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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Aug 18. 2019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공연기획을 꿈꾸는 대학생이 컴퓨터 앞에 앉은 이유(4)

페스티벌에 가면 영상을 참 많이 찍는다.


처음에는 내한한 아티스트를 복 벅찬 감격에 대표곡이 플레이 될 때면 기념으로 영상을 남겼었다. 일부 페스티벌에서는 시그네쳐 쇼가 너무 멋있어서 그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찍곤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영상을 촬영할 거리들이 많아졌고, 어떻게 찍어야 '효율적으로' 놀 거 다 놀면서 남길 수도 있는지 알았다. 내가 춤추고 노는 셀프캠도 남기기 시작했고, 그 무렵쯤(2017년) 고프로 히어로5를 처음으로 구매하면서 본격적인 영상놀이가 시작되었다.


고프로를 들고 페스티벌에 가면, 당시만 해도 액션캠을 들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목이 집중되곤 했다. 나 또한 '관종'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액션캠을 들고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일부러 찾아가서 춤추고 섞여 놀기도 했었다. 그게 또 하나의 재미였기 때문에.


페스티벌에 온 관객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개방성'이다. 어느 누가 카메라를 들고 와도 세상 해맑게 반겨주며 같이 놀곤 한다. 각자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낸 코스튬을 입고 오기도 해서, 섞여 노는 영상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그렇게 재미난 영상이 쌓이고 쌓여 인스타그램에 하나둘씩 올리게 되었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너가 찍어 올리는 영상을 보니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졌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뿌듯해지는 말들이었다.


그래서 2018년 상반기에 영상을 정갈하게 편집해서 공유하기 시작해야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페스티벌들에 대해 가감없이 관객의 입장에서 정보도 공유하고, 느꼈던 점들을 풀어내고 싶어 페스티벌에 함께 했던 친구들을 섭외해 인터뷰 영상도 찍게 되었다. 2019년 8월인 지금도 아직 구독자 80여 명에,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5천 회 정도에 불과한 아기자기한 유튜브 채널이지만, 소중한 내 유튜브 채널 [수페또]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상편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처음에는 그 과정을 쉽게 보긴 했었던 것 같다. 단지 전문적으로 시네마틱한 영상을 촬영,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얕봤었나 보다. "인터뷰영상, 공연 라이브 영상, 내가 노는 영상을 편집하는 건데, 기초적인 기능만 다룰 줄 알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렇다. 완벽한 오산이었다.


영상 하나를 만드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말도 안 되게 차이나는 시간이 더 소요되었고 일일이 자막을 다는 과정은 너무도 번거로웠으며, 컷 편집부터 음악, 색 보정, 자막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처음에는 프리미어 프로 튜토리얼 강좌로 유명한 [비됴클래스]  채널을 보고 공부를 했다. 프리미어의 기초적인 기능들을 익히는 데 집중하였다. 컷 편집은 어떻게 하는지, 자막은 어떻게 다는지, 트랜지션은 어떻게 넣는 것인지, 각종 플러그인들은 어떻게 불러오고 내가 만든 서식을 템플릿으로 어떻게 저장하는지, 하나 하나 영상을 보며 배워나갔다.  영상을 보고 따라하는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고, 그보다 외적으로 자료들을 모으는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렸다. 대표적으로 음악과 폰트.

영상편집을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영상에는 음악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 만큼이나 청각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 영상의 배경에 넣을 음악을 고르는 일은 정말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유튜브와 사운드 클라우드의 각종 채널들을 돌아다니면서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 음악들을 찾기 위해 Royalty Free, Free Copyright Music을 검색하고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기 위해 모든 음악들을 하나 하나 다 클릭해보고, 좋은 것이 있으면 기억하기 쉽게 태그를 넣어 저장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예전에 디제잉을 배울 때 디깅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배우며 투자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chill #jazz-hop #intro용 #메인배경용 #transition #짧게사용 등

느낌/장르/분위기/사용용도/특이사항 등 생각나는 대로 태그를 달았다.


