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욜수기 yollsugi Sep 08. 2019

[넷플릭스] 인생드라마 종이의 집을 소개합니다

3조를 도둑질하는 것이 빠를까, 이 드라마 시즌 3개를 끝내는게 빠를까

최근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주행한 드라마가 있다.

총 3개의 시즌, 도합 30부작의 긴 시리즈이지만, 그 중 시즌 두 개는 일주일도 안 걸려서 정주행을 끝내버렸다.

평소에 재미있는 드라마들도 정주행의 가속도가 붙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이다.

보통 아무리 재밌더라도 드라마들이 소위 '떡밥을 뿌리는' 초반부에서 안 끊고 이어 보기가 은근히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넷플릭스와 같이 수많은 대체제 드라마들이 있는 경우에는 더하다.

물론 정주행하긴 했지만, 오렌지이스더뉴블랙, 루머의루머의루머, 지정생존자 등을 볼 때에는 완결을 짓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여러 드라마들을 동시에 보기도 했던 탓도 있겠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드라마는 완전히 달랐다. 시작하는 순간부터 다음화를 연이어 보아야만 했고, 그렇게 3일만에 시즌1을 끝낸 뒤, 하루 만에 시즌 2를 끝내버렸다. 총 4일이 걸렸다.

올해 출시된 시즌 3는 한 편 한 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고역이었다. 오랜만에 드라마답게 다음 화가 나오기까지의 일주일을 견디며 드라마를 시청했달까. 그렇게 시즌3까지 드라마를 마무리하고, 그 여운이 약 두어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가셔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부터 극찬을 하는 드라마, 오늘 소개하려는 드라마는 바로

현재 시즌 3까지 나온, 스페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이다.

원작 제목은 La Casa De Papel. 미국에서는 Money Heist라는 제목의 더빙판으로 출시되었고, 국내에는 종이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다.


주요 내용은 '교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1명의 천재 교수와 8명의 강도가 벌이는 대규모 범죄극이다. 전과가 아예 없었던 교수는 실제로 신분증 갱신도 19세 이후로 하지 않은 유령과도 같은 존재였고, 모든 계획을 탄생시킨 수장이다. 내레이션으로 전반적인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도쿄'라는 인물을 포함해 총 8명의 '프로절도꾼'들이 교수의 부름을 받고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이들에게 교수가 지시한 점은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을 것' 그리고 '서로의 이름을 밝히지 말 것'. 그렇게 8명은 도쿄, 베를린, 오슬로, 헬싱키, 리우, 모스크바, 덴버, 나이로비라는 도시 이름으로 각각 불리게 된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강도 대상은 다름아닌 스페인 조폐국. 목표대상부터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교수의 큰 그림은 훨씬 더 큰 스케일의 것이었다. 단순한 도둑질이 아닌, 3조의 돈을 가져가면서, 전국민적인 지지를 얻는것. 범죄자가 아닌 정부에 대항하는 저항군의 이미지로 빠져 나오는 것. 그것이 교수가 원하는 큰그림이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조폐국에 들어가서 인질극을 하고 필요한 돈을 챙겨서 나오는 그림이 아닌, 인질극이 동반된 장기간의 조폐국 점거가 이루어진다.


스토리에 대한 내용은 여기까지이다. 아마 시즌 1의 1화 중반부분까지 보면 모두가 알 수 있을 내용 수준이다.

전반적인 스토리 흐름이나, 디테일적인 부분을 글에서 논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느낀 짜릿함과 몰입을 이 글을 통해 종이의 집을 접하는 모두가 느꼈으면 하기 때문에.

그 대신 이 드라마가 왜 특별하게 다가왔는지에 대해서 언급하는게 좋을 것 같다.


먼저, 스토리의 빠른 전개이다. 아무리 긴밀하고 복잡한 작전이 동반된 내용이 있거나 구성이 탄탄하더라도, 나는 전개 자체가 느린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나 이런 류의 장르라면 더더욱이.

