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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Aug 07. 2019

아페쎄의 정신으로 페스티벌의 본질을 고민하다

행복한 시간의 제공이 본질적인 목표여야 하지 않을까?

Back To Basic, Back To Fundamental

페스티벌의 본질 찾기 그 첫 번째 이야기


1. 아페쎄의 정신으로 페스티벌의 본질을 고민하다

2. 우리 페스티벌에서의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아요

https://brunch.co.kr/@jjason68/67


3. 결국 남는 건 굿즈인데

https://brunch.co.kr/@jjason68/68




서론


2019년 대한민국 페스티벌 업계에는 마가 단단히 낀 듯하다.

물론 그간 페스티벌들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예상된 대참사였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그럼에도 너무도 안 좋게 끝나버린 페스티벌이 예년에 비해 많이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이 쯤되면 연초에 Netflix Original <FYRE Festival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페스티벌 대참사가 발생할 기미가 보이는 경우가 몇몇 있다"라고 느꼈던 게 사실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무섭고 안타깝다.


씬이 커질수록 관객의 눈높이도 높아진다.
하나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그 이벤트가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벤트 기획자들의 발언 중 강한 인사이트를 얻었던 말들이다.


불행하게도 씬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 씬이 작아 해외 아티스트 한두 팀만 불러도 어마어마한 뉴스가 되던 때의 기획 방식에 머물러 있는 주최사도 있고, 너무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안일하게 이벤트를 기획하는 주최사도 있다. 또한 아티스트와의 관계, 관객과의 관계에서 배려가 결여된 모습을 보여주는 주최사도 있다.


올해 3번의 페스티벌이 아주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6월의 UMF KOREA. 그리고 7월의 지산락페스티벌과 Holiday Land Festival.

최근 들어서 '페스티벌 3 대장'이라며 반어적인 의미로 관객들로부터 아쉬움과 분노가 섞인 비판,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 나 또한 UMF와 지산락페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에 몇 차례 글을 통해 실망감을 한껏 표해 왔었다.


그런데 '믿었던' 홀리데이 랜드까지 터져버린 것이다.

(사실 2017년의 운영 미흡 문제를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애초에 믿진 않았다. Daniel Caesar와 Anne-Marie 공연을 보고 싶었음에도 티켓조차 구매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믿었던 홀리데이 랜드'는 관용어구 정도로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


한 페스티벌은 3일 치 헤드라이너 중 2팀이 오지 않았다.

한 페스티벌은 이벤트 3일 전에 개최를 취소하였다.

마지막 한 페스티벌은 우천 상황을 이유로 아티스트들에게 공연이 어렵다는 통보를 하거나, 개런티 지급 문제에서 미흡함을 보여 라인업 내 상당수의 아티스트들이 당일 취소되었다. 그리고는 아티스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부인한 채 더 이상의 해명은 더하지 않고 SNS 오피셜 계정의 댓글 기능을 막아 피해를 입은 관객들과의 소통을 일절 막아버렸다.


직접적인 언급만 안 했다 뿐 이 정도면 너무 자세하게 각 페스티벌을 서술한 것 같아 조금 민망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동시에 짙은 회의감을 느끼며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탐구하게 되었다.


아페쎄가 선물한 인사이트


즐겨 읽는 독립출판 브랜드 매거진 [Magazine B]에서 당월 호에 패션 브랜드 A.P.C (이하 아페쎄)를 담았다.

아페쎄의 창립자 장 투이투의 인터뷰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인사이트이다.

장 투이투는 아페쎄 정신이라고 언급하며 "외투를 디자인해야 한다면 외투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짧지만 강한 한마디이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매거진 본문을 잠깐 인용하자면

아페쎄는 옷의 기본 유형을 중심으로 매 시즌 컬렉션을 전개해왔다. 데님은 데님의 할 일, 셔츠는 셔츠의 할 일, 재킷은 재킷의 할 일에 충실한 덕분에 각 아이템의 개별성이 어떤 브랜드보다 돋보인다.
'단 1%의 의도도 없는 순백의 티셔츠'를 베이식이라 한다면, 아페쎄의 옷은 베이식이 아닐 수도 있다. 아페쎄의 베이식은 충분히 계산된 결과값이며, 일종의 '트릭'이 걸린 베이식에 가깝다. 우리가 인상적으로 느끼는 대부분의 음식이 그러한 것처럼, 장 투이투 스스로도 아페쎄를 '편집된 현실'이라 일컫는데, 그는 이렇게 쉽고 편한 것을 만드는 '복잡한 사람들'을 흠모하고 지지한다.
뉴욕타임스는 아페쎄를 "반항적으로 정상적"이라고 평했다.


쉽고 편한 것을 만드는 '복잡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정말 뇌리에 강하게 꽂혔다.

본질적인 부분이 소비자에게 완벽히 충족되기 위해 아이템을 만드는 사람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에 페스티벌 업계에서는 관객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준 이벤트들이 생기지 않았을까.


어렸을 적 농구를 전문적으로 배울 당시 한 번씩 외국인 코치가 수업을 오는 때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던 말이 있다.

Back To Basic, Back To Fundamental!


어린 마음에 그 당시에는 재미없는 훈련만 겸하면서 하는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었는데, 점점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비단 농구 훈련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라 삶의 모토로 삼아도 될 정도의 말이다. 앞서 언급한 아페쎄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고, 앞으로 계속 고민할 페스티벌의 본질적 가치로도 이어진다.


그렇게, 여러 가지 계기로 '페스티벌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내리게 된 결론은 그 지향점이 "행복한 시간의 제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음에서 계속.

2편: https://brunch.co.kr/@jjason68/67


3편: https://brunch.co.kr/@jjason6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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