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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욜수기 yollsugi Aug 07. 2019

우리 페스티벌에서의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아요

행복한 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첫 번째 트렌드 테마 : 소확행

Back To Basic, Back To Fundamental

페스티벌의 본질 찾기 그 두 번째 이야기


1. 아페쎄의 정신으로 페스티벌의 본질을 고민하다

https://brunch.co.kr/@jjason68/66


2. 우리 페스티벌에서의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아요

3. 결국 남는 건 굿즈인데

https://brunch.co.kr/@jjason68/68




본 글은 [트렌드코리아2019]의 일부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매년 베스트셀러에 빠지지 않는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분석 시리즈 [트렌드코리아]라는 도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는 올해 예상되는 트렌드들과 함께 지난해에 언급했던 트렌드들이 어떻게 녹아들었는지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2018년은 이미 지나가버리긴 했으나, 단순히 '2018년의 트렌드'가 아닌 '앞으로 계속 주목해야 할 시대적 흐름'이라고 볼 때, 요긴하게 파고들어야 할 테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앞선 글에서 제시한 페스티벌의 지향점, '행복한 시간의 제공'을 고려할 때 2018년의 트렌드 중 2개의 테마, <소확행>과 <가심비 Placebo Consumption>에 주목해보게 되었다.


소확행 트렌드.


'평범한 일상을 보물로'라는 모토와 함께한다. 원대한 목표가 아닌 일상 속의 사소한 가치들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물한다. [트렌드코리아 2019] 내에서도 이벤트와 관련된 예시들이 여럿 보였다.

- 미국의 마이크로 산책 microwalks를 표방한 2018 한국형 플로깅은 pickup + jogging의 결합어로 뛰는 즐거움과 쓰레기 줍는 보람을 동시에 누리는 이벤트였다.

-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직장인들의 퇴근길에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시내 곳곳에 저녁 7시 30분마다 '퇴근길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비슷한 차원에서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러시아워 콘서트'도 있었다.

- 신한카드에서는 2018년 9월 2030 세대를 대상으로 '신한카드 딥 뮤직 페스타'를 열었는데, 일반적으로 값비싼 공연문화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 취지가 있었다. IBK기업은행이 동일 연도 10월에 열었던 'IBK 참! 좋은 콘서트 with 2030'도 같은 취지였다.


소확행과 함께 노멀 크러쉬(Normal + Crush)라는 단어도 주목받고 있다. 노멀 크러쉬는 말 그대로 '평범한 것에 열광하는 추세'를 의미하는 신조어인데 페스티벌 및 공연이벤트 업게에서도 기획 과정에서 관객들의 소확행과 노멀 크러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요소들에 좀 더 신경 쓰는 마인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페스티벌 내에서 '일상적인 행복'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해외 운영으로 유명한 페스티벌에서는 볼 수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면모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캠핑 페스티벌에서의 오전/낮 시간 활용이다. 본격적인 아티스트 공연이 열리기 이전, 캠핑 페스티벌의 오전과 낮 시간에 활력을 불어넣을 시도가 필요하다. 단순히 전날 과한 음주의 숙취에서 벗어나고, 오늘 놀기 위해 쉬는 시간으로만 활용될 것이 아니라 그 시간대에 관객들에게 어떤 서비스와 부스를 제공하면 페스티벌 자체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인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디테일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테면 전날 페스티벌 내에서 과음한 관객들을 위한 '본격 숙취해소 및 해장 프로그램'은 어떨까. 국밥을 제공하는 푸드 부스와 계약하거나, 혹은 다른 음식을 파는 푸드 부스에서 오전 시간 한정으로 국밥과 같은 해장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얼큰한 아침을 맞이한 뒤에는 한 공간에 모여 매트들을 깔아 놓고 일일 요가 / 필라테스 수업을 진행한다. '집단 뻐근함'의 해소랄까. 그 페스티벌의 음악 장르에 맞춰 노래를 틀어놓고 하면 금상첨화겠다.

실제로 해외 페스티벌들에서는 오전에 운동 프로그램들을 이미 다수 진행하고 있다. 지산락페스티벌과 같은 산지 지역 페스티벌은 다 같이 산책을 한 바퀴 가는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고, 그린플러그드 동해처럼 바닷가에서 이루어지는 페스티벌의 경우 단체로 조깅을 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귀찮음에 텐트에 누워 휴식을 선호하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프로그램이 있고 없고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뻔한 스폰서 부스들의 SNS 이벤트들이 아니라, 학창 시절 학교 축제를 즐기듯, 혹은 대학 축제나 재미있는 지역 축제에 가듯, 그간에는 해보지 못했던 액티비티들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도 이런 류의 아이디어를 써봤던 적이 있었다.)



