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시즌 개막 D-50 '느바 맛보기' DAY 12
1. 너도나도 던지는 3점슛 속 피어나는 농구도사
2. 덩크
'Uncle Drew 엉클 드류' 라는 펩시 광고 시리즈가 있었다.
7년전, 2012년에 처음 1편이 나왔고, 이후 2012, 2013년에 연이어 Chapter 2, 3, 그리고 2016년에 마지막 Chapter 4가 나왔엇다. 내용은 NBA 스타 카이리 어빙이 노인 분장을 하고 미국 길거리 농구 경기에 깜짝 방문하여 플레이하는 내용. 처음에는 노인 분장에 걸맞게 공을 흘리고, 어이없는 슛을 날리며 '못하는 척'을 하다가, 갑자기 어빙만의 화려한 플레이들과 함께 본 때를 보여주는 내용의 영상이었다.
펩시 브랜드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었지만, Uncle Drew라는 그 캐릭터 파워가 워낙 미 전역에 강하게 퍼져서, 결과적으로 펩시 브랜드에도 어마어마한 마케팅 효과를 안겨다준 시리즈 광고였다. Chapter 1은 유튜브 조회수만 5500만 회를 돌파했고, 올스타전이나 NBA 파이널에는 엉클드류의 번외 시리즈들이 인기에 힘입어 특별 방송되곤 했다.
Chapter 4가 나온 이후 2년 정도의 공백기 동안 수많은 농구 팬들이 Chapter 5에 대한 요청을 끊임없이 했고, 그에 힘입어 Uncle Drew 이름을 그대로 딴 단독 영화가 2018년에 제작되기도 했으니, 엉클 드류 열풍이 얼마나 강하게 사람들 뇌리에 박혔는지는 이 연쇄적인 흐름이 직접 증명해주는 듯 하다.
과연 펩시는 엉클드류의 주인공으로 왜 카이리 어빙을 뽑게 되었을까?
기존 NBA 팬들이라면 그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카이리 어빙은 현역 NBA 선수 중 '드리블'에 있어 최강자이다. 올타임으로 범위를 넓혀도 아이버슨과 함께 드리블, 볼 핸들링 최강자에 이름을 올릴 정도이니 말이다.
2011 NBA 드래프트 1순위로 클리블랜드에 입단한 뒤, 2016-2017 시즌까지 클리블랜드에서 뛰며 2016년에는 르브론과 함께 클리블랜드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2시즌동안 보스턴 셀틱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케빈 듀란트와 함께 브루클린 네츠로 팀을 옮기게 되었다.
클리블랜드의 우승 당시에 르브론의 존재감도 강했지만 어빙이 없었으면 클리블랜드는 우승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국가대표로 뛸 때에도 가드의 주축을 담당했으며, NBA 슈퍼스타들의 인터뷰들에 의하면 가장 막기 어려운 선수로 카이리 어빙의 이름이 곧잘 언급되었다. 그 이유는 압도적인 볼 핸들링 능력과 골밑 마무리 능력.
카이리 어빙은 빠르고, 화려하고, 다양하고, 강력하다. NBA 선수들 중에 드리블을 잘 치고 볼 핸들링이 뛰어난 선수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넘버원 자리에 카이리 어빙이 데뷔 초반부터 군림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NBA 올스타전 루키 챌린지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서 소개하는 농구용어, 소위 위 영상과 같은 경우를 '앵클 브레이커 Ankle Breaker'라고 부른다.
Ankle Breaker, 직역하면 발목이 부러진다는 의미이다.
흔히 드리블로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을 '크로스오버 Crossover'라고 부른다.
화려한 드리블로 크로스오버를 하며 수비수의 스텝과 균형을 모두 앗아가버릴 때, 수비스가 발목이 부러질 정도로 바디밸런스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그 상황을 Ankle Breaker라 칭한다. 앵클브레이커를 제공한 수비수에게는 엄청난 흑역사를, 앵클브레이커를 만들어낸 공격수에게는 엄청난 하이라이트를 안겨주는 궁극의 공격기이다.
NBA 선수들은 간단하게 속도나 헤지테이션으로, 혹은 간단한 크로스오버로 수비수들을 제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자존심 싸움 차원에서 이 앵클브레이커를 상대에게 선사하기 위해 화려한 드리블을 겸하기도 한다.