그래야만 나중에 다른 영상을 편집할 때 써먹을 수 있는 나만의 스토리지를 채워 나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한 번 한다고 해서 그 다음에 음악을 검색하고 저장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것도 아니었다. 생각날 때마다 꾸준히 찾아야 하고, 한 번 저장해놓은 음악들 중에 어울리는 트랙을 찾을 수 없다면, 그 과정을 새로 했어야 했다. 이 일련의 작업을 거치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영상을 편집한다는 것이 절대로 프리미어프로 등 프로그램 내에서 편집하는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폰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저작권에 위반되지 않으면서도 이쁘고 깔끔한 폰트를 찾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채널 첫 영상을 보면 아직도 부끄러운게, 영상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 온갖 폰트를 다 가져다 썼었다. 이 폰트도 써보고, 저 폰트도 써보고. 구글링을 하다가 발견한 예능 폰트 템플릿을 불러와 각종 예능 폰트를 자막에 입히기도 했었다. 첫 영상을 편집할 당시에는 각각이 다 예뻐 보였는데, 지금 다시 보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물론 지금의 영상도 훗날에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깔끔함이 최고다. 깔끔하고 가독성이 좋은 폰트로 대부분의 자막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강조를 해야 할 부분에는 그에 걸맞은 타이틀 폰트를 넣는 것이 중요했다. 다 시행착오를 통해 절실하게 배워나간 셈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영상을 올렸을 때, "이전 영상보다 깔끔해졌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영상의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첫 영상의 주제는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 페스티벌 리뷰'였다. 야심차게 친구와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고 나니  RAW 파일이 무려 50분짜리였다. 50분 동안 여러 주제를 놓고 끊임없이 썰을 풀다 보니 컷 편집이 가장 어려웠다. 컷 편집을 하려면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고 파악해야 한다. 갖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지금에서야 편집을 위해, 영상을 촬영하기 전에 콘티를 미리 짜놓고, 영상을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에 대해서 한참을 고민한 뒤에 촬영을 시작하거나 페스티벌에 방문하곤 하지만, 처음에는 그 순서에 있어 철저히 잘못 생각했었다. 그 결과, 줄이고 줄인다고 생각했는데 영상 최종본 길이는 15분이 넘었고, 컷편집을 위해 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며 흐름을 파악하는데만 거의 일주일 가까이 소요되었다.

컷편집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잡아먹은 뒤에, 숙련되지 않은 실력으로 자막을 달자니,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되었다. 그래서 카스와 월디페 관련 리뷰 영상을 올린 뒤에 UMF, 스펙트럼, 청춘페스티벌과 관련된 영상은 RAW파일에서 일부 작업만 된 상태로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 아직도 시간을 할애해서 촬영을 도와준 친구들에게 무거운 미안함을 갖고 있다. 인터뷰 영상을 기획한다는 것이 그렇게 복잡할 줄 몰랐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만 먼저 마구 했었던 듯하다. 지금도 영상에 대해서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아니지만, 그 때는 민폐일 정도로 무지했었던 듯 하다. 기초적인 준비조차 안 되어 있었다. 인터뷰 영상인데 마이크 없이 내장 마이크로만 음성을 담는가 하면, 여러 개의 카메라를 준비하지 않아 구도 상에서도 심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때 수고해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영상편집 공부를 절대 포기할수가 없다.

가장 화가 나는 상황.jpg

요즘은 페스티벌에 다녀온 뒤, 현장에서의 공연 영상들을 주로 기록하고 있다. 아직 카메라를 보면서 말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해서 주로 공연 영상 위주로 편집 중이다. 하지만 영상 편집의 감을 게속 유지하기 위해 브이로그 차원의 영상들도 이따금씩 기획하고 찍어보고 있다. 최근에는 [비됴클래스]와 같은 튜토리얼 채널보다 브이로그들 중에서 개성이 뚜렷하고 영상에서 깔끔한 편집이 돋보이는 유튜브 채널들을 구독하여 자주 보고 있다. 즉, '웰메이드 작업물'들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 음악을 어떻게 넣어야 센스있게 느껴지는지, 인트로는 어떻게 구성해야 이목을 확 잡을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는다. 

페스티벌 영상과 관련해서는 유튜버 [페벌리버]님의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 감사하게도 최근에 페벌리버님께서 인터뷰를 요청해주셔서 콜라보 영상도 촬영하게 되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도전했던 인터뷰 영상을 interviewer-interviewee가 전환된 입장에서 촬영해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배우는 점도 많았다. 이전의 서툴렀던 나 자신과 비교가 많이 되기도 했고, 최종 편집된 영상을 보면서도, 준비과정에서도 느낀 점이 많았다. 영상은 만들면 만들수록 숙련되고, 자기만의 색채도 점차 갖춰진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과정의 재미를 가득 느끼며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 아닐까.



문화/공연 기획을 꿈꾸는 25세 대학생.


일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직접 경험한 후 소비자, 관객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푹 빠져서 즐겼던 기억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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