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을 꿈꾸는 대학생이 컴퓨터 앞에 앉은 이유(5)
코딩공부가 어려운 건 어디에 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코딩을 공부할 때 가장 어렵고 헤메게 되는 것은 경험상 '방향성의 문제'였다. 유망한 분야라고 하니 공부는 시작하고 싶고, 기왕 시작하면 열심히 해서 전문가급으로 성장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가 너무도 막연하고 무엇을 위해, 무엇을 목표로 하고 공부해야 할지도 가늠이 안 가는 것이 현실이었다. 실린더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고. 결론적으로 동기부여가 안되는 것이 문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언급한대로 큰 틀의 목적성만을 설정해 놓고 파이썬 공부를 시작했으나, 공부의 테크 트리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공부가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한 파악이 안 되어 있는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강좌 수강 이후 설계를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때문에 5주간의 DS 스쿨이 끝나고, R을 다루는 학과 전공 수업과 함께 한 학기를 보냈으나, 이 시간이 전혀 발전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파이썬의 기초와 R의 기초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사용자친화적 문법과 컴퓨터친화적 문법이라는 차이에서 오는 혼선이 존재했고, 이와 더불어 학과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과 괴리가 있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과제로 내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기가 힘들었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급하게 R을 연습해 나갔고, R에 대한 반감까지 일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R의 UI가 마음에 안든 점도 있다.) 이 무렵에는 학기가 끝나는 대로 DS 스쿨에서 배운 파이썬을 복습하며 스스로 계속 진행해 나가야겠다고 결심했었다.
브런치에 정리 차원에서 써놓은 매거진 글들이 정말 빛을 발했다. 기초적인 부분까지 정리를 해 놓았더니 내가 썼던 글을 읽으면서 몇 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복습을 했을 때 생각보다 복기가 잘 되어 놀랐었다. 하지만 이 단게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법, DS 스쿨에서 메일을 통해 추가적으로 제공해준 '이후 공부 방법'을 참고하여 Kaggle 프로젝트를 몇 개 진행해 보았다. 홍보 같을 수 있지만, 나는 이런 '애프터서비스' 때문에 DS스쿨에 상당한 만족감을 게속 가져왔다. 수강생들에게 정해진 수업이 끝난 뒤에도, 수강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이후 행보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니, 고마울 수 밖에 없다. 일단 무작정 Kaggle 토너먼트 중 텍스트마이닝, 데이터 시각화, 디시젼 트리 등을 연습해 볼 수 있는 2~3개의 프로젝트를 따라해보았다. 글도 좋은 글을 필사해보는 것이 잘쓰는 비결이랬다. 올라와 있는 코드들을 따라서 적어보며 연습해보려는 심산이었다. 이 방법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고 들었으나, 의지의 문제였을까, 생각만큼 진도가 잘 나가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 학습이 된 뒤라, 코딩이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세부 항목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제서야 데이터 분석을 목표로 할지, 웹 프로그래밍을 목표로 할지, 딥러닝을 목표로 할지 등에 따라 해야 할 공부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무렵 영상편집과 글쓰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기에, 코딩이 한 단계 후순위로 밀렸었는데, 일단 자료를 모아서 훗날 공부해볼 수 있도록 페이스북, 깃허브, 미디엄, 유뷰트 등 온갖 플랫폼에서 시간나는대로 자료를 모았다. 책보다 웹으로 공부하는 것이 이 분야에서는 훨씬 효율적이라는 조언을 듣고 난 뒤였다. 영상편집을 배울 때에도 책으로 배우는 것이 비효율적이다 라는 말을 들어서 더욱 잘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웹에서 많은 전문가 및 세미-전문가들이 집단지성으로 제공하는 자료들을 읽어보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실습을 하는 것이 공부하는 방식임을 차츰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에겐 영상편집과 코딩공부를 하는 이 과정이 어떻게보면 이제껏 모든 것을 책으로만 학습하려 하던 사고의 틀을 깬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공부방식을 잡고 난 뒤에 내가 이 공부를 왜 계속하려 하는지, 왜 기초적인 파이썬 공부 뒤에 더 배우겠다고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았고, 그 고민 자체가 어느 방향으로 공부해야할지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처음 목표로 잡고 갔던 데이터 분석 공부를 위한 파이썬 내 판다스 라이브러리, 그리고 주축이 되어가는 '글쓰기' 활동을 위한 웹개발 공부, 즉 흔히 HTML+CSS+JAVA로 이어지는 프론트엔드 웹 프로그래밍.
막연하게 다양한 소스들을 끌어 모으지 않았다면 웹개발에 대해서도 이렇게 관심을 갖기 힘들었을 것 같다. 자료들을 보다 보니, 프론트엔드 웹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읽을 기회도 자연히 많아졌고, 글쓰기를 하면서 친구들과 웹 매거진을 펴낼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기 때문에 웹개발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웹 빌더 등을 이용하려다가 비용적인 문제, 정해진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문제 등으로 무산되면서 현재는 임시로 텀블러 플랫폼에 웹매거진을 펴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웹개발 공부에 박차를 가한다면 단순히 내 공부 뿐 아니라 목표로 하는 '웹 매거진의 시작'에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