하지만 종이의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가 빠르다. 심지어 각 캐릭터들의 사정을 설명하는 회상 씬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함에도 전혀 늘어지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조폐국이라는 건물 안에서 모든 스토리가 이루어짐에도 이와 같은 빠른 전개 속도를 보이는 것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몰입하여 시즌을 빠른 속도로 끝낼 수 있었다. 실제로 스토리 중간 중간에 사건 발생 후 몇시간이 경과되었다는 타이틀이 뜨는데, 이 타이틀을 볼 때마다 "아직 이 정도 시간밖에 안 지났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에 푹 빠져서 보다보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난 것만 같지만, 실제로 시즌1과 시즌2를 다 합쳐서 고작 5일간의 스토리를 다루었다는 것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촘촘하게 사건 경위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두번째는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시즌 1,2에서는 9명의 강도멤버, 그리고 이 사건을 담당한 경관 라켈과 경찰 및 정보부 요원들, 그리고 인질로 잡힌 조폐국 직원과 기타 인질들이 등장한다. 시즌3에서는 일부 인원의 변동만 있다. 종이의 집은 한 명 한 명의 특성과 매력을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스토리 자체가 인물 각각의 스토리와 인물 간의 연결고리를 굉장히 잘 보여주기 때문에, 스토리 중간에 발생하는 변수들에 따라서 인물 간 관계나 각 캐릭터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유의하며 본다면 스토리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스토리의 메인 테마가 안겨주는 모순과 역설이 보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줌과 함께 큰 매력요소로 다가온다. 분명 이 주인공들은 악역이다. 국가의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국을 털러 온 특수 강도들이다. 무기를 소지하고 인질을 잡고 있고, 경찰을 좌지우지하며 범죄를 실시간으로 저지른다. 하지만 스토리를 보다 보면, 이들이 잡히기를 응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교수와 그의 멤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청하게 되는 것이 오묘한 매력이다. 교수는 그의 행동대원들에게 끊임없이 우리는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나와야 됨을 강조하고, 저항군임을 각인시키려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떻게 보면 일을 더 크게, 더 복잡하게 벌린 교수의 계획이다. 이것이 단순히 그의 행동대원들에게만 각인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마음 한 켠에 응원하는 마음을 심어주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 대항하며 지지를 얻는 플롯이 한편으로는 명작 영화 브이포 벤데타(V for Vendetta)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두 작품 모두 이 가면으로 상징성을 부여하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캐릭터들의 스토리들을 드러내는 장면들에서도, 이들이 단순히 돈에 미쳐 조폐국을 털러 온 강도들이 아니라, 특정한 계기에 따라서 움직이고, 그 안에서도 본인의 will 과 faith를 실현시키는 방향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당위성을 부여한다. 기존에 정의로 생각하던 것을 실현하려는 인물이 치졸하게 보이기도 하고, 정말 악(惡) 그 자체인 인물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하는 법이다.


추가적으로 교수가 얼마나 치밀하게 이 계획을 짰는지, 얼마나 많은 변수들을 고려하였는지에 유의해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보다 보면 "와, 이런 것까지 다 염두에 두고 있었구나"하며 교수의 큰 그림에 감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교수의 플랜과 갖은 변수에도 교수를 믿고 이를 실현시키려는 8명의 행동대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종이의 집 시즌 3개를 빠르게 주파하고 필자와 함께 시즌4를 기다리고 있게 될 것이다.


이 드라마가 끝난 뒤, 한참을 흥얼거리게 될 메인 테마곡, Bella Ciao로 글을 마무리한다.

드라마의 내용이 일부라도 담겨 있는 영상을 피하다보니, 드라마가 끝난 이후 한동안 함께 즐겨들었던

일렉트로 하우스 DJ 하드웰의 Bella Ciao 리믹스 플레이 영상이 있더라.

필자의 정체성이 또 댄스뮤직 페스티벌러 아니겠나. 

하드웰의 투모로우랜드 Bella Ciao Remix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통해 종이의집을 꼭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Bella Ciao Remix - Hardwell & Maddix
매거진의 이전글 뭐해? 음악 듣는 중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