카이리 어빙은 이 올스타전에서의 앵클브레이커로 모든 농구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고, 그 이후 시즌 중 나오는 수많은 볼 핸들링 하이라이트로 드리블 최강자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참고로 이 영상의 희생양인 Brandon Knight는 이전 글에서 디안드레조던의 Posterizing Dunk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NBA에서 이 선수만큼 하이라이트 필름의 희생양으로 많이 나온 선수는 없었기에 애도를 표한다.
카이리 어빙의 모든 팀 상대 베스트 크로스오버 영상을 준비했다.
이 영상을 보면, 왜 NBA 선수들이 모두 하나같이 카이리 어빙이 제일 막기 힘든 선수라고 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화려하지만, 실속있는 공격. 단순히 화려함을 위한 크로스오버들이 아니라, 수비수들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며 다양한 옵션을 가져가는 그의 드리블이기 때문에 수비수 입장에서는 지옥이 따로없다.
평소 농구경기를 볼 때 미국 현지 해설을 더 즐겨 보는 편이다.
국내 중계의 캐스터분들과 해설 분들의 매력들도 다 매력이 있고, 농구 중계가 시청자 수에 비해 정보성이나 진행 면에서 정말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기에 절대 국내 농구 중계를 선호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이유는 현지 캐스터들의 맛깔나는 표현들 때문이다. NBA 중계에서 들리는 그 재치있는 수식어들이 경기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표현들이 특히 이런 크로스오버 공격 상황에서 많이 등장하기에, 이런 화려한 드리블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되는 듯하다.
- Kyrie-diculous scores it again!
- Oohs and Ahs from Crowds!
- That is so nasty by Kyrie!
- Kyrie shakes and bakes again!
농구를 보는 것 뿐 아니라 즐겨 하기도 하는 입장에서 카이리의 공격스킬들은 단연 가장 따라하고 싶은 스킬들이다. 필자가 가드 포지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카이리를 따라하기 위해 카이리의 훈련 영상을 찾아 봤었는데, 가볍게 들어간 영상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카이리의 화려한 동작들은 그의 균형 감각과 유연성이 탈인간급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이클 잭슨의 춤처럼 한 방향으로 완전히 몸을 기울이는가 하면, 공 두개 위에 올라서서 다른 공들을 드리블하며 균형을 잡기도 한다. 이것이 아마추어들과 카이리와의 차이이다. 길거리 농구를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현란한 드리블을 따라하지만, 실상은 수비하기에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많고, 팀의 공격 흐름을 다 끊을 정도로 불필요한 동작들이 많다. 카이리의 공격은 오로지 수비수들에 대처하기 위해서 하나하나 개발된 것, 현란함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기존의 재능에 바디밸런스를 위한 강도높은 훈련이 뒷받침되었기에 실제 경기 중에는 화려한 동작들이 적재적소에 나오게 되는것이 아닌가 싶다.
현란한 드리블 탓이었을까, 카이리도 커리어 내내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보스턴에서는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팀의 젊은 선수들과 불협화음을 내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브루클린에서 새 시작을 하며 커리어 제 3막을 열려 하고 있다.
농구의 꽃으로 불리는 3점슛, 덩크와 다르게 드리블에서는 카이리 어빙만을 언급하였다.
그가 독보적이라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 이유는 개인적인 팬심이 반영된 탓이다.
하승진 선수가 얼마전 올린 국내 농구계 비판 영상에서 국내농구의 문제점으로 '재미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국내 농구에서는 선수들의 창의성과 화려한 플레이들을 막고, 오로지 절제된 팀농구로 얻어지는 승리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느끼기에도 그렇다. 국내 농구 선수들 중에 NBA를 많이 참고하면서 화려한 플레이들을 할 수 있음에도 저지당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팀의 성적과 직결된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관중들로 하여금 재미를 반감시키는 강력한 요소이기도 하다.
프로스포츠의 기반은 결국 관중이라고 생각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 나오는 화려한 플레이들과, 보이는 즐거움들이 더 많은 관중들을 불러올 것이고, 그것이 전반적인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이리 어빙은 그런 점에서 많은 선수들과 팀들에게 귀감이 될 선수라고 본다. 압도적인 공격스킬이 곧 팀의 승리로도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국내 프로농구에서도 카이리와 같은 창의적이고 과감한 공격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선수들이 더욱 많이 생겼으면 한다.
물론 이를 위한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필수적이겠지만 말이다.