이런 액티비티, 서비스 부스들의 아이디어들은 어디에서 얻을까?

'정제되지 않은 젊은 기획'의 힘을 아웃 소싱해보는 것은 어떨까.


월디페(World DJ Festival)의 과거 주최사였던 <RYUS기획>은 국내 페스티벌 업계의 선구자와 같은 역할을 많이 했었다. 이벤트 운영 차원에서 여러 시도들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BEPC로 주최사가 옮겨지기 전 월디페는 춘천에서 열리며 국내에서 보기 힘든 '밤샘 페스티벌'로 열렸었다. 당시에 혁신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유독 주목했었던 시도는 RYUS기획에서 대학생 기획단을 branch 단위로 심어 일종의 공동기획을 도모했다는 점이다. 집단 안에 집단이다.

주최사인 RYUS기획을 필두로 다양한 단체들이 페스티벌의 기획 과정에서 상당 부분 참여를 하며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제로 페스티벌 당일에도 부스를 열어 각자의 개성을 살린 프로그램들을 일부 진행하였다. 주최사에서는 이를 비용적으로 지원해주고, 단체들은 날개를 펼쳤다. BEPC로 주최사가 변경된 이후에도 branch 단위의 크루 프로그램은 계속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들만의 열정적인 에너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페스티벌에 얼마나 강한 에너지를 선물하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직도 한 팀은 산타복으로, 한 팀은 고대 그리스 복장으로, 한 팀은 정비복으로 입고 원형을 이루어 2016 월디페 메인 스테이지에 줄지어 등장하며 이를 보는 관객들에게 행복을 선사한 크루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연합 문화기획동아리, 연합파티 동아리, 연합 문화학회 등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문화생활을 사랑하고, 기획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단체들이 상당수 활발히 활동 중이다. RYUS 기획이 월디페를 주최할 당시보다 지금은 훨씬 더 많아지고 견고해지기도 했다. 비교적 유명한 21crPm이나 Rapiritz, 솔플러, Team Oops의 경우 이미 고유의 영역에서 개성 있고 젊은 활동들을 기획하고 진행 중에 있다. 최근 들어 페스티벌 씬이 커지면서 페스티벌에 함께 놀러 다니거나, 팀 유니폼을 맞춰 입고 함께 노는 크루들도 많이 생겼다. 몇 년 전에 RYUS 기획은 이미 그런 크루, 단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젊은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얻었던 것이다.


잘 노는 사람들, 많이 놀았던 사람들이 더 편하고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 내는 아이디어들은 페이퍼 워크로만 진행되는 이벤트 기획에 분명 활기를 불어넣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 2019 청춘 페스티벌이나 2019 그린플러그드에서 페스티벌 서포터스/스태프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페스티벌에 관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또는 금전적인 문제로 페스티벌을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페스티벌에서 스태프를 운영한다. 티켓 교환, 환경 미화, 질서 정리, 기타 안내 등 이벤트 스태프의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서포터스/스태프들은 페스티벌에 따라 타 일자 티켓을 부여받기도 하고, 교대근무 시스템을 도입하여 쉬는 시간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끔 하기도 한다. 주최 측은 페스티벌의 부수적인 운영을 서포터스/스태프를 통해 해결함으로써 양측 모두 비용적인 부분에서 Win-Win이 된다.


하지만 스태프가 아닌 관객들로부터 스태프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나 업무태만에 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발생하였고 페스티벌 부수 운영의 핵심적인 역할들, 이를 테면 티켓 배부와 안내는 비용 절약의 차원에서 서포터스/스태프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최근 들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의 원인은 '사명감과 책임감'에 있다고 본다. 단순히 페스티벌을 공짜로 일부 즐기기 위해서 서포터스를 택하는 사람들도 실제로 굉장히 많다. 이들 모두에게서 주어진 시간에 '서포터스로서의 역할에 완벽히 수행해줄 것'을 기대하기는 욕심에 가깝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이 '서포터스/스태프' 시스템 자체에 회의적이게 되었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부 업무는 정식으로 파트타임을 고용하고, '서포터스'는 서포터스로서 무급이지만 페스티벌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느낌으로 페스티벌에 긍정적인 활력을 자발적으로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제한된 역할의 서포터스만 늘 뽑고 이와 관련된 논의는 배제하기보다 앞서 언급한 크루들과 함께 이벤트를 만들어가려는 시도가 선행된다면, 더 크고 생산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제되지 않고 투박한 면이 있더라도 수익성이나 비용적인 측면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 인력'의 투입은 '소확행'과 '노멀 크러쉬'를 효과적으로 실현시키는 길에도 분명 큰 공헌을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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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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