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Nov 24. 2019

나도 에디터입니다

매거진 B <JOBS 그 첫번째 : 에디터> 큐레이션 Prologue

평소 물품에 대한 소장욕을 크게 느끼지 않는 내게 몇 달전 소비 '뽐뿌', 소장욕구가 제대로 왔었다.


그 대상은 매거진B.

 

균형 잡힌 브랜드를 한 호에 하나씩 소개하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입니다. 브랜드가 지닌 철학은 물론 숨은 이야기와 감성, 문화까지 감각적으로 담고 있어 브랜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매거진에서 직접 한 소개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매거진 B에 꽂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광고가 없는 매거진'

'처음부터 끝까지 브랜드 하나만 주구장창 파는 매거진'


매력적인 브랜드들의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담는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관계자로부터 직접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애플뮤직, 구글,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 아페쎄, 등 표지만 보고도 궁금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얼른 하나 하나 사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첫 매거진 B는 아페쎄(A.P.C)편이 되었다.

 

짜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샀다

독서하는 마음가짐으로 매거진을 접한 건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펜을 들고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해가며 '독서'를 한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 읽고 나서는 정신없이 밑줄 친 내용을 다시 정리하였고, 그러던 중 A.P.C의 철학을 페스티벌에 대입해보고 싶어 얼른 글도 썼었다. 받았던 인사이트가 엄청났다는 것의 반증이다.

그렇게 매거진B는 첫 시작부터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얼른 하나 하나 사서 모아야지"라고 마음을 먹던 중, 매거진 B의 새로운 단행본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단행본 시리즈의 타이틀이 JOBS다. 다음은 이 단행본의 표지에 적힌 소개글.

매거진 B의 새로운 단행본 시리즈 잡스(JOBS)는 브랜드 이야기의 확장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브랜드에는 자신만의 직업의식을 지닌 매력적인 사람이 있고, 일에 대한 태도와 가치는 곧 브랜드의 철학과 정신으로 자연스레 이식됩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세상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에 대해 수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내용을 담았다. 바로 직업 이야기.

이 시대의 직업은 '전문가'나 '타고난 재능', '돈벌이'로 설명하기에 부족합니다. 직업과 일의 재정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일의 형태나 범위, 고용의 양상 등도 시시각각으로 변화합니다. 이처럼 불안정성과 유동성이 시대를 지배할 때야말로 일에 대한 주체적 해석이 필요할 것입니다.
(중략)
음악가로 활동하다 커피하우스를 연 블루보틀 커피의 창립자가 그랬듯 삶의 플랜B, 플랜C는 플랜A보다 더 중요한 모멘텀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잡스 시리즈는 그런 모멘텀에 선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그런 모멘텀을 맞이할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기능할 것입니다.
(중략)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내 삶에서 어떤 직업적 사고를 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가이드가 될 수 있도록요.
-매거진 B 'JOBS' : EDITOR 中

그리고 단행본 JOBS 시리즈의 첫 시작, 첫 번째로 다룰 직업은 바로 에디터EDITOR였다. 

"특정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사서 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 건, 그 주제에 관심을 두겠다는 의지의 직접적 표현인 셈입니다."


매거진 B는 소비자가 책을 구매하는 행동에까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 그 점이 괜히 내용을 더욱 정성스럽게 읽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대단한 EDITOR 들이다.


브런치 활동을 계속 해오면서 에디터라는 직업, 그리고 글을 쓰는 일련의 과정과 콘텐츠를 고민하는 과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과연 매거진B의 에디터들이 엮어낸 에디터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했다. 

"에디터의 대상이 변한다 하더라도
에디팅이라는 행위의 전문성은 계속 남게 되겠죠."

Insightful한 매거진B 에디터들답게 책을 여니 자신들의 직업보다 직업이라는게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으로 먼저 다가왔다. 직업에 대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일에 가치를 부여해야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만큼 본격적인 에디터 이야기가 나오기 전의 직업 이야기도 많은 울림을 주었다.


[오늘날 직업의 정의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직업이란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 즉 말 그대로 무엇을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지 하는 정체성에 가깝다고 봅니다.

근본적으로는 나 자신의 존재 의미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해요. 존재의 의미가 뚜렷해질수록 돈도 잘 벌게 되는거죠. 그래서 '워라밸', 일과 삶의 밸런스라는 말을 저는 좀 이상하게 보는데요. 일과 삶이 일치한다면 밸런스라는 말이 필요없어지는 거니까요. 자신의 정체성이 일을 통해 뚜렷해진다면 의외로 돈을 버는 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잘한다는 말도 일견 맞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하려고 애를 쓰는 것도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무엇을 좋아하려고 얼마나 노력해봤느냐"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많이 보이게 되는 게 있어요. 남들과 똑같은 걸 봤는데 다른 게 보이는 거죠. 돌이켜보면 제가 만났던 사람들 중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노력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자기 일을 더 좋아하기 위해서.


이 시대 직업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매거진B는 소명의식을 말한다.

세상 속에서 내 역할은 이거다라고 존재의 의미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로 yollsugi 에디터님! 이라고 나를 칭하는 메일을 간혹 받을 때면,

내가 에디터인가? 라는 고민에 빠졌었다.

내가 생각했던 에디터는 가령 코스모폴리탄이라든지, 믹스맥과 같은 엄청난 매거진에 트렌디한 문장으로 컨텐츠를 기고하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너무 아마추어일 뿐.


아직 "내가 에디터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매력적인 콘텐츠와 문장력을 지녔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 단행본을 읽은 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에디터'가 있음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단행본에서 본격적으로 '에디터'의 역할과 조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적어도 내가 에디팅에 필요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자긍심 정도는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할 일은 내 콘텐츠를 더욱 매력적으로 다듬는 과정이 아닐까.


아무렴 어때. 쑥스럽지만 나도 에디터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