러를 보고 나면 이제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에 갑자기 직면하게 되어 오랜 시간 생각에 잠기곤 했다. '정말 이런 일이 현실에 생기면 어쩌지?' 하는 제법 무거운 의문과 함께 말이다. 이것이 블랙미러의 매력이다.
이번 에피소드는 생각에 잠긴 그 시간이 꽤나 길었고, 그럼에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가상 세계는 점점 현실과 비슷한 환경을 구축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당장 몇 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몇 년 뒤 한 법정 재판에서 "저 남자가 자기 친구랑 게임에서 관계를 맺고 바람을 폈어요! 저 남자는 여자 캐릭터였고, 저 남자의 친구는 남자 캐릭터였고, 둘은 그 캐릭터로 사랑을 한거라니까요?!" 하고 주장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법이다.
게임이니까, 가상이니까, 하고 넘기자니
실제로 나의 연인이 가상세계에서의 관계와 감정에 빠져있다면 감정이 상당히 복잡해지지 않을까 싶다.
나날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의 관계를 개방적으로 규정짓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언젠가는 가상의 관계들까지 규정짓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얼마전 뉴니스를 보고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보니, 이를 규정짓는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